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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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책 한 권을 들고 수영장 옆 넉넉한 파라솔 그늘 아래 누웠다. 개구쟁이들의 장난에 물방울이 튀어도 그저 미소만 지어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흰색 유니폼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저녁은 몇 시에 준비해드릴까요?” 이곳이 진정 천국이 아닐까.

망망대해를 유영하는 듯한 파란색 풀장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필리핀 바탕가스의 라이야 비치는 정말이지 널리 알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들 만큼 호젓한 곳이다. 가장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아쿠아티코 리조트 외에 현지 색을 띤 블루코럴 등 몇몇 리조트가 들어서 있을 뿐 아직은 개인 별장이 더 눈에 띌 정도로 조용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리조트 내 경비가 철저하다는 것. 해변에서 간혹 만나는 “진주! 싸요”를 외치던 현지 상인들이 이 리조트에는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만큼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하게 통제되어 딱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하는 아담한 풀로 아쿠아티코의 물길이 시작된다. 150m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 아래 펼쳐진 풀은 어린이들이 놀기에 제격이다. 한가운데에는 리조트와 해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펍 바가 있다. 기분 좋은 추임새를 자아내는 레게 음악은 휴양지의 정취를 더한다. 풀에 발을 담근 채 마시는 그린 망고주스 맛을 어떻게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쿠아티코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어느 곳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가늠할 수 없는 물빛 푸르름에 있다. 리조트에서 불과 20~30m 거리에 있는 라이야 비치의 바닷물은 아쿠아티코의 수영장 표면과 맞닿아 묘한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안락한 리조트의 풀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마치 망망대해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번잡하지 않지만, 리조트를 찾는 관광객의 국적은 실로 다양했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보니 물놀이를 제법 좋아하는 듯한 일본인 꼬마 자매는 커다란 풀을 장악했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의 어머니는 ‘욘사마’ 팬인지 제법 능숙하게 우리말을 구사했다. 풀 사이드에 자리한 복층 빌라는 다섯 명의 아이를 둔 필리핀 가족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아들, 딸에 이르는 미국인 3대 가족에게도 넉넉하다.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아쿠아티코는 레스토랑과 리셉션, 풀 전망의 인피니티룸이 있는 본관 건물과 여러 채의 단독 빌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빌라는 4인용 패밀리 스위트, 뷰 데크를 구비한 4인용 테라자, 6명까지 묵을 수 있는 까사 드 플라야 등 개성 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작은 정원을 갖춘 까사 드 플라야는 허니무너와 커플에게 제격이다. 실제로 일요일 오후가 되자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세수도 하지 않고 아침식사를 하러 나오는 리조트의 게으름을 ‘완전히’ 무시한, 완벽한 메이크업의 새색시 옆에는 그녀를 카메라에 담는 데 여념이 없는 새신랑이 있다.

캔들 라이트 디너로 고조되는 휴양지 무드
여행에서 보는 재미만큼이나 먹는 재미를 최고로 치는 기자에게 아쿠아티코의 음식은 감동이었다. 잎사귀에 싸서 쪄낸 바나나, 즉석에서 구워내는 팬케이크와 와플 등 현지 음식과 서구식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진 메뉴는 이른 아침부터 입맛을 돋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필리핀식 양념이 가미된 각종 채소 요리였다. 마늘밥 위에 채소볶음을 얹어 슥슥 비벼 먹으면 아주 별미다. 육류 요리 역시 특유의 현지식 양념을 더하니 잡내가 없어 우리 입맛에 꼭 맞았다. 투숙객을 위해서는 로맨틱한 ‘캔들 라이트 디너’ 서비스가 있으니 꼭 이용해보자. 마주앉은 평범남을 꽃미남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릴지도 모른다.

바탕가스 지역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적의 다이빙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경비행기 탑승을 꺼리는 이들이라면 마닐라에서 2시간 남짓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라이야 비치는 바다 체험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카약 등의 해양 레포츠는 리조트 직원에게 사전에 얘기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나가는 호핑 투어도 신청이 가능하다. 배를 타고 15분여 나가면 산호초가 장관을 이루는 장소에 닿는다. 발을 내디디면 아주 가까이 닿을 듯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두어 척의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필리핀의 숨은 보석 ‘라이야 비치’…아쿠아티코 리조트에서의 망중한

다소 거친 듯한 모래알 덕분일까, 라이야의 바닷물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 일요일 오후 바비큐 파티를 하며 휴일을 즐기던 현지인들마저 돌아가자 해변은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된 듯했다. 언제고 또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까. 아쉬움 속에 꿈같은 3일이 흘러갔다.

■글&사진 / 장회정 기자 ■취재 협조 / SM투어&트래블(www.sm-tour.co.kr, 02-321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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