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하는 ‘영재’
인준이는 세 살 때부터 한글을 깨쳤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가 유창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지만 남들과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데는 조금 약한 편이다.
‘영재’라고 하면 보통 지능이 높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지능에는 학문적 분야 이상의 다양한 지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학문적 지능을 일부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다중지능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분야의 능력이 더 인정을 받는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민영이도 영재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인준이가 더 뛰어난 영재라 불리기 쉽다. 흔히 영재란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뛰어난 성취에는 지능뿐만 아니라 과제에 대한 집착력과 창의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때문에 각자의 특성과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중요하다. 영재를 상위 1%로 보는 매우 좁은 정의가 있는가 하면, 전체 인구의 15∼20%를 영재로 보는 광범위한 정의를 수용함으로써 좀 더 많은 어린이의 잠재능력을 일깨우려는 경향도 있다.
영재교육의 성과와 변화
현재는 1%에 못 미치는 학생이 영재교육의 수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2007년에는 영재교육 수혜자가 이미 4만 명을 넘어섰고, 교육기관도 7백여 개에 달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은 편. 학생 73.2%, 학부모 72.6%로 일반교육(약 60%)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국제중학교 입시에서도 영재교육원 수료생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국제중, 특목고 입시에서 교과목 지필고사보다 영재성 검사, 수학·과학 능력 가중치 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원 입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2002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영재교육 대상자를 2010년까지 전체 학생의 1%(8만 명)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전체 학생의 5%(40만 명)를 대상자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을 중심으로 수학, 과학, 정보과정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중등 대상의 영재교육원이 수학과 과학에 한정된 반면 예술영재고와 정보영재고를 통해 예술과 정보 분야의 영재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방법이 과거에 비해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지능지수 중심의 단순한 암기력을 지필검사 위주로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문제해결력, 비판력, 탐구력, 종합력 등을 평가하는 선발 방법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적 능력과 함께 태도, 흥미, 동기 등의 평가 방법도 강조된다. 지능검사 외에 창의성, 산출물 등을 평가하는 다양한 평가 방법이 도입되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영재교육원 전형 어떻게 이뤄지나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
교육청 영재교육원은 교사 추천→영재성 검사→학문적성 검사→면접을 거쳐 선발하며 심층면접을 제외하고는 2008년부터 전국적으로 동일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영재교육원 학생 선발은 초등학교 4~6학년이 대상이다(영재학급의 경우 중학생).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실시된다.
추천은 대개 학년별로 재학생 총수의 5% 이내에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교과 성적 관리가 잘 돼야 하고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나 자격증, 특별활동 내역 등이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지원자 누구나 2차 시험을 치른 뒤 결과에 따라 일정 인원을 추천하는 방식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재교육원 신입생 선발에 입학사정관제도가 시범 도입되어 교사 추천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2차 영재성 검사 유연한 사고는 필수
‘영재성 검사’는 지원 과목에 관계 없이 창의성, 언어, 수리·공간지각의 세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창의성 영역은 특별히 유형화된 문제가 없고, 고차원적인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이 측정되기 때문에 평소에 다양하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3차 학문적성 검사 교과지식에 대한 이해가 기반
‘학문적성 검사’는 교과개념이 반영되기 때문에 해당 학년의 교과 지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심화된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 수학·과학·발명·정보과학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성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해 검사를 받는다. 검사는 정규교육 과정상의 내용에 기반을 두면서 지식, 개념 및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계발됐다. 대부분 다양한 답을 요구하거나 서술형이기 때문에 답안 서술 방식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4차 면접 논리적 표현과 자신감
대학 부설보다는 교육청에서 면접을 점수화하고 합격자를 걸러내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별 면접의 경우에는 문제를 미리 제시하고 일정 시간 동안 생각하게 한 후 면접관 앞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한다. 태도나 시선 처리, 자신감이 드러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의사를 전달하도록 한다. 집단 면접에서는 수업이나 실험 등을 함께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인성이나 리더십, 학습 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함께 평가한다. 다른 학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나 협력관계 등도 중요한 포인트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전형이 다양하므로 각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의 입시요강을 참조하자. 전국에 25곳이 있다. 매년 초등·중등 기초·심화·시사과정을 통틀어 약 3,500명을 뽑고 10월 중순 이후에 모집을 시작한다. 교과부가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중등과정 중심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는 초등과정을 선발하지 않는 곳도 다수 있으니 꼭 확인하도록 한다. 전형절차는 원서접수(서류전형), 1차 지필평가, 2차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3차 심층면접 및 탐구 수행평가 등으로 진행된다. 교육청 부설에 비해 면접 결과에 대한 반영이 다소 낮은 편이다.
1차 지필평가
수학·과학 통합형 문제로 객관식과 단답형 주관식이 혼합 출제된다. 해당 학년 교과 범주 내에서 심화된 사고력 문제로 선행학습 개념을 담고 있다.
2차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서술형 평가로 종합적인 지식과 논리적 사고를 평가한다. 높은 수준의 독해력도 요구된다. 어떤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고, 어떻게 답을 찾았는지 과정과 경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돋보이면 답이 틀려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3차 심층면접
주로 수학·과학 과목의 이론과 원리를 실생활과 연계한 문제를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과학실험 수행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하는지를 평가하며 대학에 따라 그룹 토의와 개별 면접을 병행하고, 영어 인터뷰를 포함시키는 곳도 있다.
겨울은 바야흐로 영재 교육의 계절이다.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해서는 선행이 필수. 평균 2, 3년의 선행학습이 요구된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하지만 반드시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일찍부터 아이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영재교육이 필요한가를 심사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학습을 염두에 둔다면 부모의 판단보다 아이의 태도와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자.
■글 / 위성은(객원 기자) ■자료 제공 / 영재닷컴, 비상교육 비상공부연구소, 시매쓰 수학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