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법

이것이 부동산이다

집주인과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법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나, 이쯤에서 사야 하나


집을 내놔도 팔리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이조차 없다. 그만큼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분위기다. 반대로 생각하면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것도 염두에 둘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때 28억5천만원을 기록한 바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226㎡가 무려 8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한때 28억5천만원을 기록한 바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226㎡가 무려 8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카드에도 불구하고 침체 국면의 부동산시장이 좀처럼 반전의 기미가 없다. 재건축 규제 철폐를 비롯해 각종 세 부담 완화에 이르기까지 규제 완화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불신보다는 시장을 둘러싼 제2, 제3의 변수들이 많아서다. 그만큼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금융시장 불안은 전체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집주인들도 고민이 많다. 담보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중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매월 내야 할 이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비해, 집값은 연일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집주인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금리 강세-집값 약세’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으로 인해 담보대출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칫 개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까지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산 붕괴로 인한 부실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끝 모를 집값 하락세
그 사이 집값 하락은 본격화되고 있다. 매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매수 관망세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강력한 하락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매가를 기준으로 보면 하락 폭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세를 제공하는 정보업체들의 데이터상으로는 올 들어 집값 하락폭이 평균 5%대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폭이 훨씬 더 크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경우 20~30% 가량 폭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직접 거주보다 투자 목적 수요가 많은 지역과 단지일수록 하락 폭이 더욱 심하다.

실제 한때 3.3㎡당 4천만원을 향해 치닫던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경매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근 3.3㎡당 2천만원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고층 단지는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3㎡당 2천5백만원이 이미 무너진 상태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의 경우 3.3㎡당 2천7백만원대까지 빠졌다. 이 아파트는 올 초 감정가만도 3.3㎡당 4천만원을 훌쩍 넘어, 최고 4천5백만원 선에 달했다.

분당 신도시는 더 심하다. 3.3㎡당 2천만원대를 지켜오던 이매동과 수내동 등은 최저 입찰가격이 3.3㎡당 1천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상황에 따라선 3.3㎡당 1천만원 이하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낙찰가를 놓고 보면 지난 2006년 11억5천만원까지 치고 올라갔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의 경우 8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수년간 ‘10억원’으로 통했던 은마아파트의 가격 저지선이 올 들어 9억원으로 밀린데 이어, 경매시장에선 이조차 무너진 것이다. 이 아파트 113㎡도 마찬가지여서 감정가(12억5천만원)보다 2억원 이상 싼 10억3천만원대에 낙찰됐다. 이는 2006년 최고 거래가인 13억5천만원보다 3억원 이상 싼 값이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250~300명에 달하는 경매 참가자로 붐비던 법정이 한산한 모습이다. 경매 물건은 평상시의 2배 이상이었지만, 입찰자 수는 턱없이 줄어들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경기가 좋았을 때는 250~300명에 달하는 경매 참가자로 붐비던 법정이 한산한 모습이다. 경매 물건은 평상시의 2배 이상이었지만, 입찰자 수는 턱없이 줄어들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최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226㎡는 19억3천6백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6년 28억5천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낙찰가로만 보면 8억원 이상 낮은 값이다. 타워팰리스는 일반 아파트보다 층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가파른 내림 폭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통상 경매 낙찰가는 부동산 경기 후행 지수로 통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황 시기엔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경매시장에서의 낙찰가격이 적정 투자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거래가의 지속적인 하락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고된 은마아파트 101㎡ 실거래가는 8억6천5백만원. 경매 낙찰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자산 디플레이션 공포 확산
집주인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집을 내놔도 팔리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이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산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가격 하락 때문이다. 부동산 장기 불황과 소비 부진, 기업 도산 등 복합 불황으로 인해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는 집주인뿐 아니라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담보 대출자들의 자산가치 하락은 자칫 금융권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악의 경우 담보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불행하게도 일부에선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중 은행보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지키지 않고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이미 대출금 미회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저축은행은 2년 6개월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 빌려준 16억4천만원의 담보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자,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대출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22억여원으로, 저축은행 입장에선 나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만기 도래 시기의 이 아파트 시세는 16억원에 불과했다. 대출금보다 4천만원이나 싼 값이다. 이 아파트는 최근 15억1천만원에 낙찰됐다. 대출금보다 1억3천만원이나 싼 금액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규모의 부실채권을 그대로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들은 시장이 활황세이던 2, 3년 전만 해도 LTV에 상관없이 시세의 80~90%까지 담보대출을 해줬다. 문제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담보대출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담보대출비율이 시세를 초과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집주인이 상환 능력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대출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 해당 금융권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A저축은행과 같이 낙찰가액이 채권청구액을 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매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3백92건이던 채권청구액 이하 낙찰가액 사례는 9월 중 4백7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는 5백 건을 초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가계 부실이 금융권 부실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집주인 한번 더 죽이는 고금리
집주인을 더욱 옥죄는 것은 ‘금리’다. 빚 없이 자기자금을 활용한 집주인은 그나마 낫다. 시중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고(高)금리와 가격 하락이란 두 가지 악재를 함께 떠안아야 한다.

적잖은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떨어져 자산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투매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도 수요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5년 10월 이후 꾸준히 올랐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달 0.25%포인트 인하됐지만, 시장 금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보다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대 금리를 기준으로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은행별로 0.1%포인트 안팎 올랐다.


현재의 일반 주거 지역의 최고 층수 제한이 풀릴 경우 호재를 안을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 단지.

현재의 일반 주거 지역의 최고 층수 제한이 풀릴 경우 호재를 안을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 단지.

집주인, 어떻게 대처하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복잡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높은 경우 현 시점에선 매도하는 것이 낫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자 부담을 일정 부분 견딜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다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앞으로의 집값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한다.

집을 판 이후에는 전세 등에 살면서 처분 금액의 나머지 자금을 연 1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되팔 때를 감안해야 한다. 즉 가급적 환금성이 좋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이와 달리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낮다면 대출금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다른 예금 상품에 가입해 있다면 상호간의 금리 차를 고려해 대출을 우선 갚아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뀐 제도 활용하기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현 시점에서 가장 올바른 대응법은 바뀐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매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요자라면 9·1 세제개편에 따라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이 매도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가 주택의 경우 이 조치에 따라 수천 만원의 양도세를 줄일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집주인들이 싼 값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아직 관련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최고점에서 20~30% 이상 내린 물건도 일부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해당 중개업소 등에 급매물보다 싼 값에 매입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것도 염두에 둘 만하다. 중대형의 경우 양도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따라 불경기가 지나면 다시 인기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형 강세와 달리 중대형의 경우 하락 폭이 크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어서다. 활황기에 중대형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또 한번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규제 완화 추진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각 지자체들도 관련 작업에 한창이다. 가장 큰 명분은 거래 활성화와 함께 공급 확대에 맞춰져 있다.

재건축과 관련해선 이미 정부가 8·21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절차 완화를 비롯해 후분양제 및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 폐지를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 2종 일반 주거 지역의 경우 종전 최고 15층까지인 아파트 층수를 평균 18층으로 완화키로 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2종 일반 주거 지역에서 아파트 층수는 최고 25층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도 이 같은 범위 내에서 인·허가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더 화끈한 카드를 꺼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시는 현 조례상 평균 16층으로 제한된 2종 일반 주거 지역에 최고 층수를 대폭 올리기로 하고,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강남권에선 강남구 개포 주공과 강동구 고덕 주공, 송파구 가락 시영 등이 호재를 안게 된다. 용산구, 성동구 등지의 재개발 사업지들도 마찬가지다.


글 / 문성일(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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