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제 주부들에게도 인기 있는 재테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경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주부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 부동산 경매 전문가 안정일씨와 함께 ‘주부들의 경매 성공 사례’를 공부하면서 한층 더 쉽게 경매를 배워갈 수 있는 기획 마련했다. (편집자 주)
강민아씨의 올해 나이는 마흔세 살.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중학교에 다니는 큰딸, 이렇게 세 딸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다. 강씨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막내딸이 스무 살이 되는 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꼭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다. 그녀에게 “왜 막내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자 “스무 살이면 자기 일은 자기가 챙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언니들이 충분히 막내를 챙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강씨는 벌써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다. “엄마는 막내가 스무 살이 되면 영국으로 떠날 거니까 그렇게 알고 미리미리 준비해”라고.
막내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10년이나 남았다. 그때까지 그녀에게는 숙제가 있다. 바로 영국 유학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남편이 건실한 직장인이긴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본인을 위한 유학 자금을 따로 마련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강씨는 ‘내 유학 자금은 스스로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지만 막상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범한 주부가 목돈을 모은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우연히 재테크 카페 등을 통해 ‘경매’를 접하게 됐죠.”
그 뒤 강씨는 경매 관련 교육을 듣고 소액 투자를 하면서 실전에 대한 재테크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강씨는 경매 관련 강의를 들을 때마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강씨는 혼자서 부동산 경매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을 했고, 부동산 경매 경험이 많은 인터넷 카페 동호회의 ‘실전 투자팀’에 가입해 직접 보면서 배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부동산 투자라는 게 혼자서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먼저 경험한 사람들 옆에서 보고 배우면 그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거나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특히 혼자보다는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할 때 더 수월하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생애 첫 번째 낙찰~!
2010년 1월,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강씨는 실전 투자팀 멤버들과 함께 현장을 누볐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물건을 검색하고, 모여서 토론하고, 현장에 나가서 직접 시세 조사를 하고, 지역 분석을 하고, 수익 분석을 했다. 그리고 입찰가를 산정해 입찰일에 법원에 가서 입찰을 해보고 떨어지기를 몇 번 반복하면서 실전 투자에 대한 경험을 쌓아갔다.
강씨는 “10여 차례 입찰과 패찰을 반복하면서 법원에서 낙찰받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다”며 “나는 언제쯤 낙찰받아볼까. 과연 이렇게 해서 되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생각에 우울증이 찾아올 때쯤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첫 낙찰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강씨가 생애 처음으로 낙찰받은 물건은 인천에 있는 조그마한 오피스텔로 5천만원의 물건을 다섯 명이 공동으로 투자한 것이다. 대출받고 월세를 놓으니 이자를 제외하고 남는 월세가 투자금 대비 10%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물건이었다. 강씨는 이 첫 번째 낙찰을 통해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강씨는 필자 그리고 실전 투자팀 몇 명과 함께 산행을 했다. 강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화요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산행을 하고 있다. 대단한 근면성이다. 어떤 모임에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행 모임도 구성원 자체가 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산에서도 자연스럽게 경매 이야기를 하게 된다. 관심사도 같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친목을 도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를 같이하게 되고 공동 투자팀이 형성됐다. 이 팀은 현재까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물건만 10건이 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경매를 공부하고 투자한 후 지금까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강씨는 실전 투자팀과 함께 매주 토론하고 현장 답사하고 입찰하고 거기에 산행도 함께하면서 지냈고 이들은 어느새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나의 투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 그 동료들도 강씨를 믿고 투자금을 맡길 수 있게 됐다. 이제 강씨는 10년 후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나의 가족, 나의 미래
지난 2월 강씨는 가족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강씨 가족뿐만 아니라 강씨의 실전 투자팀 동료들과 함께였다. 즉, 가족 동반 모임이었던 셈이다. 지난 1년간 투자를 해서 얻은 수익으로 서로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이다.
강씨는 “낙찰을 받고 수익을 내는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꼈다”며 “내가 고생하고 노력해 돈을 버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요즘도 강씨는 여전히 바쁘다. 매주 화요일에는 산에 가야 하고, 나머지 나흘은 현장 답사나 입찰하기 위해 법원에 가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 셋을 뒷바라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항상 기운이 넘친다. 모임에서 만나보면 늘 활기차고 웃는 얼굴이다. 그녀는 10년 후에 도전할 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안정일(http://cafe.daum.net/home336) ■ 사진 / 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