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쇼핑하듯 쉽게 생각하면 큰일 나요.
꼼꼼하고 신중하게 기업의 ‘가치’를 따져봐야 합니다”
요즘처럼 세계 경기 침체와 국내 주식 시장의 폭락 속에서도 여유 있는 웃음을 짓는 사람이 있다. 바로 4년 만에 1만%의 수익률을 달성해서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는 김정환씨(40)다.
워렌 버핏의 가치 투자를 그대로 따라 했죠
당시 그가 가진 돈은 결혼 후 마련한 전세 자금 7천만원이 전부였다. 그는 부모님과 살림을 합친 후 전셋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뒤, 7천만원의 전세금은 어느새 1백억원 상당의 자산으로 변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그에게 일어난 것일까. 그의 투자 방식은 세계적인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인 ‘가치 투자’였다.
“저에게는 주식 투자를 할 때 세 가지 평가 기준이 있어요. 사실 그 기준은 제 방식이 아니라, 워렌 버핏의 방법이죠. 첫 번째 자산 가치, 두 번째는 성장 가치, 세 번째는 배당 가치죠.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초보 주부들도 일주일만 열심히 공부하면, 충분히 가치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자산 가치’는 기업이 가진 유형(건물과 부동산) & 무형(브랜드 가치, 특허권 등) 자산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는 ‘주당 순자산(BPS)’으로, 회사 장부에 적힌 자산의 총액을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주당 순자산이 현재 주가보다 높을 때 그 기업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주식이 1만원인데, 그 기업이 가진 부동산의 자산만 따져봐도 주당 5만원을 호가하는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 회사가 망해도 주주들은 주식의 가치보다 더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성장 가치’는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투자금 등으로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있는데, 이 두 가지 지표가 계속 늘어가는 회사는 성장하는 기업이므로 투자 가치가 있다.
‘배당 가치’는 주주들에게 얼마만큼의 배당을 줄 수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준다는 것은 이미 회사가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회사들은 회사의 가치와 영업이익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를 ‘투자의 귀재’로 만들어준 방법은 바로 이 세 가지 가치 투자 기준이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가치 투자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최근에 그동안 가치 투자로 성공한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펼쳐냈다. 책의 제목은 「젊은 주식 부자의 이기는 투자법」이다.
그에게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노하우를 공개하는 게 아깝지는 않느냐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돼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섣불리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그는 안타깝다.
“주식을 물건 쇼핑하듯이 쉽게 사면 정말 큰일 납니다. 그동안 소중하게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어요.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위치, 학군, 교통 등을 꼼꼼하게 따져 고르면서 왜 주식은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쉽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펀드 역시 마찬가지예요. 펀드 운용 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해주지 않아요. 시장 흐름에 대한 판단은 자기 자신이 해야 되거든요.”
그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사고파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년간 270배가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20년간 보유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주식을 부동산처럼 10년, 20년을 보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러나 주식과 펀드의 투자금이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는 ‘환매’에 대한 유혹을 참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폭락장에서 여유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본업이 따로 있어야죠. 본업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이 없다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조급하겠어요. 내 직업을 통해 열심히 일을 하고, 주식은 투자한 회사의 주인이 잘 운영해주길 바라는 거죠?”
김씨 역시 전업 투자자는 아니다. 그는 2007년 설립한 ‘밸류 25’라는 자산 관리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최소한 2년 이상 묻어두는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 또 그는 펀드 역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적립식 투자를 권하며, 특히 장기 투자에는 ‘변액 보험’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추천한다.
내 목표는 한국의 워렌 버핏이 되는 것
1가구 1펀드 시대가 시작된 뒤, 주가 폭락으로 전 국민이 반 토막 난 투자 수익률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는 요즘, 그에게 펀드를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물었다.
“작년에 펀드 가입한 사람이 정말 많죠. 특히 중국 펀드. 제 고객들에게는 9월에 강제로 환매 하라고 권유했어요. 그 이유는 지난해 가을, 중국은 거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은 투자를 반대로 해요. 가장 높은 시점에서 사고, 가장 낮은 시점에서 팔죠. 주식은 언제 오를지 모르는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지금은 주식 투자에 신중해야 하지만 2, 3년의 기간을 두고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는 계속 투자하길 권하고 싶어요.”
김씨는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이 곧 주식의 성장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경제가 발전함과 동시에 주식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침체된 주식시장 역시 빠르면 내년 1/4분기 안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금융 위기는 미국의 발 빠른 구제금융 정책으로 6개월 이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4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는 국내 주식시장도 함께 올라가겠죠.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국내 경기와 주식시장에 좋은 흐름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 같은 이유로 그는 주가 폭락으로 패닉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이 바로 투자의 적기’라고 외친다.
마지막으로 그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한다. 책, 세미나, 강의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하기 전에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자신이 존경할 수 있을 만한 ‘멘토’를 옆에 두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33세에는 10억원을 버는 것이 목표였던 김정환씨. 하지만 지금은 그 목표를 수정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한국의 워렌 버핏’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부유함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나누면서 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부자 김정환의 꿈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