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요구르트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불가리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서유럽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신비로운 나라이기도 하다. 불가리아인들의 건강과 장수 비결에 대해 불가리아 대사 코시오 키티포브와 바르빈카 구곱스카 키티포브 부부가 전한다.
불가리아인들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요구르트다. 이들이 매일 먹는 요구르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순두부와 같이 걸쭉한 요구르트를 매일 오목한 수프 그릇에 여러 가지 채소와 견과류, 과일, 꿀 등을 넣어 먹는다. 바르빈카 구곱스카 키티포브 여사는 먹는 방식이나 양뿐만 아니라 유산균 자체가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불가리아인들이 요구르트를 먹게 된 건 꽤 오래되었어요. 요구르트라 부르지 않고, 소울 밀크(영혼의 우유, Soul Milk)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네요. 불가리아 요구르트에는 바실리쿠스 불가리쿠스라는 유산균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다른 나라 요구르트와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장 속에 들어가 유해한 균을 죽여서 장을 깨끗하게 해주죠.”
불가리아의 슈퍼마켓에는 요구르트를 진열한 냉장고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그 종류와 양이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 맛이 나는 작은 요구르트도 있지만 이보다는 3~10배 크기에, 특별한 맛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이 더 많다. 요구르트는 이들에게 우리의 밥과 같은 주식이기 때문이다.
“요구르트가 불가리아 음식의 전부는 아니에요. 치즈나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은 불가리아 음식의 일부일 뿐, 우리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콩 요리를 많이 먹죠.”
불가리아인들은 아침식사로 요구르트와 곡물 빵, 치즈, 샐러드를 가볍게 먹고, 점심·저녁은 요구르트, 치즈나 채소 요리, 콩과 고기로 만든 메인 요리, 디저트 등으로 차려진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저녁을 먹지 않거나 가볍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여기기 때문에 저녁은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 특징. 특히 불가리아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렌(Siren)이라는 치즈는 흰 양의 젖으로 만든 것으로, 크림치즈와 같은 맛이 나면서도 약간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장수마을의 비밀은 음식, 환경, 마음
불가리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이 있다. 불가리아 남부도시 스몰리안의 아르다 마을에는 80세 이상의 노인이 50명이 넘는데도 자리에 누워 사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백 살이 넘은 할머니들도 일을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 건강한 음식 덕분이죠. 그러나 누구든 그곳에 간다고 장수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만약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얼마간은 즐겁겠지만, 아마 외로워질 거예요. 그곳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일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보내요. 함께 모여서 사는 것을 즐기죠.”
건강은 건강한 습관에서부터
불가리아는 러시아 정교를 받아들인 최초의 국가로, 1991년 민주화되었다. 구곱스카 키티포브 여사에 따르면 불가리아 사람들은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날이 있으면 슬픈 날도 있는 거라는 걸 받아들인다. 코시오 키티포브 대사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부지런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항상 일하라. 항상 움직여라’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불가리아 사람의 동의어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할머니는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일할 정도로 부지런하셨어요.”
산업화가 된 후에도 많은 불가리아인들은 시골을 오가며 주말 농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러 운동도 많이 하지만, 등산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기도 한다고.
불가리아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병을 다스리기도 한다. 와인이나 식초, 약초와 같이 자연에서 온 재료를 이용한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날 때는 수건에 식초를 묻혀서 이마에 얹고, 레드와인을 따뜻하게 해서 마시고, 뜨거운 물에 후춧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마시곤 합니다. 아주 효과가 좋은 방법이에요. 또 옷을 다 벗고 차가운 물을 적신 천에 몸을 굴린 후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열이 식죠. 다양한 약초를 이용한 민간요법도 많아요. 불가리아는 2000m 고도 이상에서 자라는 약초가 많은데, 이러한 약초를 약으로 쓰거나 다른 나라에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구곱스카 키티포브 여사는 건강한 삶에 대해 꼭 필요한 자세로 ‘균형’을 꼽았다.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너무 심하게 다이어트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야죠. 가끔은 자기 자신을 위할 줄 알아야 해요. 주변 사람들도 좋지만, 자신을 가꾸는 것도 중요해요. 자신을 좋아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들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식사도 함께했다. 식사는 맛있었고, 대화는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키티포브 대사는 유머 감각이 뛰어났으며, 구곱스카 키티포브 여사는 현명했다. 이들과 함께 식사한 1시간 동안 불가리아인들이 왜 건강하고, 장수하는지 알 듯했다.
불가리아 건강 속담
뺨이 붉어야 건강하다_혈색이 좋아야 건강하다는 뜻.
깨끗한 물에 깨끗한 머리_깨끗한 물을 마셔야 정신이 맑아진다는 말.
혓바닥을 미끄럽게 하기보다는 발바닥을 미끄럽게 하는 편이 낫다_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뜻.
불가리아인들의 건강 비법
매일 요구르트를 먹는다_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세계 5대 식품에 꼽힐 정도로 건강식품이다. 요구르트를 꾸준히 섭취하면 장이 깨끗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부지런히 일을 한다_100세 이상의 할머니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소한 일을 하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운동을 한다_주말 농장에서 일을 하거나 등산 등 자연 속에서 운동을 한다.
■글 / 두경아 기사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