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불규칙한 수입을 월급쟁이처럼 쪼개서 생활하는 습관키워”
최근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자녀교육과 노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등 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이 마련한 ‘독자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는 재무 설계를 신청한 독자 중 매달 한 쌍에게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자영업자 조규천·양수정씨 부부다.
조규천씨 부부는 30대 초반 함께 봉제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후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한때는 수입도 좋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류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면서 수입도 줄고, 당장 내일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하는 신세가 됐다.
Section 1 재무 분석 첫 번째 목표는 부채 상환
이 가정의 첫 번째 목표는 부채 상환이다. 그 다음 사업자금, 노후자금, 마지막으로 자녀들의 결혼자금 마련 순으로 꼽았다. 그런데 분석을 하면서 더 시급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마이너스대출’이 문제였다. 지난 1년 동안 마이너스대출 3천만원과 보험회사의 약관대출 6백만원을 합쳐 3천6백만원이라는 새로운 부채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신용대출이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양수정씨는 “수입은 줄어드는데, 부채만 계속 쌓여서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려는 생각은 있지만 그 다음에 대한 해답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수입은 평균 월 4백만원 정도. 수입 자체가 적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매월 금융이자, 교육비, 생활비를 포함해 6백만원 정도가 지출되고 있었다. 거기에 월 2백만원의 새로운 부채가 늘어가고 있다. 부부는 6억원 상당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 운용이 불가능하다.
“아파트 매매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집을 파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중학교 다니는 두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교육만큼은 남들처럼 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동안 피땀 흘려 번 돈은 집을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시키는 데 모두 들어갔다. 내일모레 50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노후에 대한 걱정은 고사하고 당장의 경제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규천·양수정씨 부부의 자산과 부채 현황 (단위: 만원)
자산
6억원
아파트 6억원
거치식펀드 9백만원
공장설비 1천만원
공장임차보증금 1천만원
계 6억2천9백만원
부채
주택담보대출 6억원
마이너스대출 3천만원
약관대출 6백만원
부채계 9천6백만원
순자산 5억3천3백만원
Section 2 때론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다
일단 지출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 현재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는 보험료와 생활비 그리고 대출금 이자부터 줄여야 한다.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소득인정비율) 조건이 충족되므로 우선 담보대출을 받아 마이너스대출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인다.
그 다음 내년 4월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이 충족되면, 아파트를 처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전세로 옮긴다. 남는 자금은 그동안 집 장만 때문에 미루어왔던 여러 재무 목표를 하나씩 실천한다.
우선 돈의 일부는 3년 뒤에 닥칠 큰아이의 대학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고 둘째, 부부의 노후를 위해 일부를 떼어놓는다. 셋째, 여기서 또 남는 자산은 새로운 소득이 될 수 있는 곳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부부의 월 소득은 한 사업장에서 같이 일해 버는 수입치고는 너무 적다. 따라서 부인의 희망대로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시나 각 구청 등에서 주최하는 무료 창업 교육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조언을 얻는다면 초기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집은 노년을 대비해 서울 근교로 정하고 지금부터 새로운 주택 마련 계획에 돌입하면 된다.
Section 3 수입에 규칙성을 부여하라
자영업자의 최대의 적은 ‘불규칙한 수입’에 있다. 이 부부 또한 전형적인 자영업자의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계절을 타는 의류사업 특성상 최저 수입 월인 11~2월(4개월간)의 수입이 최대 수입 월인 3, 4월과 10, 11월의 1/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수입의 굴곡이 심하다. 이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가정경제 안정의 지름길이다.
“저는 이런 불규칙한 수입에 지쳐서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이런 가정일수록 수입이 일정한 샐러리맨 가정보다 지출이 훨씬 커진다. 즉 수입이 적은 달에 긴축하고 움츠렸던 소비가 수입이 많은 달이 되면 풍선 터지듯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수입의 전부를 2주 만에 모두 소비하는 가정도 있다.
이들은 매월 수입이 많든 적든 본인 스스로가 예산통장(CMA)을 만들어 매달 4백만원만 넣고 가계부를 작성해 결과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수입이 많은 달에도 절대로 4백만원을 초과해 지출하면 안 된다. 따라서 내 스스로가 사장 겸 근로자가 되어 4백만원 월급쟁이가 되는 훈련을 최소한 1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습관’이 된다면 불규칙한 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ection 4 회사와 가정의 재무 분리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
이 부부의 또 다른 문제점은 회사와 가정의 재무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경리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금 관리와 통제가 어렵고, 업무용으로 썼는지 개인적으로 썼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회사업무용 통장’과 ‘개인 통장’을 분리해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에서도 한 달간의 근로자 임금과 수입·지출을 금전출납부를 통해 작성하고, 미리 예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개인 사업을 하는 조규천·양수정씨 부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게 된 원인은 수입이 높은 달의 수입 규모를 생각해 언제든지 수입을 높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소비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규칙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일정한 지출을 계획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런 습관이 6개월 정도 지켜지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여러 목표들을 차근차근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김민주기자 ■글/윤희권(YOON'S FPG대표) ■사진/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