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자녀 교육과 노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은 매달 독자 한 분을 초청해 재무 설계 전문가가 함께하는 60만원 상당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달의 주인공은 30대 중반의 김희선씨(가명, 34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추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남의 일 같던 남편 회사의 조업 중단, 언제 어떻게 감원의 바람이 불어닥칠지 몰라 불안해하는 남편을 둔 김희선(가명, 34세) 주부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김희선씨는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봐 혼자서 상담실 문을 노크했다. “남편은 회사에 출근해야 돼요. 요즘 상황에서 회사에 밉보이면 안 되잖아요”라며 혼자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38세인 남편은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IMF 경제위기와 회사의 경영위기도 넘기면서 잘 버텨왔는데, 이번에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감원 이야기도 솔솔 들려오고, 회사가 매각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김씨는 애가 탄다.
김희선씨 가정의 현재 상황 분석
결혼 7년 차인 이 부부에게는 아들(6세)과 딸(4세)이 있다. 성실한 남편 덕에 네 식구 살기에는 어려움이 없었고,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것 다 해주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남편 직업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현재 자산은 총 2억9986만원이며 부채 1억원을 빼면 순자산은 1억9986만원이 된다. 이 중 유동자산인 4386만원은 부채 상환에 활용할 생각이다. 그러나 지난 4개월간 지출이 수입을 앞질러 그나마 가지고 있던 현금을 야금야금 빼먹기 시작해 이제 500만원 남았다. 유동자산이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펀드도 손해가 많이 나서 활용할 수가 없다.
부채가 1억원이라는 것이 큰 부담이 되어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궁해본 사람은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희선씨는 그동안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매월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얼마 전 부터 지인의 회사 일을 두세 시간 봐주고 50만원씩 받기 시작했는데도 부족하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 60만원은 빼놓지 않고 넣으려고 애를 쓴다. 게다가 큰아이를 학원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40만원이 더 필요하다. 끝없는 지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안(Solution)
김희선씨 부부에게는 인생계획서가 없다.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작업을 했다. 수치화된 목표를 하나 둘 같이 작성해가면서 김희선 주부는 희망을 갖는 듯했다. 그동안 꽉 막혔던 뭔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혼자 세울 수 없는 것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기로 했다. 즉 자녀의 교육, 부부의 노후, 주택 관련 문제, 삶의 질 등을 위한 자산의 운용 계획, 방법 등을 세밀하게 세운다. 다음으로 실행계획서를 작성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한다. 2009년은 김희선씨 부부에게 미래를 밝혀줄 인생계획서 작성의 원년이 되었다.
부채가 많은 아파트, 빠른 시일 내에 처분해야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현재의 아파트는 실제보다 시세차익이 더 많이 생겼다. 오래된 아파트라 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고려하고 장만한 집이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 재건축계획이 다 취소된 상태로 언제 다시 추진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오를 때만을 기다리며 비싼 대출이자를 낼 수는 없다.
시세차익이 1억원 정도 생겼으므로 매월 60만원의 이자를 내며 보유하기보다는 처분을 하는 것이 낫겠다. 다만 남편이 다른 주택이 있어 1가구 2주택자 세금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2009년 1월 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바뀐 세법을 적용받아 중과세 대신 일반과세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요즘 매기가 없으므로 미리 부동산에 내놓고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처분 후에는 1억원 선에서 전세를 얻고 10년 후 주택 마련을 목표로 새로운 저축을 든다. 집을 팔면 당장 월 60만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남편 월급의 30%는 저축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자. 첫아이의 학원 비용과 둘째 아이 유치원 입학 비용을 합하면 무려 70만원의 새로운 지출이 생기므로 첫아이의 교육비를 줄이고, 둘째는 유치원 보내는 것을 1년간 미루는 것이 좋겠다. 경기가 안정되고 가정경제가 틀을 잡을 때까지 기다린다.
보험 또한 아이들의 보험료가 전체 보험료의 절반을 차지하므로 아이들의 기존 실손 보험만 남기고 해약하고 대신 엄마 아빠의 보험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족 전체 21만원 정도면 실손 의료비에 각종 다양한 특약을 구성해 탄탄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잦았던 외식을 줄이고 카드 사용을 줄이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 수입에서 100만원 정도 저축할 수 있도록 한다. 남편의 세후 월급 33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므로 규모 있게 계획을 세워 알뜰히 저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현재 투자 중인 펀드는 7개로 고루 분산되어 있으나 마이너스 3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으므로 당장 환매하지 말고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보자. 단 매월 적립되는 60만원은 당분간 자동이체를 정지한다.
대신 새로 구체화된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해 매월 163만원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금액이므로 일단 지출을 줄여 확보한 자금과 김희선씨의 수입 50만원으로 필요 자금의 일부인 자녀 교육비 각각 10만원씩, 자녀 어학연수비 10만원, 자녀 결혼 자금은 잠시 뒤로 미루고, 부부 노후 자금 20만원, 올해 있을 비정기 지출(명절, 세금, 자동차보험 등)을 위해 29만원을 포함한 79만원을 매월 저축하기로 했다. 나머지 자금은 조금씩 CMA에 모아 비상 예비자금을 만든다. 100% 충족은 안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다. 그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장장 5시간에 걸친 상담으로 김희선씨는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그동안 머리만 아프고 해결되지 않던 고민이 말끔히 사라진 것 같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다. 김희선씨는 그동안 돈을 내고라도 상담을 받으려 했으나 어디에서 어떻게 상담을 받아야 할지 몰라 애만 태웠는데 이번에 무료로 재무 설계를 받아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지면에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길 희망했다. 하루빨리 금융위기에서 탈출해 모든 사람이 돈 걱정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윤희권(YOON’S FPG, 02-473-4381, rabaul@hanmail.net) ■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