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세 시장은 고공행진에 물량까지 달려 서민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부동산 침체의 늪에서 반짝이는 희망의 빛이 있다면 그것은 두말 할 나위 없이 ‘경매’다. 요즘 경매라는 틈새시장을 통해 기회를 잡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매 전문가 안정일씨는 “부동산을 제대로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안하는 불황 속 부동산 경매 노하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을 배워보자.
부동산 시장이 변하고 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한 석 달 전,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기에는 저렴하고 좋은 경매 물건들이 필자는 널렸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우량한 물건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동산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저렴하고 좋은 우량한 물건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매 물건은 낙찰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거 안 팔아~” 부활
요새 필자가 부동산 매매 현장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이거 안 팔아~.” 부동산 현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년여 동안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요즘 무척 자주 듣는다. 지난 10월 초에는 두 달간 작업한 신축 빌라 통빌라 매매 건이 있었다.
신축 빌라 건축주와 직접 만나서 협상을 했다. 필자도 한두 채 정도 사고, 우리 카페 회원들도 각각 한 채씩 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9월 말까지 최종 가격 협상을 끝마치고 계약 단계까지 왔던 매매 건이 건축주의 변심으로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빌라가 분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격을 올려야 통매매에 응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그 외에도 우리 카페 운영진 중 한 명은 이번 기회에 집을 넓혀 가려고 아파트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아파트 가격이 2천만원씩(분당 효자촌 32평형 5억5천만원에서 5억7천만원으로) 오르는 바람에 현재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렇듯 요즘 경매시장에서는 “안 팔아~.”가 부활하고 있다.
통빌라 매매란, 빌라 한 동을 통째로 사는 것을 말한다. 한 채씩 사는 것보다 개별 단가를 비교해봤을 때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채당 1억5천만원씩 분양하는 신축 빌라 한 동을 통째로 사면, 한 채당 1억2천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소매와 도매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경매 낙찰가의 변화
지난 9월 28일 서울 남부법원에서는 요즘 경매 법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최저가 64%일 때 20명씩 응찰해서 80%가 넘는 가격에 낙찰을 받는다는 점이다. 80%라면 바로 지난번 가격인데, 지난번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던 물건에 이번에는 20명씩 몰렸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사건번호 2010-3190 양평동 성원 아파트의 경우를 살펴보자.
감정가 4억1천만원으로 시작한 양평동 성원 아파트다. 지난 7월 20일에 유찰되어 8월 24일에 80%인 3억2천8백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으나,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다시 유찰되었다. 그 다음 기일인 9월 28일에 64%인 2억6천2백4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는데, 이때 24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82% 선인 3억3천5백99만9천원에 낙찰된 것이다. 만약 낙찰자가 그 전 기일인 8월 24일에 응찰을 했다면 지금보다 1천만원이나 싼 3억2천8백만원에 낙찰받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왜 그랬을까?
왜 8월 24일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던 아파트에 그로부터 한 달 후인 9월 28일에는 24명씩이나 몰렸고, 그 전 가격인 3억2천8백만원보다 1천만원이나 더 주고 가져갔을까? 그리고 그러한 일이 성원 아파트 사례만이 아닌 그날 경매에 나왔던 64%짜리 모든 아파트에서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그리고 표의 마지막 사례인 목동 두산위브(2010-5974). 이 아파트는 1층이라는 약점으로 인해 한 달 전 같으면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됐을 물건인데 이번에는 92%라는 꽤나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모두 같은 현상인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장이 변하는 중이고 시장 참여자들, 그 중에서도 경매 참여자들은 부동산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 8·29 대책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으로 많은 안정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례의 경우를 보면 지난번 유찰된 날짜가 8월 24일이다. 바로 8·29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이었다. 도무지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정부의 태도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바로 5일 후에 8·29 대책이 나왔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것이다. 더구나 그 중간에 추석이 끼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추석 이후에 부동산시장이 많은 변화를 겪곤 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전세 대란
요즘 부동산 관련 기사를 보면 꼭 등장하는 단어가 ‘전세난’이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TV 재테크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싸고 좋은 전셋집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서민들도 싸고 좋은 전셋집을 찾기 위해 서울 전역을 헤매고 다니지만 말 그대로 ‘싸고 좋은’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형태가 소형 아파트 혹은 다세대 주택인데, 이런 주택 유형일수록 전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서울에서 서민들이 거주하기 적당한(즉, 집값이 싼) 동네를 살펴보면, 방 2칸에 거실 겸 주방이 있는 형태의 집(전용 면적 11평 내외의 집)이 평균적으로 1억2, 3천만원에서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가격대의 전세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8천만원에서 1억원을 줘야 하는데, 그나마도 요즘에는 전세가 아예 없어서 계약금을 걸고 대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싸고 좋은 집을 사는 게 맞다. 전세값은 올랐고, 집값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동네 강서구 화곡동, 양천구 신월동, 구로구 구로동, 금천구 시흥동, 은평구 역촌·대조·신사·응암동, 강북구 미아·수유동, 도봉구 쌍문·창동, 노원구 상계동, 관악구 신림·봉천동 등
높은 전세 비율을 이용한 투자법
요즘 전세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예를 들어,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빌라를보자. 이 물건은 경매로 나왔는데, 감정가 1억2천5백만원으로 시작해 한 번 유찰되고, 10월 18일에 1억1천2백만원에 낙찰됐다. 방 2칸에 거실 겸 주방이 있고, 최소 8천만원에 전세를 놓을 수 있는 물건이다. 이런 물건을 1억1천2백에 낙찰받았다면 취·등록세 등 제반 경비를 포함, 실투자금 3천7백만원으로 서울에 빌라 한 채를 살 수 있게 된것이다.
꾸준히 현장을 다니다 보면 문득 싸게 나오는 물건이 있다. 흔히들 ‘급매물’이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급매물을 잘만 고르면 큰돈 안 들이고도 투자할 수 있다.
한 달 전에 강서구 화곡동에 방 2칸에 거실 겸 주방 구조로 된 집이 급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가본 적이 있다. 실내를 확인해보니 인테리어를 깨끗하게 해놔서 따로 손볼 것도 없는 물건이었다. 연락이 온 중개업소는 꾸준히 거래를 했던 곳이라 급매물이 나오자마자 필자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이다. 급매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1천5백만원이나 싼 1억2천만원이고 전세 시세는 8천만원. 실투자금 4천만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다.
높은 전세 비율을 이용한 투자를 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지금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전세 비율이 계속 높아지게 되면 전세가가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집 주변 부동산에 한 번씩 들러 현 상황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전세가 얼마나 귀한지. ‘전세 없다’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정말 전세가 하나도 없다. 전세가를 8, 9천만원씩 부르고 그나마도 없어서 계약을 대기해야 하는 판국인데, 집값은 전세값에서 조금만 더 주면 되는 상황이다.
경매를 통해 소액 투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기회를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만약, 실수요자라면 비싸고 물량도 없는 전세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지금 집을 사야 할 것이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안정일(카페 Home336 (http://cafe.daum.net/home336)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