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자녀교육과 노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등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에서는 재무 설계를 신청한 독자 중 매달 한 분에게 60만원 상당의 재무 설계 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이달 재무 설계 상담을 받을 주인공은 김주선·박해철씨 부부다.
부부는 중학교 1, 2학년생 형제를 두었다. 남편 수입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가구 제작 회사에서 15년간 일을 해오며 가구 제작 기술을 쌓아왔고, 품성이 좋아 거래처로부터 평판이 좋았다. 그러나 6월부터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실직자가 되었다. 이 부부는 한 직장에서 이직 없이 오랫동안 일을 한 남편 덕분에 조금씩 저축을 하며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해왔다. 아이들 학비와 부부의 제2 인생을 위한 사업자금으로 저축을 해왔는데, 이제 당장 그 돈으로 생활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 부부는 그 돈으로 얼마간 버틸 수는 있겠지만, 부부의 꿈이 사라지는 것 같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재무 상황 분석
이 부부의 현재 재무 상황은 경기도 광주 소재 아파트 한 채 1억5천만원, 예금 5천만원 그리고 생명보험회사와 농협공제보험 해약 환급금 약 3천2백만원, 그리고 1.5톤 트럭 한 대, 광주 외곽에 2년 전 구입한 텃밭 100평(시세 약 7천만원) 정도이며, 농협에서 부동산 담보로 빌린 3천만원의 부채가 있다. 즉 3억2백만원의 총자산에서 대출금을 뺀 순자산이 2억7천2백만원이다. 이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자산의 72.8%이다. 당장의 유동성 자산은 예금을 활용하면 되지만 목표가 있는 자금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또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높아 환금성이 떨어진다.
현금 흐름 분석
지난달까지 이 부부는 남편 월급 3백만원가량으로 생활을 했다. 남편은 매년 퇴직금을 정산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퇴직금 없이 실직을 하게 되었다. 매달 내는 공과금 18만원, 아이들 공교육비 15만원, 학원비 30만원, 보험료 25만원, 농협공제보험 7만원, 대출금 이자 12만원, 기타 생활비로 68만원을 지출했다. 대부분의 식품은 자체 조달하는 등 알뜰하게 생활했고, 매월 1백만원을 농협과 은행에 각각 50만원씩 적금을 붓기 시작한 지 두 달 되었다. 보험료가 조금 많다는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아주 짜임새있게 살아가는 부부였고, 자녀 둘을 키우면서 저축도 많이 한 케이스다. 이렇게 저축할 수 있었던 것은 부인 김주선씨의 노력과 더불어 경기도 광주라는 지리적인 여건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위기는 가족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가장의 실직은 가족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준다. 생활 패턴이 바뀌고, 안락했던 가정생활에도 위기를 맞게 된다. 살림을 꾸리는 주부가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되고 전방위적으로 자금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늘어가는 한숨과 짜증 등으로 가정불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 간의 격려와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가장에 대한 배려와 가족의 위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집 재무 구조,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일단 지출을 과감히 줄이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보험부터 해약해 화를 자초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보험은 어려울수록 해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의 건강을 대비해 더 잘 유지해야 한다. 다만 중복되는 것은 과감히 정리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경제가 어려워 보험이 실효되거나 해약한 후에 큰 병을 진단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을 들면 건강해지고, 보험을 해약하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따라서 김주선씨 부부에게 있어서는 암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비 보험은 유지하되, 이 두 가지를 제외한 중복되는 나머지 보험과 공제를 정리한다면 보험료를 20만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 학원은 방학기간 동안 잠시 쉬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그리고 전반적인 지출을 줄이고, 적금도 잠시 불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부채를 지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라
현재 수입원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는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5년 이상 10년 미만에 해당되므로 실직 전 평균급여의 50%에 해당되는 금액(최고 하루 4만원)을 180일 동안 받을 수 있다. 지역 고용보험 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신청하면 된다. 아울러 경기가 안 좋아 새로운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으므로 이번 기회에 고용보험의 실업자 재취업 훈련을 신청해 새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도 생활비가 부족할 경우 기존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활용하고, 이어 유지하는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의 약관대출을 받는다면 상환기일 없이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받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즉 자금 확보는 고용보험 실업급여-예·적금 중 일부-보험금 해약환급금(2, 3개월 뒤 해약) 순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해 당분간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면 이자가 저렴한 순으로 받는다. 즉 아파트·토지 담보대출-보험사 약관대출(이자가 담보대출보다 조금 높음) 순으로 받는다. 이때 지역 농협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시중 은행에서 받는 것이 대출 이자가 더 저렴하다. 대신 토지 담보의 경우, 은행보다는 지역 농협이 한도를 많이 인정해주기도 하므로 꼼꼼히 비교해 선택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창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안정적인 급여생활을 해오던 터라 창업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박해철씨의 경우는 관련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창업을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처음부터 규모를 갖추고 하기보다는 소규모 창업을 통해 조금씩 경영을 배워나가는 것이 좋겠다. 법인회사보다는 개인사업자로 먼저 시작할 것을 권유한다.
고용보험의 실업자 훈련도 그에 맞추어 교육 내용을 선택한다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사업자 등록은 상호와 사업 종목(업태, 업종), 그리고 사업장 주소만 있으면 지역 세무서에서 비용 없이 바로 할 수 있다. 다만 초기 장비 구입과 작업 공간 등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주 지역에는 가구 공장들이 많아 중고 장비를 구입하거나, 임대해 사용하면 초기에 큰 자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거래처 확보에 있다. 판로가 없다면 생산해도 문제가 되므로, 전 직장 거래처와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영업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체면을 생각할 여유가 없으므로 일단 부딪쳐보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만일 법인회사를 만들고자 한다면 중소기업청에 소상공인 창업을 신청할 수 있다. 요즘은 자본금 1천만원으로 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완화됐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박해철씨의 경우 법인보다는 개인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김주선·박해철씨 부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실직하게 된 가정의 상담이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박해철씨 부부는 이번 상담을 계기로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재무 설계와 함께 사업자 등록, 사업 아이템 선정까지 전반적인 상담이 이루어졌다. 상담을 끝마치고 이 부부는 절망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이번 상담을 통해 일반 가정도 이런 상황에 대비한 재무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돈을 불리는 것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통한 가족의 미래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재무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상담이었다. 일 년 후 김주선·박해철씨 부부의 즐겁고 행복한 리뷰 상담을 소망해본다.
※지난 1년 동안 연재해온 ‘60만원 상당의 무료 재무 설계’ 코너는 이달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윤희권(YOON’S FPG, 02-473-4381, raba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