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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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의미를 가르치는 환경학교가 있다. 실제로 자연을 보여주고, 자연에 대해 올바로 알게 하고, 인간과 생태계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방향을 잡아주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환경학교를 찾았다.


“환경을 바라보는 눈이 곧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관으로 연결됩니다. 환경교육은 인성과 가치관을 만드는 교육입니다”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친환경 공간 남이섬을 100% 활용한 환경학교
‘환경’은 누가 들어도 ‘지켜야 하는 것’,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또 환경 타령이냐”고 말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로 ‘환경’을 가져다 붙인 단어도 많이 생겼고, 사회단체도, 각종 프로그램도 남발되고 있지만 정작 환경은 더욱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 그만큼 올바른 생각을 갖고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증거다. 나, 내 아이 그리고 그 다음 아이가 이 땅에서 계속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할까. 내 아이가 당장 어떤 것을 실천하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환경교육이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공기가 다르다. 가을볕은 적당히 따뜻해서 바깥에서 뭔가를 하기에는 딱 좋은 날을 제공한다. 우리가 남이섬이라고 부르는 곳은 비자를 구입해 들어가야 하는 독립 국가다. 나라 이름은 ‘나미나라 공화국’. 통통통 배를 타고 10분도 채 못 돼 내린 ‘나미나라 공화국’에는 환경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남이섬 환경학교가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 입구 오른쪽에 환경학교가 있어요. 천천히 쭉 들어오세요.”
기자가 곽태성 선생님에게 전화했을 때는 사실 취재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았지만, ‘그 즈음’이라고 말했던 시간보다 이미 한참 지난 뒤였다. 그런데도 천천히 걸어서 찾아오라니, 얼른 최대한 빨리 도착하라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

‘자연과 더불어’라는 컨셉트의 ‘나미나라 공화국’은 사방으로 펼쳐진 잔디밭에 시원스레 늘어선 나무,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청설모가 있는 곳이었다. 평소 서울에서 걷던 것처럼 앞만 보고 걸음을 재촉하기에는 곳곳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밭에도 앉아보고 싶었고, 나무 그늘 밑에도 서보고 싶었다. 올가을 빨간 단풍을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이었다. 곽 선생님이 천천히 찾아오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쓰레기 소각장은 재활용센터로, 동물원 축사는 ‘이슬 정원’으로
이곳, 남이섬 자체가 환경과 문화·예술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만큼 우선 섬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돼 있다. 환경 보전과 자원 재활용을 테마로 한 친환경 공간인 남이섬 곳곳에는 자연을 만지고 재활용을 통해 예술을 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는 여기 상주하고 있으니까 매일 나무도 보고 자연과 함께하는데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생활을 하잖아요. 주말에 가족들이 와서 잔디밭에 누워 있기도 하고, 같이 야구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아이들이 마음 놓고 그렇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남이섬 곳곳을 둘러보는 것은 환경학교 체험 프로그램에도 들어 있는 교육 코스다. 과거 쓰레기 소각장으로 운영되던 것을 재활용센터로 탈바꿈시킨 ‘남이섬 재활용센터’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환경교육장’으로서 교본이 된다. 여기서 분류된 소각재는 도자기공예를 위한 도예공방으로 보내지고 소주병, 맥주병 등 폐 유리는 고급 유리공예품을 제작하는 유리공방으로, 폐 목재는 목공예공방으로 보내져 남이섬의 각종 문화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원숭이 동물원으로 사용하던 축사를 헐어 폐 자재를 재활용한 조형물로 전시관을 만든 ‘이슬 정원’은 메타세쿼이아 길 초입에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 이름처럼 예쁘게 반짝이는 벽면은 남이섬 안에서 소비되고 있는 소주병과 소각재로 만든 벽돌을 사용했고, 하얗게 부서지는 물을 뿜는 분수대는 샤워기를 재활용한 것이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생태벨트를 통해 남이섬의 건강한 생태계를 배우게 되고 연못의 생김을 알고,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다.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백날 얘기하지만, 사실 자연에 대해 느껴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아이는 함께 사는 법에 대해 알고 싶어 할 리가 없다.


몸으로 습득해야 하는 자연 감수성
남이섬 환경학교는 보다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2006년 9월 문을 열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일일 체험 환경학교, 계절별 테마 환경캠프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학교를 거쳐 갔다. 그리고 단순히 환경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니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아이들은 특히 체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그것을 집에 가져가면서 굉장히 즐거워해요. 거기에 내용이 더해지면 반응이 확실히 오죠. ‘앞으로 이것만은 꼭 지켜야지’라고 마음먹는 것 같아요.”
일일 체험의 경우 체험 시간이 짧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의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할 때가 많단다. 다만 일회성이 가진 한계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한번 습득한 것을 계단식으로 올라가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이곳에서의 환경교육은 아무리 훌륭하고 수준 높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속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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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프로그램이나 캠프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도 제한이 있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시민단체 등이 연계해 지속성과 체험 노하우를 묶어 가져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학교로 들어간 ‘환경’ 교과는 교실 안에만 갇혀 있고, 바깥에 돌아다니는 ‘환경’ 교육은 상업적 체험 프로그램 속에 파묻혀 변질되기도 한다. 환경교육 자체가 역사가 짧은 데 비해 특히 우리나라는 환경문제가 일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꾸로 환경교육을 도입한 경우라 아직 제대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중·고등학교에 정식 과목으로 들어 있는 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릴 때 교육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 시기에는 거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때니까요. 어린 시기에 형성된 인성과 감성이 어른이 됐을 때까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부터 환경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일수록 이론보다는 몸을 통해서 느끼게 하는 것이 좋고요. 그래서 도덕, 윤리, 체육, 환경과 같은 분야는 어릴 때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곽태성 선생님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환경과 관련된 것들은 특히 습관에 기인한 것이 많기 때문에 저절로 부모의 행동과 습관을 보고 따라 하게 되는 것. 결국 부모들이 먼저 하나라도 정확하게 알고, 배우면서 하나씩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은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다
결국 환경교육은 세계관에 대한 교육과 일맥상통한다. 지구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에 나오는 ‘환경문제는 윤리적인 문제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의 관점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이제껏 같이 연결돼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나와 환경’이 아닌 하나로 통일된 ‘우리’로 생각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문제에 있어서 자연과 나를 같이 끌어안고 건강한 관계로 가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다른 나라도, 다른 가치관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환경을 보는 눈이 바로 세상을 보는 눈이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렇게 생명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알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환경교육입니다.”

생명 모두는 소중하다는 것, 생명의 가치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음으로 깨달아야 할 이야기이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줘야 할 가치다. 인성과 가치관을 만드는 환경교육, 환경교육이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이유다.


남이섬 환경학교 체험 프로그램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환경학교 곽태성 선생님에게 듣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

1 재활용 유리공예 공병보조금제도에 해당되지 않아 수거되지 않는 공병을 재활용한다. 병을 컵 모양으로 가공한 후 고화도안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다음 전기 가마에 구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멋진 유리 용기를 만들어보는 재활용예술 프로그램이다(굽는 시간 30분 포함해 약 60분 소요).
2 나무액자공예 남이섬에서 나무를 가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 목을 가져다 재활용하는 것으로 잘게 다듬어진 폐 목칩을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받침대 혹은 나무액자 등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체험시간 약 30분).
3 천연 허브비누 만들기 코코넛 오일과 팜 오일로 이루어진 천연 비누 베이스에 천연 허브 오일 등 기능성 자연 재료를 첨가해 피부에 자극이 없는 천연 허브비누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굳히는 시간 30분 포함해 약 60분 소요).
4 나무 오브제 꾸미기 버려지는 나뭇가지와 잘게 다듬어진 나무 칩을 이용해 30x30cm 크기의 캔버스를 꾸민다. 가족 혹은 친구들이 함께 공동 창작을 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체험이 끝난 후 집으로 가져가 걸어놓으면 훌륭한 재활용 예 술작품이 된다(체험 시간 약 60분).
5 남이섬 생태벨트 탐방 남이섬 재활용센터, 이슬 정원, 초록공방, 녹색체험공방, 노래박물관 등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는 남이섬의 생태적인 공간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체험 시간 약 40분)
6 에코밥상(유기농 밥상 체험) 건강한 먹을거리 체험 프로그램으로 환경운동연합의 실천운동 단위인 에코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에코밥상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된다. 환경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히 주문된 메뉴로 준비된다(체험 시간 약 60분).
7 에코캠프 남이섬 환경학교에서 준비한 숙박형 환경 체험 프로그램으로 게르(Ger), 혹은 파오라고 불리는 몽골 지역 가옥 형태의 별장에서 숙박을 하며 환경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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