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한 분야인 경매, 수요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분당, 용인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남부 축이 ‘도미노식’ 하락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 라인은 소위 ‘우량주’로 꼽히며 IMF 외환 위기 이후 투자 시장에 부동산 열풍을 일으켜왔던 황금축이었지만, 현재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부동산 시장, 실수요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분양가상한제 영향도 적지 않다. 기존 아파트보다 싼 값에 신규 물량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인 광교신도시가 이 같은 약세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물론 올 연말 입주를 시작하는 판교신도시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에는 호재보다 하락을 유도하는 악재가 더 많다.
수요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집을 넓혀가려는 수요자들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 매수 지역은 어디로 해야 하고, 시점은 언제로 해야 하는지 모든 게 고민거리다.
가장 좋은 것은 정확한 미래 예측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결국 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변수와 정책 등을 살펴 근접한 예측과 대처가 최선이다.
대세 하락 속, 반전 가능할까?
올 들어 주택 시장의 주요 이슈는 지역별 편차다. 지방은 전체적인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수도권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남부 축이 무너지고 북부 축이 활기를 띠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의 주택 시장 판도는 무엇보다 ‘정책’과 ‘금리’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이를 실천에 옮길지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정책적으론 일단 타이밍을 놓친 상태로 보여진다. 국토해양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와 관련, 감정가로 인정해 택지비를 매입가로 인정해주는 등의 탄력적 운용을 검토하는 동시에, 재건축에 대해서도 임대주택 및 소형주택 건립 의무비율과 초과 이익부담금 등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해 말 대선 때나 올 2월 MB 정부 출범 당시 내놓았던 공약 수준에서 진전된 게 없어서다.
그나마 이들 정책 사항이 실천으로 옮겨지더라도 매수세에는 불을 지피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각기 상반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리 또한 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고정 대출금리가 연 9%까지 뛴 데다 변동금리마저 8%대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도 콜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을 폭발시킨 근본 원인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있음을 감안할 때 규제의 틀과 고금리는 시장 침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주택 시장을 둘러싼 외적 변수도 그리 좋지 않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는 등 경기 불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경기 위축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바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가격 선도 지역을 중심으로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론 하락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이 대세다.
물론 소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경기 북부 등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동북부권의 강세가 서남부 지역으로 옮겨지는 ‘순환매’ 장세도 진행될 공산이 있다.
그렇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여 있고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점차 늘고 있어 값비싼 아파트나 기존 고가주택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규단지마다 사업주가 소형보다 중대형 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별 집값 어떻게 될까?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강남권 약세, 강북권 강세’, 즉 ‘남저북고(南低北高)’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아파트값 하락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가격 하락폭이 매우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6월 신고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전용 77㎡) 실거래가는 9억4천5백만원으로, 두 달 전의 10억4천5백만원보다 1억원 하락했다.
이 같은 약세는 분당과 용인 등도 마찬가지다. 올 초 6억2천만~6억3천만원 선의 거래가를 유지하던 분당 서현동 시범우성 전용 85㎡는 지난달 최저 5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5억7천만원에 거래됐던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현대프라임 전용 118㎡는 6월 거래가격이 5억8백만원에 그쳤다. 수지구 성복동 LG빌리지2차 전용 135㎡ 역시 2~3개월 전보다 10% 이상 내린 6억1천만원에 실거래 가격이 신고됐다.
‘버블세븐’ 지역 중 한 곳인 과천도 내림세가 이어져 원문동 주공2단지 전용 47㎡는 한 달 전보다 최고 9천만원이 빠진 6억1천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고가주택과 중대형이 밀집돼 있는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의 경우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 완화가 단행되지 않는다면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과 같은 세부담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이미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돼 투자자들의 진입도 거의 끊긴 상황이다. 특히 단기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는 데다 현재의 장세가 뒤바뀔 공산이 적어 당분간 투자 목적 거래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노도강’을 비롯한 서울 강북권의 경우 재개발과 뉴타운 등의 철거 이주 수요가 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여전히 소형 편중 현상이 심해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년여 간 상승세를 타온 데다 상반기 상승폭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역으로 보면 내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신규 수요나 집을 넓혀가려는 기존 수요 모두 기회가 다시 찾아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기회를 잘 살리는 것만이 재테크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우선 버블세븐 지역에 진입하려는 수요자라면 매수가격을 최대한 낮춰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즉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고점 대비 20~30% 이상 떨어진 매물을 선별적으로 매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가격 하락률에 따라 좀 더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폭락 장세에 가까운 분당신도시나 용인의 경우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판교신도시 입주에 따른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동탄1신도시나 인접 지역이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매수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상책이다. 상황 전달 속도를 감안할 때 강남이나 분당, 용인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
대형 개발 호재를 안고 가격이 급등해 온 서울 용산과 상암 등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과 같은 상승폭을 기대하긴 무리다. 특히 막연한 기대감으로 ‘묻지 마 상승’이 이어졌던 인근 지역의 경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접근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개발의 경우 지분 등에 끼어 있는 거품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지적이 상당하다. 따라서 분위기가 꺾일 경우 지분 값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매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매는 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한 분야다. 그만큼 시장이 좋을 때는 입찰자들이 몰려 낙찰가율이나 낙찰률 모두 치솟지만 최근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에 입찰자도 적은 데다 낙찰가율도 결코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유찰도 많아 잘만 고르면 감정가보다 훨씬 싼 값에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경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또 다른 기회 오나… 어떻게 대처할까?
올 들어 아파트 경매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9%로 전년 동기의 92.8%에 비해 3.8% 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기존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강북권의 경우 강세를 보인 반면 강남권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강남권에서는 저가 낙찰 사례가 적지 않아 지난 5월 29일 경매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60㎡형은 감정가(26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0억5천1백만원에 낙찰자가 선정됐다. 낙찰가율이 79%에 그친 것이다. 같은 달 9일 경매가 진행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8㎡형도 감정가(12억5천만원)의 72%인 9억2백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남권의 이 같은 약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도세나 종부세와 같은 세 부담을 들 수 있다.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상승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것도 유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선보인 강남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상당수가 한두 차례 유찰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올 들어 치솟고 있는 금리도 투자자 입장에선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당분간 90%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요자들에겐 분명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낙찰가율이 문제다. 시세 하락이 계속될 경우 급매물이 경매보다 더 저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매는 매 유찰시마다 20%씩 최저입찰가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한 차례 유찰되면 감정가의 80%가 최저입찰가가 되고 다시 한번 유찰될 경우 감정가의 64%가 된다. 즉 감정가격이 5억원짜리라면 최저입찰가는 3억2천만원이 된다.
이때 입찰시에는 관련 세금과 수수료 등 제반경비가 7~8%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적정 가격을 써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여건이라면 최소 시세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에 낙찰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는 전제조건하에 앞으로 가격이 더 내려간다고 가정할 때 낙찰가율을 높이는 것은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금리의 경우 수요와는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반전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부 규제 완화 시그널을 현실화시키더라도 그 효과가 하락폭을 다소 둔화시키는 데 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좀처럼 대기 수요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데다 신규 물량 중에 광교신도시나 판교신도시 등과 같은 최적의 입지 여건을 자랑하는 사업지가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미분양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점에서 수요자들은 분양 조건과 가격 상승 여력 등을 충분히 감안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 / 문성일(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