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노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매달 한 분을 초청해 전문가와 60만원 상당의 재무 설계 상담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달의 재무 설계 상담을 받은 주인공은 김소정·강민호 부부다.
재무진단
김소정씨 부부는 경기도 시흥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다. 아침에 부부가 함께 승용차로 출근을 한다. 남편은 건축설계회사에 근무 중이고 부인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수입을 같이 관리하며 결혼 후를 대비한 보기 드문 커플이다. 현재 정년퇴임 후 시골을 오가며 지내는 부모님의 아파트에 살면서 은행 대출이자만 대신 상환하고 있다. 부부의 현재 자산은 예금 1천만원과 불입 중인 적금 2백만원 그리고 작년에 들어놓은 적립식펀드 3백만원이 전부. 결혼 전에 함께 모았던 돈은 결혼자금으로 활용하고 그 중 남은 돈 3천만원은 부모님께 전세보증금으로 드렸다.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비용까지 본인들이 다 마련하다 보니 결혼 초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1년 전 소득이 조금 오르면서 나아지긴 했지만 자립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자녀 계획도 1년 뒤로 미룬 상태. 맞벌이로 하루빨리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고민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 계획까지 미룬 부부는 품위 있고 여유롭게 살면서 돈도 많이 모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결과 지출은 계속 늘어만 가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저축을 해야 한다.
대다수 결혼 2, 3년 차 부부들처럼 이 부부도 많지 않지만 모든 자금을 스스로 모았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소정씨 부부의 경우 1년 총수입이 4천8백만원인데, 저축액은 고작 9백6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수입의 20%를 저축하고, 80%를 소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40%를 소비하고 60%는 저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리 아쉬운 것이 없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채가 없다는 것이고, 남편이 외아들이라 장차 부모님의 집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측되어 주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이들 부부가 희망하는 재무 목표를 하나씩 분석하며 해결해보자.
부부의 재무 목표는 10년 뒤 남편의 개인사업 자금 5천만원, 2년 뒤 출산 예정인 자녀를 위한 대학자금과 유학자금을 희망하고, 8년 뒤 시부모님의 칠순잔치 비용 1천만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후에는 현재 돈으로 월 2백만원씩, 65세부터 90세까지 생활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연말 소득공제를 어떻게 대비할지, 국민연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등을 궁금해 했다.
현재의 지출 상황으로는 이 부부의 목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지출 구조를 바꾸고 시기별 계획을 세워보자.
우선, 1년에 약 2천5백40만원의 저축을 해야 한다. 장기적인 기간을 필요로 하는 목표들은 매년 물가 상승 폭이나 교육비 상승 폭을 상쇄시키기 위해 그만큼 증액 저축을 해야 한다. 월 평균 2백10만원 전후의 저축이 필요하다.
게다가 부부가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차후에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많은 부분 필요 자금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판단에는 반영하지는 않았으며, 노후를 위한 저축은 조금 낮추기로 한다. 아울러 이런 모든 상황은 매년 말 다시 한번 평가해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가족 상황이나 수입, 건강, 금융시장 상황 등 모든 상황은 바뀔 수 있기에 한 번 계획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하지 말고 꾸준하게 변화에 맞춰 수정 보완하면 된다. 이러한 필요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저축 스케줄을 살펴보자.
또 당장 소비를 줄여야 함을 알 수 있다. 저축은 과감히 늘리고, 지출은 과감히 줄여보자. 자산 중 예금 1천만원은 만기까지 불입하며, 사업자금 용도로 지정하되 급하면 비상예비자금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각각의 저축은 단기, 중기, 장기로 목표의 기간과 연동되게 상품을 연결하고, 각각의 상품에 대해서는 자세한 분석을 통해 실현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다만 필요에 따라 중간에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고려한다. 이들 부부는 현재의 수입으로도 충분히 재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했는데, 상담을 통해서 좀 더 명확히 인식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꾸준한 노력을 발판삼아 품위 있는 삶이라는 인생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윤희권(YOON’S FPG, 02-473-4381, raba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