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라면 쏟아지는 급매물 주목할 것, 단 추격 매수는 금물’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작업 소식과 잇따르는 미국발 금융 쇼크로 어느 때보다 경제 분야에 기복이 심한 한 달이었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부동산시장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 미국 월가의 쇼크가 국내시장에 파장을 몰고 오지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시점에 적절한 부동산 투자 자세를 살펴본다.
이처럼 규제 완화가 단행되면서 그동안 장기 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부동산시장을 외면해온 투자자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높은 금리와 함께 거시적 변수가 남아 있어 이들 투자자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특히 리먼브라더스 파산, 메릴린치 매각, AIG 구제금융 등 미국 월가의 쇼크가 몰고 올 파장도 만만치 않아 관망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같은 각종 변수에 따라 투자자들에겐 ‘시간과의 싸움’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타이밍’을 언제 잡느냐가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시점을 맞추기 위해 눈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파장 예상돼
통상 부동산시장은 정책, 금리, 거시 3대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이전에는 수급과 함께 정책 변수 비중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투자 대상과 범위, 시기 등은 정책 흐름에 따라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참여정부 당시 발표된 10·29대책이나 8·31대책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요동쳤던 시장은 이들 정책에 의해 가라앉았고, 한동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파괴력이 상당했던 것이다.
이는 MB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8·21대책이나 9·1세제 개편에 이어 9월에 나온 서민 대책과 세제책 등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 표면적으로 정부는 수요 확대보다는 공급을 늘리고 보유 부담을 줄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과 관련해 기존 서울, 과천, 5대 신도시 외에 수도권 대다수 지역과 지방까지 거주 요건을 추가한 것도 궁극적으론 수요 확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1가구1고가주택자에 대해선 거주에 따른 세금을 대폭 완화해주는 등 보유세에 대해선 유연하게 대처하는 분위기다. 물론 장기 거주와 같은 실수요에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 쇼크는 앞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투자시장 자체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재 주택 시장은 조정 형국
일각에선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가 조기 반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한 변수를 감안하면 아직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고선 시장에 나도는 ‘조기 반등설’ 기대는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가 그렇다. 강남은 이미 큰 조정을 받아온 데다, 규제 완화라는 호재를 안고 있어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 그렇더라도 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를 감안하면 큰 폭으로 재상승하긴 어렵다.
결국 주택시장은 현 상황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를 두고 봐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일시적 조정’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장기 침체로 가는 수순’으로 해석해야 할지 여부다. 외형상 현재 주택시장은 조정 형국을 잇고 있다. 국지적이면서도 일부 순환 형태의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장기간 거래 공백에 따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대외적 환경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단순히 숨 고르기로 보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의견이다. 그만큼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가 오를지, 내릴지는 의미가 없다. 다만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소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비강남권 소형의 상승 여파가 여전한 만큼, 하반기 수도권 주택 가격의 제한적 소폭 상승을 예측해볼 수는 있다. 물론 이 같은 전망도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정책에 따라 강남·강북 희비 엇갈릴 전망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을 감안하면 시장에선 자연스럽게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이 생길 수 있다. 즉 정부 정책에 따라 ‘뛰는 아파트’가 나오는가 하면, ‘기는 아파트’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온 아파트가 내리막을 탈 공산이 크다. 반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아파트는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하락세를 탈 곳은 어딜까. 현재로선 당연히 서울 강북권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역 아파트는 전체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지난 2006년 가을 이후부터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채 2년도 안 돼 배 가까이 오른 아파트도 다수에 이를 정도다.
의정부나 양주 등 수도권 북부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강북권을 추격하며 호가를 올렸다.
반대로 전체 가격 하락을 주도해왔던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묵동 등의 아파트 값은 지속돼오던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는 강남 일대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들이 비상하는 데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다만, 용인을 비롯한 수도권 이남은 상황이 다르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와 관련, 없었던 거주 요건이 추가된 데다 입주는 물론 공급 물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연말부터 시작될 판교신도시 입주는 분당신도시를 포함해 일대 아파트 값 하락을 재촉할 수 있다.
하반기 부동산 대책 어떻게 대처하나
정책적으로 하반기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대책은 역시 세제 분야다. 그만큼 전략을 짜는 것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주택자에 대한 고가주택 기준 상향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양도소득세율 인하 등 집중적인 양도세 혜택이 부여됐지만 단기적으로 고가주택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글로벌 주택 가격 하락, 금리 급상승, 보유세 부담, 투자심리 위축, 거시경제 침체 등의 악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세 경감 혜택을 누리기 위해 관련 세법 시행 이후까지 고가주택 매도를 미룰 공산도 크다.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보다 증여세 부담이 덜해 매도보다는 증여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시세가 하락할 경우 양도차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양도세 혜택분과 시세 하락분 등을 감안해 유리한 조건을 선택해야 한다.
또 일반 토지나 건물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연 3%, 최대 30%(10년 이상 보유시)로 변동이 없고 2~3주택 보유자들은 최종 매도분 한 채를 제외하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아예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1가구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에 따른 전략도 필요하다. 일단 거주 요건이 추가되는 지역, 즉 경기와 인천 일대를 비롯해 일부 지방에서는 집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법 시행일 이전에 매입하는 것이 낫다.
다만 이때도 투자가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 실거주에 좋은 요건을 충족할 만한 지역이나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 더욱이 원정 투자는 양도세 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상속세와 증여세율 인하다. 9·1세제 개편에 따라 상속·증여세율은 현행 10~50%에서 6~33%(2010년)까지 줄어든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대출금이나 전세 보증금을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가 종전보다 불리해졌다.
다주택 보유자가 증여할 때 보통 살던 집 외의 주택을 자녀 등에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출금이나 전세보증금을 안고 증여하는데, 이들 대출금이나 보증금은 증여가 아닌 양도로 보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50~60%)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만큼 부담부 증여보다는 단순 증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관련 세 부담액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게 좋다.
지역 선별은 매우 중요한 투자 요건
투자자나 실수요자 모두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단 매수 타이밍은 두 가지로 나눠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경우 굳이 서둘 필요는 없지만, 쏟아지는 급매물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추격 매수 형태의 투자는 금물이다.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앞으로 나올 추가 대책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재건축을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경매로 나오는 물건까지 두루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사업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재건축 단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8·21대책을 통해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키로 한 조치는 투자자들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자금 확보 여력이 떨어지는 투자자의 경우 보다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10%에 육박할 정도로 금융 부담이 큰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가급적 공급이 많은 곳에서 발생한 미분양도 이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광교신도시 인근처럼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비싼 곳들은 현재로선 금물이다.
매입 시점만큼 중요한 것이 되파는 시기다. 이에 대한 시기 조절은 필수 요건이다. 즉 매수시 매도 타이밍까지 고려한 투자가 선결돼야 한다.
충분한 자기 자금으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수요자가 아니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 정부의 세제정책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야심은 일단 접는 게 좋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가 매도 타이밍을 잘못 잡게 되면 적지 않은 금융 비용 때문에 시세가 올랐더라도 오히려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번 것처럼 느껴진 시세차익보다, 지출한 이자비용이나 관련 세금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선별은 매우 중요한 투자 요건이 된다. 투자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수도권 외곽 지역만을 고집할 경우 남는 것 없이 시간만 낭비한 채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있어서다.
■글 / 문성일(머니투데이 기자) ■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