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경제교육]생활 경제 자녀와 함께 은행에서 배우자](http://img.khan.co.kr/lady/201110/20111018132940_1_kids_money1.jpg)
[어린이 경제교육]생활 경제 자녀와 함께 은행에서 배우자
은행이야말로 살아 있는 경제교육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은행처럼 거래의 흐름을 명확히 짚어볼 수 있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 블루마블과 같은 놀이를 하는 대신에 아이와 함께 은행 거래를 하다 보면 아이가 경제활동을 놀이처럼 익히게 된다.
하지만 흔히 은행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들이 “엄마 일 볼 동안 여기 조용히 앉아서 기다려”, “넌 몰라도 돼”, “은행 언니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라는 식으로 아이를 꼼짝 못하게 묶어두는 모습이다. 자녀를 은행에 데려오기는 하지만 부모 자신의 일만 볼 뿐이다. 어린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에 참 안타깝다. 아이가 현장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을 기회를 부모가 막는 꼴이니 말이다. 귀동냥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것조차 마음대로 못하니 아이로서는 은행이 갑갑하고 지루할 따름이다. 그래서 아이는 은행을 병원처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로 인식해버린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 당연히 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들고 은행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어렵게 느낀다.
물론 부모가 은행에 가는 이유는 밖에 나온 김에 잠깐 돈을 찾거나 대출 업무를 보거나 세금을 내는 등의 일을 보기 위해서다. 대부분 짧은 시간이기에 아이에게 교육을 시킬 만한 시간이 없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는 머문 자리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곳은 이렇게 생겼네”, “이런 사람들이 오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네” 등과 같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순간일지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따라서 아이가 은행을 딱딱하고 불편한 곳으로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 경제활동의 주요 장소인 은행을 빼놓고 어찌 경제교육을 시키겠는가. 부자 되는 교육을 하고자 하면서 은행을 멀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아이가 은행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호기심 유도하면서
꼼꼼하게 설명하기
아이를 은행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어떤 곳인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집에서 경제 개념에 대해 말하면서 저축과 이자, 은행의 역할을 가르쳐주자. 그런 후에 아이에게 “은행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식으로 은행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게 하자.
질문과 동시에 아이는 그동안 경험했던 은행 안의 풍경을 떠올린다. 다양한 답변을 들으면 평소 아이가 느꼈던 은행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도 알아볼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눈높이에 맞춰 은행 안의 것들을 설명한다. ATM기기, 머리 위에서 ‘딩동’ 소리를 내는 숫자판, 창구 안쪽에 있는 은행원들, 따로 상담을 하는 사람들 등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공간을 구분하며 각각의 은행 업무에 대해 간단히 일러준다.
그렇게 대략적인 은행을 그려본 뒤 이제 직접 은행에 가서 확인할 차례다. 아이에게는 이 순간이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다. 한 번 머릿속으로 그려봤기 때문에 직접 은행에 갔을 때 보이는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르게 전달된다. 은행이 익숙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부모는 “저기 VIP라고 쓰여 있는 방도 있어”, “저쪽은 환전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여기는 대출을 상담받는 곳이야”와 같이 이전에 간단히 설명해주었던 내용들을 더 구체적으로 전달해주면서 아이가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에 눈을 돌리게 유도한다.
이처럼 아이에게 낯설더라도 은행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일의 성격에 따라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 업무를 본다는 것을 익히게 한다. 그러면 아이는 그것이 어떤 일인지를 묻게 되고 은행이 단지 저축만 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은행원 역시 돈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일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직업에 대한 사고력도 넓어진다.
만약 아이가 은행을 통해 적금통장이나 금통장을 거래하고 있다면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금리와 환율 변동에 대해 알려주지 말고, 은행에서 직접 확인해가며 설명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보다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시장경제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체험학습의 장점이며 살아 있는 교육이다.
직접 보고 실천해야 경제 감각 UP
“은행도 슈퍼처럼 물건을 판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거짓말! 은행에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요”라며 웃어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은행의 여러 상품이 소개된 브로슈어를 보여주면서 “은행은 금융상품을 파는 곳이야. 금융상품은 보이지는 않지만 통장에 글씨로 찍혀 있어. 통장 겉에 보면 제목들이 다 다르지? 그것 하나하나가 다 상품이란다”라고 은행에서 파는 상품들에 대해 일러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갖는다. 게다가 금융상품들은 어른만이 아닌 어린이도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너도나도 갖겠다고 할 것이다.
아이는 금융상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 순간부터 경제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저축에 대한 개념이 없던 아이가 금융상품을 통해 절약을 배워가고 절제를 실천하기도 한다. 이처럼 금융상품은 아이에게 저축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은행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경제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혹시 은행에 어떤 금융상품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아이에게 금융상품을 알게 하려면 부모부터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작 부모들조차도 금융상품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주워들은 풍문으로 다짜고짜 “이걸로 만들어주세요” 하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 혼자 이것저것 캐묻는 걸 미안해한다면 이는 잘못된 자세다. 자신의 소중한 돈이 투자되는 곳인데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 조금은 권위적인 느낌의 직원이 있더라도 은행이 상품을 파는 서비스업의 일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꼼꼼히 따지며 질문하는 깍쟁이 기질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다.
아이와 함께 금융 상품에 대해 공부했다면 그 다음에는 아이가 직접 통장을 개설하게 하자. 그리고 자신 앞에 놓인 금융상품들에 대해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아이가 직원으로부터 각 통장의 운용 방법과 기간에 따른 금리 변화 등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통장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자신이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은행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정확히 판별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것은 현재의 아이에게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 자립하고 경제활동을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애독자께 드립니다! 「내 아이를 위한 3개의 통장」 교육공학 박사이자 경제교육 전문기관 아이빛연구소 소장인 황선하 박사가 선진국형 경제 체험 교육의 핵심을 전수한다. 12년 동안 70만 명이 참여했고 효과가 입증된 프로그램을 이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세 가지 금융상품 ‘적금통장’, ‘금통장’, ‘주식통장’을 운용함으로써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고 아울러 경제를 읽는 혜안도 갖출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했다. * 자녀의 경제교육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황선하 박사의 어린이 경제교육④_은행가기 편을 읽고 애독자 엽서에 기사 평이나 궁금증을 적어 보내주시는 독자 중 5분을 선정해 「내 아이를 위한 3개의 통장」(한국경제신문사)을 보내드립니다. |
황선하 박사는… 연간 교육 인원이 7만 명에 이르는 경제교육 전문기관 ‘아이빛연구소’를 12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경희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청와대 ‘국가 기업가정신 활성화’ 위원과 중소기업청 운영 청소년 경제·창업·기업가정신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실제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으며 경제에 대한 이론과 실전을 겸비했다. KBS-1TV ‘쏙쏙 어린이 경제나라’에 전문가로 1년 동안 고정 출연했으며 한경WOW TV ‘체험학습 신나는 경제교실’ 프로그램을 2년 동안 진행했다.
■기획&진행 / 윤현진 기자 ■글 / 황선하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