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선물은 F4를 향한 여인들의 노스탤지어만이 아니었다. 천상에서 가장 가까운 그곳을 알게 된 것은 그들로부터 얻은 ‘선물’임이 분명하다. 뉴칼레도니아는 그 이름처럼 우리 앞에 새로운 대륙이 됐다.
작렬하는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는 형형색색의 원색을 골라 흩뿌리며, 무채색으로 지친 도시민의 여심(旅心)에 파문을 일으켰다. 1774년 탐험가 제임스 쿡이 마주한 땅은 미지의 섬 뉴칼레도니아였다. 쿡은 원주민의 땅인 이곳을 ‘뉴칼레도니아’라 명명했다. 칼레도니아는 스코틀랜드의 옛 이름으로, 신상의 작위인 ‘뉴’를 품고 세계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그로부터 2백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09년, 뉴칼레도니아는 한국인에게 꿈이 되었다. 뉴칼레도니아의 환상적인 뷰를 소개한다.
프랑스를 닮아 슬프도록 아름다운 누메아
누메아는 ‘남태평양의 작은 니스’라고 불리는 뉴칼레도니아의 수도다. 대양을 가로질러 프랑스령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를 그대로 복제했다. 남태평양에서 형상화된 프랑스풍 누메아는 영멸한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영광을 존재로 증명한다. 이곳 특급호텔에서 열리는 프랑스 명품 요리 ‘푸아그라’ 이벤트에 고색창연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센세이셔널 트렌디 패션으로 무장한 프랑스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만 봐도 누메아의 분위기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멜라네시아인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치바우 문화센터는 카낙이라 불리는 현지 원주민의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치바우를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세운 곳이다. 파리 퐁피두센터와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의 이름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뉴칼레도니아는 역사 발전단계의 방점을 찍은 사건마다, 인간의 침공에 몸서리쳐야 했다. 지금도 누메아의 가장 남쪽 우엔토로 언덕에는 2차 대전 당시 그들의 불안을 집대성한 고사포가 방향타를 잃은 채 허공을 향해 있다.
살아 있는 고생대의 숨결, 블루리버 공원
누메아에서 동남쪽으로 가다 보면,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블루리버 공원이 나온다. 실제로 뉴칼레도니아의 땅 60%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생태의 엘도라도’라 불린다. 블루리버 공원은 누메아에서 약 45km 떨어진 야테와 덤베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우림과 건림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에코 투어와 에듀 투어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다. 소나무의 시조라는 아로카리아 소나무, 이외에 전 세계에 분포하는 19종의 소나무 종 중 13개 종이 자라고 있다. 우리 산천에 가득 메운 소나무 종이 이곳엔 없다. 숲 속에 600여 마리가 살고 있다는 날지 못하는 새 카구 등은 뉴칼레도니아를 떠나서는 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둘기 종에 속하는 노투, 대표 식충식물 네펜데스, 천년 이상 된 카오리 나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물에서 자라는 희귀 침엽수 칼레도니아 코르크나무 산책로를 걷거나 폭포, 숲길, 연못, 우림 등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강가에서 수영과 카약을 즐길 수 있다. 단, 사냥, 낚시, 채집 등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은 처벌받으니 주의해야 한다. 공원 내에 가게가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텐트를 가지고 오면 블루리버 곳곳에서 야영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개의 기초적인 야영지도 있어서 하룻밤 머물 수는 있지만 침낭은 제공하지 않으니 챙겨야 한다.
소나무 섬 ‘일데팽’의 끝내주는 자연 풀장
국내선 공항인 누메아의 마젠타공항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20분 거리에 있다. 국내선이지만 여권 검사를 하니 잊지 말아야 한다. 배로 가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일데팽’이란 이름 역시 쿡선장이 명명했다. 소나무 섬이란 뜻이다. 정글 위로 삐쭉삐쭉 튀어나온 소나무의 위세가 당당해 보인다.
그러나 일데팽은 오로 만에 위치한 내추럴 풀에 몸을 담가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도 그렇게 만들 수 없는 이 풀엔 종류를 알 수 없는 수만 가지 물고기가 물놀이객의 다리를 간질여 입을 귀에 걸리게 만든다.
일데팽의 대표 리조트인 르 메리디앙의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이곳은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폭 좁은 물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수면과 같은 높이의 산호 바위들이 바다를 막고 있는데, 맑은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자연적으로 수영장이 형성돼 있다. 내추럴 풀에서는 바닷물과 함께 자연적으로 유입된 산호와 열대어들을 볼 수 있어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물고기 먹이로 빵을 준비해가면 더 많은 물고기와 조우할 수 있다. 팔뚝 굵기의 큰 어종도 적잖이 볼 수 있다.
일데팽의 대표 해변으로는 쿠도와 카누메라 해변이 있다. 쿠도 해변은 뉴칼레도니아 내에서도 4km의 화이트 샌드 비치로 유명하다. 이 해변을 100배 즐기려면 필히 맨발로 걸을 것을 권한다. 마치 구름 위를 걷듯 포근하고 사뿐하다.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천 가지 컬러의 바다 색. 태양의 이동에 따라 마치 물감이 퍼지듯 다른 빛깔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또 때 묻지 않은 자연 덕에 이곳에서 만나는 붉은 노을은 매력적이다.
카누메라 해변은 쿠도 해변과 부니숲을 경계로 맞닿아 있는 곳. 두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카누메라 해변에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 사이 섬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유독 맑은 물이 아름다운 곳으로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렀다면, 해변가에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것.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우베아
우베아의 자연환경은 사람을 빼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지다. 우베아의 해변 연장은 40km에 이른다. 이 중 물리 해변은 5km를 연이어 바닷물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 물색은 산호가 부서져서 만든 것이라 온 세상을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이고도 남음이 있다. 우베아의 해변 조망 최고의 포인트는 물리다리다. 이곳에서 카메라를 들면 온 세상이 포토제닉이다.
눈이 즐거운 만큼 손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모기 떼가 텃세를 제대로 부리니 모기약은 여행의 흥을 망치지 않기 위해 챙겨야 한다. 또 향수는 모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니 이날만은 피하는 게 좋다.
이외에 생조셉 교회 등 프랑스풍 건물들도 천상의 섬과 어우러져 이국의 풍취를 더한다. 운석에 의해 생성된 듯한 거대한 홀에 짙은 코발트색 바닷물이 담수호처럼 담겨 있는 블루홀도 볼거리다. 바다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원주민 배 ‘피로그’ 투어도 섬을 즐기는 또 다른 아이템이다.
남태평양의 프렌치 파라다이스, 뉴칼레도니아 뉴칼레도니아 주위는 세계에서 크기를 자랑하는 산호초들이 에워싸고 있으며, 에메랄드빛 바다는 눈부신 햇살에 부서지며 반짝이는 컬러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에코 투어를 즐기기에 좋다. 오랜 기간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어서 유럽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현대적인 유럽의 라이프스타일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멜라네시아 문화, 그리고 남태평양의 매력이 혼합된 스타일리시한 휴양지로 세계에서도 아는 사람만이 찾아간다는 고급 휴양지이다. 특히 뉴칼레도니아는 유럽에서는 부자들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요트를 타고 올 정도여서, 수도 누메아의 바닷가 하얀 요트를 장신구 삼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블루를 발한다. 국내에서 뉴칼레도니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사진작가 김중만(58)이 그만의 색깔로 뉴칼레도니아를 필름에 담아 전시회를 열면서부터이고, KBS-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에어칼린항공이 주 2회(월·토요일) 직항을 띄운다. 누메아 통투타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9시간 30분이다. 컵라면, 김치 등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며,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다. 현지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환전은 현지 공항에서 하는 게 좋다. 화폐 단위는 퍼시픽 프랑(XPF)으로 100XPF이 약 1천5백원이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3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문의 뉴칼레도니아관광청 한국사무소(02-732-4150) |
■글&사진 / 강석봉 기자(스포츠칸 종합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