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여성들이 겪는 생리. 흔히 당연한 것 혹은 귀찮은 것 정도로 넘겨버리기 쉽지만 생리 상태를 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여성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인 생리, 당장 이달부터 나의 생리 주기와 양 등을 꼼꼼히 살펴 혹시 모를 큰 병을 막고 건강을 관리하자.
보통 일반적인 여성의 생리주기는 21~35일 정도며 21일 미만은 빈발월경, 40일 이상은 희발월경이라 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마다 혹은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정상 여성이라면 3~7일 정도의 기간 동안 20~80ml의 양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평균적인 생리주기를 벗어나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생리 기간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양이 지나치게 많아졌을 때, 색이 다를 때에도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생리 양이 줄어들었을 때
한두 달 정도는 문제없어…체중 유지·규칙적인 생활하면 곧 돌아와,
3개월 이상 계속된다면…조기폐경,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 위축 의심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등으로 생리 양이 갑자기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최근 몸무게의 급격한 증가나 감소는 생리 양뿐 아니라 생리주기의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는데, 이는 여성의 지방 세포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달에 2~3kg 이상 체중이 늘거나 줄지 않도록 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또, 정신 질환 관련 약이나 여드름 치료제 등을 복용할 때도 생리 양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일시적인 불균형 상태에 해당하므로 약을 끊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문제 원인을 제거하면 금방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나 눈에 띄게 생리 양이 줄어든 상태가 3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었거나 여성호르몬 밸런스의 불균형, 타 호르몬의 증감에 의한 이상 등을 체크해봐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42세 이전에 폐경이 나타나는 조기폐경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여성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조기폐경 환자들은 자가 면역 질환, 성염색체 이상, 수술 등에 의한 난소 파괴, 고용량 방사선 치료 및 항암 치료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폐경은 안면홍조 증상과 질 위축을 동반하니 이와 같은 증상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신장이 허하거나 피가 부족한 경우, 자궁에 어혈이 정체되어 있는 경우, 소화기에 노폐물이 많을 때 생리의 양이 줄어들며 생리불순이 올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관련된 기관의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생리 양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여성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여러 개의 난자가 한꺼번에 성숙해 배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불임의 원인이 된다. 이 때는 체중 조절과 호르몬 치료로 배란을 유도한다.
자궁이 위축되거나 자궁 내막 유착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생리 양이 감소한다. 자궁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이를 주의해야 하는데 임신중절 수술을 여러 번 받은 것도 해당된다.
생리가 몇 달간 아예 없는 경우
갑상선호르몬·유즙분비호르몬 등 호르몬 검사 필요
자신의 생리주기의 3배 이상 혹은 6개월 동안 생리가 없을 경우 폐경이 아니라면 일단 몸 전체 호르몬 중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에 관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호르몬과 유즙분비호르몬이다.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무월경이 되는데, 갑상선호르몬 치료만 제대로 하면 곧 생리가 나오게 된다. 또 유즙분비호르몬의 양이 많아졌을 때(두개내 종양, 약물 부작용 등)에도 정밀 검사를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리 양이 늘어나고 기간이 길어졌을 때
자궁근종 검사 필요, 유산이나 불임으로 연결될 수 있어 위험
생리 양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갑상선 항진증 등 생식 기관의 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우선 여성 생식기의 기질적 변화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8일 이상 길게 생리를 하는 것은 자궁내막 증식증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궁후굴, 골반 내 염증, 자궁근종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흔히 피로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동반하니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자.
우선, 가장 흔한 질환이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혹이 커지면 습관성 유산이나 불임을 야기할 수 있다. 자궁근종은 생기는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자궁내막을 침범하게 되고, 근종 크기가 큰 경우에는 생리 양이 많아지면서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호르몬이 있는 자궁 내 피임 장치 등을 이용해 자궁근종의 크기도 줄이고, 생리 양도 조절할 수 있으므로 꼭 전문의와 상담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혈액 이상, 전신 질환 등의 이유로 생리 양이 많아지기도 한다. 또 난소나 황체가 미성숙해 배란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도 생리 양이 많아진다.
생리기간이 아닌데 혈액이 나올 때,
생리 대신 약간의 출혈만 있을 때
무배란성 출혈일 가능성 높아…호르몬 치료로 완화
위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를 비정상 자궁출혈이라고 하며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자궁 외 임신, 임신 조기 출혈, 유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신이 아닐 때는 급격한 생활 패턴의 변화나 기타 호르몬 관련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를 살핀다.
특히 소량의 갈색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대부분 무배란성 출혈에 해당된다. 갈색 출혈은 생리 혈이나 출혈된 혈액에 있는 철분 성분이 산화되어 생기는 현상으로 시간이 오래된 출혈을 의미한다. 주로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일어나는 무배란성 출혈은 젊고 건강한 경우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계속되면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리 색깔이 너무 진하거나 옅은 경우
짙으면 자궁근종, 옅으면 무배란성 출혈 의심
건강한 여성의 생리 혈은 대체로 연한 암적색을 띠고 덩어리로 뭉치지 않는다. 색이 짙고 검거나 응고된 덩어리 상태라면 자궁근종, 지나치게 옅다면 무배란성 출혈일 가능성이 있다. 또 생리와 함께 녹색 분비물이나 노란색 냉이 뭉쳐 나온다면 질염일 수도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생리를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1 체중 조절은 필수! 적정 체중 유지
비만은 대사 이상을 초래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에게 체지방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체지방 비율은 18~28% 정도를 정상으로 본다. 체지방 비율이 8% 이하가 되면 무월경, 30% 이상이 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일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생리불순을 겪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심한 운동, 영양 결핍 등은 특히 문제가 된다. 자신의 몸에 맞도록 적절한 방법으로 일정하게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2 중독에서 벗어나라
술이나 담배,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는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커피나 네 잔 이상의 콜라를 마실 경우 임신 가능성이 10%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독을 부르는 이러한 식품은 가능한 한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대신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3 바른 자세 갖기
비뚤어진 자세는 척수액 흐름을 방해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대사를 떨어뜨린다. 평소 생활할 때 허리를 곧게 펴고 골반이 틀어지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4 따뜻한 몸이 건강하다
몸이 따뜻하다는 것은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져야 혈 덩어리 자궁도 건강할 수 있다. 몸을 차게 만드는 환경을 피하고 차가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옷은 따뜻하게, 통기성이 좋은 면제품을 입는다. 몸을 조이는 옷은 건강에 해롭다.
5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
스트레스 등 정서적 불안은 생식 기능을 떨어뜨린다. 특히 내분비 계통의 호르몬 대사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도움말 / 김형문(미애로여성의원 서울대점 원장), 정현지(려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