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그 후 수요자의 대처법
지난 11월 13일 헌법재판소는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에서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다. 이로써 MB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작업은 완료 단계에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 6번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정확한 전망이 필요한 때다.
“풀 수 있는 것은 죄다 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요자들의 선택이다.”
MB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작업이 완료 단계에 왔다. 출범 10개월 만이지만, 실제 규제의 빗장을 풀어헤친 기간은 고작 5개월이다. 출범 전부터 부유층 중심의 정책을 펼 것이란 지적 때문에 서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상당했지만, MB정부로선 그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서민·중산층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반기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쇼크의 영향이 너무 컸다. 가뜩이나 건설 기업들이 무더기 부실 조짐을 보이며 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불어닥친 금융 쇼크는 “머뭇거리다 자칫 전 세계적인 불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던 것이다.
규제 완화는 거의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당초 ‘6.11 지방미분양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규제 완화는 단계별로 조절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8.21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9.1 세제개편’을 내놓더니, 9월 15일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가 전해지면서 추가 대책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9월에만 ‘9.19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과 ‘9.23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2개 대책이 추가됐고, 10월과 11월에 각각 ‘10.21 건설사 지원방안’과 ‘11.3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 등이 발표됐다. 여기에 지난 11월 13일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은 덤이다.
규제 완화 범위도 전방위적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건축과 세제 부분이다. 물론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나왔다. 실효성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은 거의 없을 정도로 정부 입장에선 상당 수준의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남, 규제 장벽 완전 철폐
참여정부 당시 각종 부동산 규제 대상의 중심이 강남에 맞춰졌듯이, MB정부의 규제 완화 역시 강남이 주 타깃이다. 그만큼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들에겐 잇따른 규제 완화가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은 호재가 될 수 있다.
MB정부가 이처럼 강남을 규제의 숲에서 구해내려는 이유는 가장 확실한 지지층에 대한 배려와 함께 수요의 핵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강남 주민들의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게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재건축에 대한 규제의 빗장은 대부분 풀렸다. 8.21대책을 통해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와 일반 공급분 후분양 의무조항을 각각 폐지했다. 같은 대책에서 기존 2회인 안전진단 절차를 1회로 줄이는 동시에, 판정기준 실시시점도 정비계획 수립 후에서 수립 전으로 앞당겼다. 종전 최고 15층까지인 2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층수를 평균 18층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함께 나왔다.
이어 11.3 대책에서 용적률을 법정한도까지 완화하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조정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이들 대책으로 강남 중층 재건축 아파트가 상당한 수혜를 입게 됐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같이 용적률 한계로 1:1 재건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던 단지들의 사업성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소위 ‘부유세’로 불렸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정부 조치와 헌재의 결정은 강남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다. 정부는 9.1 세제개편에서 재산세와 종부세에 공정시장가액을 도입해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관련 세금을 탄력적(±20%)으로 조정키로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헌재는 종부세 자체에 대해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주요 과세 조항인 세대별 합산과세와 거주 목적 1주택자 장기보유 과세 등은 위헌이거나 헌법 불합치로 결정했다. 이들 조항은 종부세 존립 목적과도 같다. 따라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부세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보유 주택을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거나 공동명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종부세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거나 경우에 따라선 아예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헌재의 이번 결정은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투기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종부세 찬성론 측에선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부세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고가주택의 과다 보유에 대한 안전장치를 사실상 해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그동안 종부세를 반대해온 측에서는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과세 대상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책적 호재 불구, 시장 반응은 반대(?)
이처럼 잇단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을 맞고 있다. 그만큼 강남을 중심으로 분포된 고가 아파트들의 경우 많은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도 양도세나 보유세 등 관련 부과 세금은 상대적으로 푼돈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이유로 강남 일대 여유층을 중심으로 당장 매도보다는 시장 회복시까지 팔지 않고 관망하려는 보유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규는 물론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어 시장이 표면적으론 ‘매도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며 호가도 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이 같은 예측과는 정반대 양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는 집값 변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8.21 대책부터 11.3 대책까지 총 6번의 부동산대책이 쏟아졌지만, 그때마다 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8.21 대책 발표 이후 2주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6%를 기록했다. 이후 9. 1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0.17%를 보인 데 이어, 9.19 대책 때는 -0.21%, 9.23 종부세 개편안 때는 -0.26% 등 갈수록 하락 폭이 커졌다. 10.21 대책 발표 이후 2년 동안에도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은 -0.68%를 기록,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당시 서울(-0.77%), 신도시(-0.77%), 경기(-0.52%) 등이 모두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9.23 종부세 개편안 당시까지만 해도 매매가 변동률이 강보합세를 유지했던 인천(-0.64%)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11.3 대책 발표 이후도 마찬가지여서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은 -0.45%를 나타냈다.
시장 안팎 불안감 여전, 수요자 판단이 관건
이처럼 잇단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냉담한 이유는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를 필두로 실질 구매력 감소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후유증,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당 기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이 실속 챙기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경기 침체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매물이 회수되더라도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폭을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하락세 자체를 멈추기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분양시장 역시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비싼 중대형의 경우 여전히 수요자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매수세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집부자’에게는 종부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다주택자 중과 규정으로 저가주택 역시 신규 투자수요가 발생하긴 아직 역부족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시장에는 ‘제2의 쇼크’가 닥칠 것이란 예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중심으로 한 1차 하락에 이어 제2차 하락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2차 하락을 주도할 원인은 올 연말까지 불어닥칠 구조조정이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기 위축으로 전이돼 나타나는 각 기업의 구조조정이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다. 실업 상태에서 새집으로 이사 간다거나 내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히려 가계 재정도 긴축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MB정부의 규제 완화 작업은 사실상 매수보다는 매도 쇼크를 줄여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만큼 수요 창출과는 상관없이 매도자들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각종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시중에는 거래할 물건이 없어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규제 완화가 덜 돼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기 충격에 따른 거래 급감으로 봐야 한다.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구매력을 키우고 소비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이 단기간 내 지나치게 급등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폭락했던 서울 아파트 값은 불과 2년도 채 안 돼 원상회복됐다. 하지만 취약한 구매력과 단기 급등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인한 현재의 쇼크 상태에서는 회복 속도가 이보다 훨씬 더딜 가능성이 높다.
수요자 어떻게 대처할까
판단은 수요자들의 몫이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전망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침체 국면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예측은 거의 없다. 그나마 내년 상반기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하반기 실물경기가 회복될 경우 같은 해 말부터나 부동산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하반기에도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부동산값 하락 폭은 확대되고 경기 회복시기도 2010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수요자들은 가급적 이 같은 전망 속에 상황이 언제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매입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면 경기 회복시를 감안해 상승 여력이 있는 물건을 골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올 연말까지는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의 경우도 가급적 경매시장부터 접근하는 것이 낫다. 지나치게 올라 있는 감정가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2~3회 이상 유찰되는 물건이 쌓일 수 있어서다. 급급매로 나온 매물도 가급적 깎고 또 깎아야 한다. 30~40%씩 떨어진 아파트도 10~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무시해선 안 된다.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시장에 자금이 풀리는 시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당장은 은행권이 자기자본비율(BIS) 기준 때문에 자금 회수에 여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의 부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시장의 불투명성이 해소되는 시기가 접근 타이밍이다. 물론 이때도 가격 상승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다. 결국 현 상황에선 현금이 중요하다.
재건축 후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잠실 주공 2단지. 부동산시장 침체로 입주율이 떨어져 불이 꺼진 가구가 켜진 가구보다 훨씬 많다.
토지주택 공공성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종부세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속에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11월 13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종부세 위헌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고 있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