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 찌는 듯한 폭염, 아스팔트와 건물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여름은 점점 견디기 힘든 계절이 되고 있다. 도시에 푸름을 더하고 가까운 곳에서 흙의 생명을 느껴보자는 농업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도시농업에 발맞춰 요즘 상자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지만 큰 자연을 느끼는 방법,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상자 텃밭을 가꿔보자.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농업활동을 뜻하는 도시농업은 기후온난화 방지, 생물종의 다양성 보존,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뿐 아니라 환경교육과 지역시민 참여 활성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친환경 운동이다. 이러한 도시농업은 주말농장이나 유휴지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자 텃밭은 주택이나 아파트, 사무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가능하고 일상생활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
도시농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은 무궁무진하다.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도시 건조화와 홍수 방지에 기여할 수 있고 열섬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자연적 기후 조절로 냉난방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공기 정화 기능으로 대기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재배한 작물을 먹음으로써 건강뿐 아니라 성취감과 자아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생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심을 기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텃밭을 가꾸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농촌 체험을 위해 일부러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농작물을 키우며 보람을 느끼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될 뿐 아니라 먹을거리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도시 속, 한 평에 수백 만원이 넘는 땅이 없어도 작은 상자 텃밭만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식물과 교감하면서 얻게 되는 정서적 안정감,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여가활동, 수확의 기쁨, 자신의 손으로 가꾼 농작물을 먹고 이웃과 나누는 즐거움, 이 모든 것이 작은 상자 텃밭에서 시작된다.
상자 텃밭이란?
상자 텃밭은 넓은 땅이 아니더라도 건물 옥상, 아파트 베란다, 집 앞 공터 등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도시농업의 한 가지 방법이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화분, 스티로폼 상자, 나무 상자 등을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상자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상자 텃밭 만들기 1 텃밭 상자 준비하기 -스티로폼 박스나 나무 상자 등 재활용 상자를 준비한다. -작물에 맞추어 상자의 크기를 맞추는 것이 좋다. 고추, 토마토-10리터 이상, 깊이 35cm 이상. 감자, 배추-깊이 25cm 이상. 상추-깊이 15cm 이상. -배수 구멍을 낸 후 흙이 새지 않게 천이나 부직포를 준비하면 상자 완성. 2 배양토 준비하기 -일반적인 흙은 밭에서는 좋지만 공간이 한정된 상자에서는 작물을 키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상자 속에서 자랄 작물을 위해 통기성과 배수, 보습 효과가 있는 배양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배양토는 근처 꽃집이나 모종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경량토(흙:피트모스:펄라이트:버미큘라이트=4:2:1:1)를 흙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배양토를 만든 뒤 상자에 깔아준다. 펄라이트-통기와 배수를 원활하게 해준다. 버미큘라이트(질석)-물을 오랫동안 잡아두는 기능을 한다. 피트모스-물과 비료를 흡수해 오랫동안 잡아두며 통기성이 좋다. 3 거름 넣기 -거름은 전체 흙 용량의 1/10 정도를 섞어준다. -완전히 발효된 거름은 작물을 바로 심어도 상관없지만, 발효가 끝나지 않은 거름을 섞었을 때는 10일 정도 기다렸다가 작물을 심는다. 4 모종 심기 -모종을 심을 만큼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에 가득 찰 만큼 물을 준다. -모종에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꺼내어 그대로 구덩이에 심는다. -손으로 주위를 눌러 모종이 흔들리지 않게 한다. 상자 텃밭 관리하기 물주기-물주기는 하루에 한 번 정도로 뜨거운 한낮을 피해 아침이나 저녁에 준다. 한 번 줄 때 흠뻑 젖도록 충분한 양을 준다. 조건에 따라 물을 주는 주기는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자를 들어봤을 때 가볍게 잘 들리면 물기가 부족한 것이니 이럴 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지주 세우기-고추, 토마토와 같이 열매를 많이 맺는 작물은 지주를 세워 지탱해준다. 웃거름 주기-고추나 호박, 배추 같은 작물은 웃거름이 필요하다. 집에서 나오는 달걀 껍데기와 소변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소변을 페트병에 받아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물에 희석한다. 달걀 껍데기는 말렸다가 거칠게 손으로 부순 다음 식초에 담아 10일 이상 발효시킨다. 덮개 깔기-낙엽이나 풀 같은 것으로 덮개를 깔아주면 상자 텃밭의 습기를 유지하고 잡초 방지 효과가 있다. 또 썩으면 자연스럽게 거름이 된다. |
건강한 상자 텃밭 위해 이것만은 지키자
1 상자 텃밭을 두는 위치가 중요하다. 하루 6시간 이상 햇빛을 받게 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두자. 베란다의 경우 햇볕이 잘 들어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광합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통풍에 신경 쓰자.
2 물을 잘 주어야 한다. 일반 밭농사와 달리 화분, 상자에 짓는 농사는 물주기가 중요하다. 화분을 들었을 때 가볍게 잘 들리면 그만큼 수분이 부족한 것이다. 수시로 흙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자.
3 상자 크기에 맞는 작물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욕심을 내어 고추 1그루를 심을 곳에 2, 3그루를 심다 보면 그만큼 작물이 차지하는 땅이 적어져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4 때에 맞춰 관리가 필요하다. 작물은 시기에 맞춰 수확해야 한다. 토마토 순지르기나 상추 수확, 웃거름을 주는 시기에 맞춰 부지런히 관리하자.
■기획&정리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