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10대라서 크게 돈을 벌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미래는 걱정이 됐습니다.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 몇 개월 차이를 두고 뇌 관련 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셨고, 두 분은 혼수상태로 오랫동안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설상가상 어머니는 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고 본래 결혼하실 때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부모님의 전 재산인 작은 보금자리마저 흔들렸습니다. 예·적금 이자보다 항상 높은 것이 바로 대출 이자였던 거죠. 당시 고1이었던 제 주변에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가만히 앉아 손해 볼 수 있어요
은행 이율이 높았던 1990년대 후반에는 목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은행에 예금해놓고 이자만으로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중 은행 이율이 4~6% 정도, 일본과 같이 성장률이 둔화된 선진국의 경우 제로 금리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나 다름없습니다. 은행에 가진 돈을 모두 넣어두고 있다면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기 전에 기술적 훈련과 심리적 훈련이 필요해요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금전은 비료와 같은 것, 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돈의 효율성을 키우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위험 투자를 해서 손실을 본다면 그것이 더 손해겠지요? 그러므로 고위험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훈련과 심리적 훈련이 필요합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어요
심리적 훈련의 첫 번째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의 이 말은 바둑을 잘 두는 열 가지 비결인 ‘위기십결(圍棋十訣)’에 첫 번째로 나오는 격언입니다. 또 바둑을 아는 사람들은 ‘바둑에 인생이 담겨 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위기십결’은 바둑을 잘 두는 비결이기도 합니다만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특히 주식에 투자할 때 꼭 필요한 격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를 탐하지 않는다는 것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투기를 하지 말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을 살펴볼까요?
‘저희 A 기업은 3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도 직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흑자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이번에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처음에는 새 사업에 투자하는 비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역시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 같고 오히려 적자 폭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본금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자본금을 충당하기 위해 주식 수를 늘려 싼 값에 팔 예정입니다. 그러면 현재 주식의 가격이 폭락할 수 있으니 저희 회사 주식에 투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회사 대표의 핑크빛 이야기는 절대 믿지 마세요
위와 같은 기업 대표의 인터뷰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의외로 주변에 기업 대표의 인터뷰를 보고 그 회사의 전망이 좋은 것 같아서 덜컥 주식을 샀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한 인터뷰를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의 실제 실적을 확인하지 않고 인터뷰에 나온 핑크빛 미래만을 보고 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나의 소중한 돈을 ‘어서 가져가시오!’ 하고 던져주는 꼴입니다. 섣불리 투자했다가 실패한 뒤에 “사장님, 나빠요~”를 아무리 외쳐봐도 그땐 이미 늦습니다.
가끔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찾아 투자해서 다음날 한 번 더 상한가를 기대해본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성공을 거두는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는 탄탄한 회사가 아닐 경우에 상한가를 친 다음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아주 위험한 방법으로 투기입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세요
또 하나의 위험한 매매, 하한가를 연달아 세 번 기록한 종목을 찾아 주식을 산다는 분이 있습니다. 이유가 “더 떨어질 곳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주식 격언에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종목만 찾아 투자하다가는 손 베이기 쉽습니다. 간혹 주가가 사정없이 하락하다가 종목 자체가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있으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투기입니다.
여유가 있는 자금, 여윳돈으로 투자하세요
그렇다면 부득탐승 투자법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 칼럼의 제목이 ‘여·유·돈’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굳이 맞춤법을 따르자면 여윳돈이 맞습니다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임에도 주변 분들을 둘러보았을 때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에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는 굉장히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과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주가(주식의 가격)가 움직이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업의 악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식 시장의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쓸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여유가 있는 자금,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누구나 알 만한 기업부터 분석하고,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보세요
그 다음으로는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고위험 재테크, 특히 주식에 투자할 때 목표 수익률을 높게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은행 이자의 두 배 정도, 1년에 약 10%의 수익만 얻어도 만족한다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초심을 유지하니 연 30%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 수익률이 높지 않으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업에 투자해 단기간에 15% 상승하는 상한가를 바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아는 기업에만 투자했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기업’부터 접근해 기업 분석 후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위험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의 악수(惡手) 세 가지 1. 해당 회사의 사장 인터뷰 보고 주식 사기 그 어떤 회사의 대표도 자신이 이끄는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해당 회사의 주식을 사고 싶다면 철저하게 그 회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2. 상한가 한 번 친 종목 따라서 사기 오늘 갑자기 주가가 상승한 종목에 관심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내일도 그 종목이 오늘처럼 오를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즉흥적으로 내일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해 주식을 사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3. 하한가 세 번 친 종목 찾기 세 번 연속으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사고 싶은 심리도 있다. 하지만 이미 떨어지는 칼날을 다시 잡을 필요는 없다. 심지어 계속 급락할 경우 종목 자체가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주식 투자의 호수(好手) 두 가지 1. ‘여윳돈’으로 투자하기 주식 투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주식 시장만큼 변동성이 큰 곳도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악재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여윳돈으로 주식을 시작하자. 2. ‘아는 기업’에 투자하기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종목에 투기를 하는 방법보다는 잘 알려진 기업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자신이 원하는 투자 수익률을 정해두면 종목 선정에 도움이 된다. |
1998년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KBS 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등 다수의 바둑 프로그램 진행과 해설을 맡고 있으며, KBS ‘폭소클럽-부자 되세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에프엠’ 등에 출연했다. 또 각종 매체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며, 재테크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오고 있다. 2008년 개그맨 김학도와 결혼해 아들 성준이, 딸 채윤이를 키우는 열혈 주부다. |
■기획 / 정은주(객원기자) ■글 / 한해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