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공정무역

지구 끌어안기

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공정무역


매일 아침 마시는 5천원짜리 커피 한 잔, 이 안에 들어 있는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5천원을 지불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커피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250원 정도다. 나머지 4천7백50원은 상인과 가공·유통 업자에게 돌아간다. 부자는 더욱 부자로,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지금의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 공정무역에 대해 에코생협 최재숙 이사에게 들었다.


[지구 끌어안기]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공정무역

[지구 끌어안기]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의 비밀
전 세계 60억 인구 중 12억 명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고 이들 중 9억 명이 농민이다. 또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다. 매년 6천만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는 보고는 바로 2009년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런 세상에서 빈곤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친환경적 물건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 소비자 운동 ‘공정무역(Fair Trade)’이 세계적 붐을 타고 우리나라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페어트레이드(Fair Trade)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미의 ‘Fair(공정)’와 나라간 무역을 뜻하는 ‘Trade(무역)’의 합성어예요.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원조가 아닌 경제활동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민운동이죠. 생산의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생산자들의 자연주의 전통 기술을 상업화하는 환경보호무역이기도 해요.”

이제껏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소비해온 물건들의 가격구조를 살펴보면 다소 충격적인 진실을 알 수 있다. 동유럽에서 만든 청바지를 예로 들면 청바지 전체 가격 중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몫이 25%, 운송비 및 수입관세가 11%, 소매상이 50%의 이익을 가져간다. 이 청바지의 생산비용은 13%, 이 중 재료비와 기타 비용을 뺀 단 1%만이 생산자의 임금, 즉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돈으로 남겨질 뿐이다. 40달러 하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0.27달러에 불과하다. 정작 소비자는 비싼 값을 주고 청바지를 구입하지만 생산자는 터무니없이 적은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초콜릿의 원료 코코넛을 재배하는 가나에서는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며 1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아요. 하지만 정작 초콜릿은 먹어보지도 못하죠. 커피 한 잔에 약 3원이면 먹을 수 있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다국적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4천~5천원에 팔려요. 스타벅스가 뭔지도 모르는 에티오피아 농부가 그런 소비자들을 가엾게 여길 만하죠.”

이렇듯 지금의 무역구조는 선진국은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 부자가 되고 제3세계 생산자들은 더욱더 가난해지는 구조다. 제3세계의 농부들이 생존 자체가 어려울 만큼의 임금을 받고 생산하는 물건들을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소비하고 있는 현실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공정무역은 이러한 제3세계의 자원과 노동을 착취하는 불공정한 무역질서와 다국적기업에 의한 가격 지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유럽에서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자선적인 원조 개념으로 시작됐는데, 일방적인 원조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원칙을 만들어 제3세계의 자립을 돕고 있죠. 현재의 무역구조에서 개발도상국이 얻는 이익을 단 1%만 올려도 전 세계 1억2천8백만 명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
공정무역은 이미 5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는 1946년 푸에르토리코산 자수제품 판매를 그 시작으로 보고 있고, 유럽의 경우는 1950년대 말 구호 단체로 유명한 옥스팜이 중국 난민들의 수공예품을 옥스팜 매장에 선보인 것이 시초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는 ‘당신은 이 설탕으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번영의 기회를 줄 수 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설탕 캔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재는 공정무역 연대조직인 국제공정무역연맹(IFAT: International Fair Trade Association)에 50여 개 국가의 300여 개 조직, 100만 명의 생산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록 세계 무역량의 0.1%에 불과하지만 2000년 이후 공정무역 거래량이 매년 20% 이상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 매출액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2조원을 넘었다. 혼자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꿈꾸는 지구촌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앞으로 더 큰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4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동남아시아의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죠. 다시 네팔과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오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됐어요. 먹을거리 외에 유기농 면 티셔츠와 손으로 직접 짠 직물, 천연 염색으로 만든 옷, 도자기 제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생활 속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중이에요.”

그나마 최근에는 웰빙과 로하스 바람이 불며 공정무역 상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인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우리나라에서도 2년 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공정무역 상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상품 안에 담긴 의미와 생산자에 관한 이야기다.

“공정무역 제품 중 필리핀 네그로스는 설탕으로, 팔레스타인은 올리브 오일로 유명해요. 이번 가자지구 전쟁 때 팔레스타인 지역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가자지구 식료품 보내기 운동 기금 마련에 팔레스타인 올리브 오일을 구매했던 소비자와 공정무역에 뜻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어요. 공정무역 제품은 생산자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 소비자가 쉽게 공감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밸런타인데이 때에도 이왕이면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이야기를 가진 공정무역 제품들이 하나둘 씩 알려지면서 이왕이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해 착한 소비에 참여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매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죠.”

우리나라에 현재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상품들은 주로 온라인과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2003년부터 동남아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아름다운 가게’는 2006년부터 네팔 오지 마을에서 재배한 생두로 볶은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커피를 팔고 있다. 역시 네팔에서 공정무역의 일환으로 들여온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YMCA도 매출액이 지난해 2억여원으로 뛰었다. 공정무역 전문 업체인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에서는 네팔에서 생산한 의류와 도자기, 식기류, 생활용품과 팔레스타인산 올리브 오일 등 120여 종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착한 소비의 길은 열려 있다.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소비는 공정한 무역구조를 세우는 일뿐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를 돕는 일에도 크게 기여한다. 공정무역 제품의 생산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유기농 의류나 장난감을 구입할 때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한다면 우리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촌 이웃인 제3세계 어린이에게 대대로 이어지는 가난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생활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제3세계 여성들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어요. 중노동에 시달리며 생활 경제를 책임져야 함과 동시에 육아까지 병행하고 있죠. 공정무역이 활성화돼 그들이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게 되면 지역공동체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예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세계화와 지구화가 지구촌 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면 공정무역의 세계화는 먼 곳에 사는 제3세계의 사람들까지 우리의 이웃으로 끌어안게 한다. 지구 반대편 농민과 어린이들을 돕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착한 소비에 동참한다면 모닝커피의 향긋함과 초콜릿의 달콤함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소비를 위해 꼭 기억하자!


페어트레이드 마크 확인하기
페어트레이드 마크는 우리나라의 친환경 마크와 같이 일반인이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 포장지에 표시한 라벨이다. 주로 식료품에 적용되며 면화나 장미, 축구공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페어트레이드 마크가 표시된 제품은 최소 가격을 보장하고, 공정거래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건강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생산됐음을 의미한다.

커피나 초콜릿, 홍차 등은 페어트레이드 마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올리브 오일이나 도자기, 수공예품 등은 마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민중교역이라고 되어 있기도 한데, 대안무역, 민중교역, 착한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모두 ‘착한 소비’에 포함된다. 전문적인 공정무역 쇼핑몰이나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착한 소비 제품 구입처
● 에코생협(www.ecocoop.coop)
● 두레생협연합(www.dure.coop)
● 여성민우회생협
(www.minwoocoop.or.kr)
● 아이쿱(www.icoop.or.kr)
●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www.ecofairtrade.co.kr)
● 에코샵(www.ecoshop.or.kr)


생협은 먹을거리,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와 에코 숍은 의류와 소품 등을 위주로 판매한다. 일부 유기농 매장에서도 착한 소비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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