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물든 공효진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인상적인 영화 ‘미스 홍당무’. 영화 속 여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 환자다. 촌스러운 옷차림과 외모만으로도 고민스러운데 금세 홍당무가 되는 얼굴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다.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그냥 두면 자신감마저 잃게 하는 안면홍조증. 영화 속 ‘미스 홍당무’가 바로 내 얘기 같다면, 지금부터 안면홍조증에 대해 파헤쳐보자.
늘어난 모세혈관 때문에 붉어지는 얼굴
평소 피부에 있는 혈관은 자율신경의 조절에 의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혈관이 늘어나면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피부가 붉어지는데, 특히 얼굴은 다른 부위보다 혈관 분포가 많고 겉으로 잘 비치기 때문에 더 잘 나타나는 것이다.
보통 어떤 자극에 의해 얼굴에 일시적으로 홍조를 띠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하게 빨개지고 상태가 오래가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안면홍조증으로 본다.
안면홍조증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 외에도 온몸에 불쾌한 열감과 발한이 일어나거나 목, 가슴 위쪽이 붉어지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홍조증일 때 나타나는 혈관 확장은 자율신경 이상으로 인한 것인데, 자율신경은 피부 혈관뿐 아니라 땀샘 분비 조절 기능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로감, 신경과민, 불안, 신경질, 우울증 등을 느끼기도 한다. 또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모세혈관들은 혈액순환과 피부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혈관 수축을 늦춤으로써 피부의 온도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영양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피부가 점점 얇아지고 푸석푸석해질 수 있다.
안면홍조증 환자를 살펴보면 1:3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안면홍조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딸기코’ 형태의 확장증, 즉 주사비홍조증은 남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원인별로 살펴본 안면홍조증
안면홍조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의 변화, 급격한 온도 차, 부끄러움이나 창피함 같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쉽게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또 알코올, 약물, 커피나 술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 비타민 결핍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분비 질환,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발생한다.
특이한 점은 피부 연고제의 사용도 안면홍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신피질 호르몬 연고를 잘못 사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했을 때 모세혈관이 확장돼 수축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을 오래 복용했을 때도 안면홍조를 주의해야 한다.
1 생리적 홍조증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안면홍조증으로는 주로 얼굴이나 목 부위에 홍조가 넓게 나타나고 발한 현상이나 혈관확장증이 동반되는 경우다. 보통 당황했을 때, 몹시 화가 나거나 흥분한 경우에 생기며 심리적인 갈등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그러나 안면홍조증과 발한 이외에 다른 전신 증상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단순한 생리적 홍조증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폐경기 홍조증
폐경기 여성의 80%는 안면홍조증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경기 홍조증은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데, 안면홍조와 더불어 온몸이 화끈거리는 발한 현상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발열감으로 인해 밤에 자다가 자주 깨기도 하는데, 이는 폐경기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안면홍조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원인이 되는 약물의 투여를 중지하면 안면홍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안면홍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약물로는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칼슘 차단제인 니페디핀, 베라파밀과 심장 질환 치료에 이용되는 니트로글리세린, 결핵 약인 리팜핀 등이 있다.
알코올 섭취에 따른 안면홍조증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알코올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 농도가 높아서 유발되는 것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은 소량의 알코올만 섭취해도 빠르게 홍조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알코올 섭취시 홍조증이 쉽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4 음식에 의한 안면홍조증
매운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자율신경 반사가 일어나며 안면홍조가 생기기도 한다. 매우 신 음식을 먹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심한 홍조증이 있는 경우라면 감미료를 많이 첨가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이 밖에 치즈, 초콜릿, 레몬 등도 주의해야 할 식품이다.
5 주사비 안면홍조증
얼굴이 달아오르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콧등에 실핏줄이 드러나는 주사비(딸기코)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뺨이나 코 주변 혈관이 늘어나는 경우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르몬의 이상, 정신적 스트레스, 모세혈관 장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보통 주사비를 여드름으로 오해하고 여드름 약을 바르거나 손으로 짜는 등 자극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부가 건조하고 민감해진 상태이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약을 사용하거나 자극을 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 삼가고 급격한 온도 변화 주의할 것
안면홍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모세혈관을 자극하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음식, 약물 등을 주의해서 사용하는 등 처음부터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이미 모세혈관의 수축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늘어난 혈관을 파괴하는 레이저 치료를 시행한다. 종류별로 시술 방법은 다양하며 증상에 따라 한두 달 간격으로 3회 정도씩 시술하면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안면홍조의 여러 증상이 몸속의 열기가 얼굴로 모여서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열기가 몸속에 고루 퍼지게 하는 처방을 내려 치료한다. 안면홍조가 있는 이들 중에는 신장의 기운이 약해 하복부나 자궁이 차가운 사람이 많은데, 이때는 좌훈 치료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또 술이나 음식물, 약물이나 연고의 과용으로 피부 내에 독소가 쌓인 경우에는 해독요법을 이용한다. 몸속 독소는 간 해독요법을 이용하거나 한약으로 몸의 순환을 촉진시켜 자연적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생활 속 안면홍조 예방법 1 자극적인 음식은 NO, 맵고 뜨거운 음식은 자제한다. 2 커피, 홍차, 콜라, 초콜릿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의 섭취를 줄인다. 3 바나나, 파인애플 등 세로토닌이 풍부한 열대 과일도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4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나 혈관 보호 기능을 하는 비타민 E를 충분히 섭취한다. 5 술과 담배는 안면홍조증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6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고 평소 다소 서늘한 온도에서 지내는 것이 좋다. 7 사우나, 찜질방 등은 피하고 목욕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내도록 한다. 8 미지근한 물로 세안하고 마지막에는 찬물로 헹궈 마무리한다. 뜨거운 물로 씻는 것은 금물. 9 잦은 스크럽이나 팩은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10 직사광선을 피하고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른다.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도움말 / 정현지(려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