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매사에 걱정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신중한 편이라고 생각해 넘어가다가 점차 걱정을 많이 하는 자녀를 ‘걱정’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의 대처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과도한 걱정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릴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부모는 우선 아이가 걱정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정도와 시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아이들이 걱정하는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밤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자다가 귀신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등 일상생활에 대한 걱정,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에 찔리면 어떡하나’,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피가 나면 어떡하나’ 등 신체적 손상에 대한 걱정, ‘천둥과 번개가 쳐서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비가 많이 와서 집이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등 자연재해에 대한 걱정, ‘우리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떡하나’, ‘길에서 유괴되면 어떡하나’ 등 사건·사고에 대한 걱정, ‘신종플루에 걸리면 어떡하나’, ‘죽으면 어떡하나’ 등의 질병·죽음에 대한 걱정,‘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어떡하나’ 등 장소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다.
걱정거리 치우고 안심시키기
다음으로 아이의 연령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아이가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전혀 걱정할 내용이 아니라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 이때, 도가 지나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받거나 아이가 몹시 불안해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는 아이에게 걱정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가령 아이가 도둑이 들까봐 지나치게 걱정한다면, 먼저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각종 안전장치를 설치해 아이를 안심시킨다. 실제로 문단속을 잘 하지 않는다거나 도둑이나 강도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 내용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다가 귀신이 나올까봐 걱정하는 아이에게는 ‘말 안 들으면 귀신을 부르겠다’고 야단치거나 ‘귀신이 진짜 나올 것 같다’는 등의 장난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반복적으로 아이를 안심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부모님들은 대개 아이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한두 번 안심시키는 말을 하다가 아이가 부모의 말에 안심하지 못하고 걱정하는 말을 반복하면 짜증을 내면서 아이를 나무라기 쉽다. 그러나 부모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아이가 더욱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다소 지치고 짜증이 나더라도 반복적으로 안심을 시키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혹은 걱정의 대상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아이 스스로 극복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결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아이라면 한번에 고층빌딩 맨 꼭대기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 일주일간은 3층으로, 그 다음 일주일간은 4층으로 올라가는 식의 지도가 효과적이다. 아이가 걱정하는 대상에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준석이의 걱정은 왜 생겼을까
실제로 있었던 임상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초등학교 3학년 준석(가명)이는 어느 날 수업시간에 난데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깜짝 놀란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준석이는 “엄마가 도망갈까봐서요”라고 대답했다.
준석이는 어려서부터 겁이 많아서 새로운 장소에 가서는 잘 돌아다니지 않았고, 수영장에 가서도 깊이가 매우 낮은 물에서만 놀았다. 엄마는 준석이가 소심하고 여린 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최소한 안전사고는 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준석이는 점차 커가면서 걱정에 더해 ‘잔소리’가 늘기 시작했다. 준석이가 여섯 살 때, 엄마가 물건을 많이 사는 것을 보면서 “엄마,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 우리 가난해지잖아. 좀 아껴 쓰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우습기도 하고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준석이는 잠을 자기 전에 꼭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 현관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수도꼭지가 제대로 잠겼는지를 확인했다. 각종 시험을 앞두거나 치르고 난 다음에는 “엄마! 시험을 잘 못 보면 어떡해”라거나, 매사에 “자신이 없어”라면서 상당한 걱정을 했다. 어느 날 TV 뉴스에서 화재 사건 장면이 나오자, ‘우리 집에도 불이 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며칠 동안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준석이가 학습을 하면서부터 발생했다. 비교적 머리가 영특했던 준석이는 엄마의 가르침을 곧잘 이해를 했고, 이에 엄마는 큰 기대를 품게 되었다. 그러나 준석이 또한 어린아이인지라 때로는 공부에 싫증을 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면 안 돼! 커서 좋은 대학 못 간다, 잘못하면 거지가 될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는 아이에게 걱정과 불안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학교에서 울게 된 데에도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바로 전날 말을 잘 듣지 않고 숙제를 게을리 하는 준석이에게 “준석아! 네가 이렇게 엄마 말을 듣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엄마가 너무 힘들어. 그러면 엄마는 너를 안 키우고 도망갈 거야”라고 말을 했고, 당시에는 아이가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이내 얌전해져 숙제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걱정 많은 준석의 머릿속에는 계속적으로 엄마의 충격적인 발언이 맴돌았고, 급기야 ‘내가 집에 갔을 때 엄마가 도망가버리고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이후 준석이는 ‘범 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범 불안장애’는 지나친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학업 능력이나 대인관계에서 심각한 기능 저하가 오는 경우다. 매사에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 모습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다음의 여섯 개 항목 중 세 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되면 자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자녀가 평소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면, 미리 현명하게 대처해 자신감 있고 건강한 아이로 키워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자.
1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2 쉽게 피곤해한다. 3 집중을 못한다. 4 짜증을 잘 낸다. 5 몸의 근육이 긴장되어 있다. 6 잠을 잘 못 잔다.
“아이 심리 & 행동 발달 전문가가 엄마들의 고민과 함께합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HCN(서초`
■기획&진행 / 이연우 기자 ■글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 / 이성원 ■모델 / 이은송 ■의상 협찬 / 타미힐피거 칠드런(080-519-5700) ■장소 협찬 / 하이안 스튜디오(www.h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