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특수 물건은 복잡하고 위험하며 골치 아픈 것인데 어찌 경매의 ‘꽃’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은 부동산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특수 물건들은 위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입찰에 참여한다. 당연히 유찰 횟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록 위험하다 하더라도 그 위험을 해결할 능력만 된다면 좋은 물건을 아주 헐값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특수 물건을 경매의 꽃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정지상권
일반적으로 지상권이란 타인 소유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말한다. 지상권자는 토지의 소유권을 제한해 토지를 일면적으로 지배·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를 빌려주는 소유자 입장에서는 토지를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물권에 속하는 지상권을 설정해주기보다는 단순히 토지의 사용 수익만 가능한 임차권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유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상권으로 토지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나지(건축물 등이 없는 빈 땅)를 대상으로 대출을 할 때는 근저당을 설정하고 동시에 지상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빈 땅이지만 차후에 건축물이 생기면 해당 건축물의 소유자는 자동적으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므로 채권 회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지상권이란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한 설정이 없더라도 민법의 규정에 의해 자동으로 성립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예컨대 경매로 인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될 경우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 간에 토지 이용권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소유자에게 법률상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제도화된 것이다.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으로는 저당권 설정 당시에 토지 위에 건물이 이미 존재하고 소유자가 동일인이어야 하며 토지, 건물 중 최소한 한쪽에 저당권 설정이 되어 있어야 한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부동산을 낙찰받을 경우에는 낙찰 대금 완납일부터 법정지상권의 만료일까지 해당 토지 사용에 대한 지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지상권의 존속기간 동안 소유권자라 할지라도 토지 사용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므로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또 법정지상권자는 존속기간 만료 후에도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고 지상물을 토지 주인에게 사라고 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도 있다.
그러므로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지가 있는 부동산을 낙찰받고자 할 때에는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거친 후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법정지상권을 확인하는 방법
토지와 건물 중 한 부분만 경매에 나올 경우 사설 경매 정보 매체나 법원의 경매 물건 명세서 및 경매조서를 통해 지상권 성립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물론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확연하게 조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나 판례를 잘 연구하면 해당 물건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대략 판단할 수 있고 만약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헐값에 좋은 물건을 취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설령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 할지라도 그 지상물의 상태나 사용 현황을 잘 살펴 지료를 부담하면서까지 법정지상권자가 계속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이 경우에도 과감하게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토지뿐만 아니라 지상 건축물까지 헐값에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
내 땅에 남의 무덤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일단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부동산의 가치도 대폭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 경매 물건에는 입찰자가 적을 수밖에 없으며 유찰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가격도 대폭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해당 토지에 있는 분묘를 옮겨가게 할 수 있다거나, 주인 몰래 설치한 지 20년이 지나지 않았다거나 할 경우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분묘를 이전할 수 있다. 묘지로 인해 가치가 떨어진 토지에서 묘지가 없어지면 원래의 가치를 되찾는 것은 여반장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분묘기지권 성립 여지가 있는 땅이라 할지라도 면밀한 분석만 선행된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물건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치권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이 있는 경우, 그 물건의 소유자 및 승계인에게 해당 채권의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해준 공사업자가 공사비를 전액 받을 때까지 해당 건물을 점유하고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아직도 우리 민법이 명쾌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과 학설이 분분한 것이 유치권이다. 그러므로 유치권 성립 여지가 있는 물건에 응찰하고자 할 경우에는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
신축 혹은 증축 중인 건물이 경매됐을 경우에는 유치권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러한 물건에 응찰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현장을 답사해 점유자를 조사하거나 인근 중개업소, 상가 등을 방문해 해당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입찰물건명세서를 잘 살필 것
유치권이 성립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대략 검토는 가능하다. 우선 유치권자의 채권이 해당 경매 부동산으로 인해서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해보자. 만약 다른 채권회수를 위해 경매 부동산을 유치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다. 또 유치권은 점유를 상실하면 그 순간부터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점유 상실의 원인이 타인에 의한 강제적인 이유라 하더라도 무관하다. 좌우지간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 경매의 경우에 있어서 점유자가 유치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경매개시결정등기 이전에 해당 물건을 점유하고 있어야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에 점유함으로써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압류의 효력에 대항할 수 없으므로 경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판례를 통해 살펴본 유치권 주장이 가능한 채권에는 기초공사, 벽체공사 등 공사비용, 건물의 임대차계약 목적에 적합하도록 지출한 필요비와 유익비, 채무 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채권 등이 있고,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로 권리금 반환청구, 토지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 원상복구의 약정, 임대인의 소유로 귀속된다는 약정이 있는 경우, 점유가 불법인 경우, 유치물을 사용한 부당 이득 등이 있다.
그러므로 유치권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입찰을 기피할 것이 아니라 그 성립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충분한 승산이 있다면 과감하게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또 설령 유치권이 성립된다 할지라도 그 채권이 소액이라면 조금도 거리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유치권 등 특별한 사연이 얽힌 경매 물건은 위험하고 복잡하므로 될 수 있으면 이러한 특수 물건들은 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라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일반 물건에 비해 품질과 수익이 월등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강의의 결론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김진섭(행정학 박사, (주)리비즈(www.rebiz.net))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