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다 죽어간다고 아우성이다. 혹자는 마치 IMF 시절이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요즘 ‘경매’라는 틈새시장을 통해 기회를 잡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돈을 벌수 있다고 강조하는 경매 전문가 안정일씨. 그가 제안하는 불황 속 부동산 경매 노하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배워보자.
하반기, 경매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상반기부터 부동산 경매 법정에 경매 물건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추석, 정부의 DTI 규제 발표와 함께 촉발된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매 물건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리고 2010년에도 그 추세는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 현재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전체적으로 부동산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전체 경매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와 더불어 2회 이상 유찰(즉, 64%)된 물건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물건(100%)이나 1회 유찰(80%) 상태일 때 투자자들이 관망하다가 2회 정도 유찰돼야 겨우 응찰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 그만큼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응찰자가 감소하고 있다!
경매 물건은 상당하게 늘어나는 데 반해 이상하게도 응찰자는 상당수가 줄어들었다. 요즘 부동산 경매 법원에 가보면 사람은 많은데, 대부분 구경꾼이거나 견학생이 차지하고 실제 응찰자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늘 응찰하던 사람만 응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 3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30평형대(가격으로는 5억원 선) 아파트 입찰에 보통 10명 정도 참여했는데, 요즘에는 2, 3명 정도가 입찰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단독 응찰을 하는 경우도 생기며, 경험 삼아 응찰한 사람이 본의 아니게 덜컥 낙찰을 받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토막 낙찰이 대세?!
요즘 부동산 경매시장에는 ‘마음만 먹으면 낙찰’, ‘낙찰받았다 하면 반토막 금액 낙찰’이라는 말이 있다. A씨는 지난 4월 분당에 38평짜리 아파트를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한때 7억원까지 갔던 아파트를 4억6천만원에 낙찰받으면서 그동안 꿈꿔오던 중대형 평형을 예전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마련할 수 있었다. 거래가 없는 요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에 구입한 건 확실하다.
요즘 같은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경매를 적절히 활용하면, 내집마련이나 넓은 평수로 갈아타기를 예전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 최근 분당에서 진행된 경매에 낙찰된 아파트 가격을 보면 그런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7, 8월까지의 낙찰 사례 중 일부를 정리해봤다. 가격이 많이 내려간 물건은 감정가 대비 64% 선에서 높아봐야 81%에 낙찰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평균 낙찰가율이 75.2%에 불과하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떨던 IMF 시절의 낙찰가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각 평형대별로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실수요자라면, 이번 기회에 내집마련을 하거나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비단 경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반 매매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을 팔고 싶은 매도자들은 안 팔린다고 아우성이고, 제발 팔아달라고 성화다. 그러나 매수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론은 경매가 됐든 급매가 됐든 내집을 마련하거나 갈아타기를 하려는 매수자에게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B씨는 얼마 전에 광명시 하안동에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구입했다. 서울에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한 B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좀 더 넓고 좋은 환경으로 옮기기 위해 고민하던 중 몇 차례 상담과 현장 답사를 통해서 갈아타기를 했다. B씨는 한때 3억원이 넘던 아파트를 2억원대 중반에 마련했으며, 기존에 살고 있던 다세대 주택은 전세를 놓고(전세는 요즘 귀한 편이라 내놓는 즉시 나간다), 일부 자금은 대출을 받았다. 요즘 분위기가 집값은 내려갔는데, 전세값은 오히려 상승한 상황이다 보니, 지난 2008년에 비해 전세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예를 들면, 2억원 정도 하던 서울의 다세대 주택 매매가격이 요즘에는 1억6천~7천만원 선인데, 전세 가격은 비슷한 물건의 경우 1억1천~2천만원으로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집값 대비 전세 비율이 50% 선이었는데 지금은 70% 선까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년 만기가 돼서 올해에 다시 전세로 옮기려 했던 C씨는 전세값을 올려주면서 이사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집을 샀다. 이 모든 게 집값 하락으로 인해 발생된 것들이다.
IMF 때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다. 그리고 그들은 IMF를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되니 그때 샀던(낙찰받았던 혹은 분양받았던) 부동산이 효자 노릇을 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경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과감하게 투자한 사람이라면 행운의 여신을 기다려봄직도 한 요즘이다.
*이달부터 연재를 시작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안정일의 실전 경매’ 칼럼은 6개월간 계속됩니다. 앞으로 연재될 기사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2 경매로 돈 벌기 3 부동산의 답은 현장에 있다 4 생활비는 월급으로, 재테크는 부동산 투자로 5 부동산 경매 낙찰받는 비법 6 돈의 흐름은 길목을 지키는 것!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안정일(Home336 카페 http://cafe.daum.net/home336 운영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