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

한해원의 재테크 특강

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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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주식시장에는 흔히 말하는 ‘작전 세력’이 있는 걸까? 아무리 주식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지만, 누군가의 인위적인 조작으로 인해 내 돈을 잃는다면 마냥 참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달 프로바둑기사 한해원은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결정적 비결로 마음의 평정심을 강조한다.

[한해원의 재테크 특강]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

[한해원의 재테크 특강]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

지난해부터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제 남편 김학도씨. 올해 들어서 표정이 어두운 날이 많아졌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제가 모르면 안 되겠죠? 적당히 넘겨짚고 말을 건넸습니다.

한해원: 여보, 제가 주식에서 돈 잃지 않는 법 알려줄까요?

김학도: 뭐? 그런 방법이 있었어? (환한 표정으로 바뀐다) 진작에 알려줬어야지! 빨리 알려줘!

한해원: 에이, 그런데 제가 그 비결을 알려줘도 당신은 실천을 안 할 것 같은데요?

김학도: 아니야, 아니야. 꼭! 반드시 실천할게. 궁금해. 어서어서….

한해원: 그러면 나하고 약속하는 거예요.

김학도: 알았다니깐.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할게. 빨리….

한해원: 일단 내일 당장 당신이 가진 모든 주식을 다 파세요. 그런 다음….

김학도: 음…. 알았어. 그 다음 뭐 사면 돼?

한해원: 주식 팔고 남은 돈을 제 계좌로 이체하세요!

김학도: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손실은 내 탓이 아닐 수 있어요
흔히 주식으로 손실을 본 사람의 1/3은 “세력에게 당했다”라며 손해를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렇다면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 세력이란 게 정말 있을까요?

다음 가, 나, 다, 라 네 사람이 작전 세력이라고 해보겠습니다. 한 기업의 현 주가가 1만원, 주식 수가 1만 주라고 할 때 ‘가’라는 사람이 1만원에 모두 매수했다고 하겠습니다. 그 주식을 ‘나’라는 사람이 1만1천원에 모두 매수하고 같은 방법으로 ‘다’라는 사람이 그 주식을 모두 1만2천원에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이 기업의 미래를 실제보다 더 핑크빛으로 그리는 소문을 내며 같은 방법으로 ‘라’가 1만3천원에 모든 주식을 매수합니다. 이후 ‘마’와 ‘바’ 등 제3자들에게 모든 주식을 1만4천원에 매도합니다. 그러면 가, 나, 다, 라 네 사람이 이익을 본 합계는 1만원에 산 주식을 1만4천원에 팔았기 때문에 한 주당 4천원, 모두 40%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네 사람은 각각 10%씩 수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론상으로 작전 세력의 존재가 가능합니다.

평정심을 잃지 마세요
환율시장, 원자재시장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몰리면 언제 어디서든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전 세력이 한 기업에 달라붙어 일부러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매수가 과도하게 몰리면 갑자기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의 가장 위의 가격, 일명 ‘꼭지’를 잡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돈이 몰리면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므로 기업의 주식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장의 특성이라고 인정하며 세력에게 당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시장에 순응하면서 수익을 거두어야 합니다. 과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시선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바둑에서 말하는 ‘평정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평정심으로 형세 판단을 잘 할 때 안정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평정심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창과 방패의 대결일지라도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때는 바야흐로 2001년, 만 13세에 국내 타이틀 우승 후 국내 바둑계를 석권하고 10여 년 동안 세계 바둑계를 호령한 세계 랭킹 1위 스물일곱 살 이창호 9단과 그보다 여덟 살 어린 후배이자 2000년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며 프로기사가 되기 전부터 포스트 이창호로 주목을 받은 이세돌 현 9단의 첫 세계 대회 결승 무대가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것도 세계 대회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세계 바둑인들이 숨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 5번기 승부에서 이세돌 9단의 창이 때로는 매섭게 때로는 화려하게 춤을 추며 이세돌 9단이 연달아 두 판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이세돌 9단의 입장에서는 남아 있는 세 판 중 한 판만 더 이기면 우승하는 상황. 그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어요
이창호 9단이 남아 있는 세 판을 모조리 이겨 세계 최고 방패의 위력을 과시하며 우승했습니다. 추측컨대 기량(바둑의 기술적 실력)의 차이였다기보다는 마음의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10대였던 이세돌 9단은 첫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판의 고비만 넘으면 된다는 설렘 혹은 기대감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이창호 9단은 오랜 기간 많은 결승전에서 다져온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었기에 본인보다 어린 사람의 첫 도전에 맞서며 그에 대한 부담감과 한 판이라도 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물리치고 평정심을 찾은 것입니다.

그 다음해 이세돌 9단은 다른 세계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아닌 다른 기사에게 승리하며 우승했지만 아직 진정 세계 1인자는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히 기량과 마음을 연마했습니다. 드디어 2003년에 2년 전 패했던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에게도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하며 현재까지 세계 정상에 우뚝 서 있습니다.

2001년의 이창호 vs 이세돌 대격돌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당시 이창호 9단은 ‘펀더멘탈’이 강한 기업이었고 이세돌 9단은 ‘모멘텀’이 강한 기업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평정심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가치, 자신의 실력을 알고 그것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알고 보면 쉬운 주식 용어 첫번째

한 기업에 투자를 할 때 자신감을 가지려면 그 기업의 적정 주가(가격대)를 투자하는 본인이 어느 정도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판단한 적정 주가와 적정 매수 시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주가가 매수했던 가격보다 아래로 떨어져도 손절매(손해를 감수하는 한 발 후퇴의 매도)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떨어진 가격대에서 대량 추가 매수를 하는 배포도 가질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펀더멘탈(Fundamental)’, 주식 매매를 하는 분들이라면 이 말을 많이 들어보셨겠죠? 기초 경제요건을 뜻하는데 기업의 펀더멘탈은 즉 기업의 ‘체력’입니다. 기업이 얼마만큼 꾸준하게 이익을 거두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매출액이 얼마만큼 늘어나는지, 순이익이 얼마인지, 이것들이 늘어난 비율이 얼마인지, 그에 따라 배당과 재투자를 얼마만큼 하는지, 부채가 늘어난 것은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이외에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치 상승이나 다른 기업에 투자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상승했다거나 하는 등의 부가가치 상승도 살펴봐야 합니다.

펀더멘탈에 모멘텀까지 가지고 있는 기업을 찾아 최대한 싼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의 ‘모멘텀(Momentum)’이란 기업의 ‘성장가속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얼마만큼 수익을 폭발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 예측해야 합니다. 본업에서 새로 투자하는 사업들까지 두루두루 분석해봐야 합니다. 본업 혹은 새로 투자하는 사업의 시장 전체 규모 증가 추이와 그 시장에서 이 기업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또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펀더멘탈과 모멘텀은 기업의 재무재표와 공시, 뉴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무재표와 공시는 사용 중인 증권사 HTS(홈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증권’이 첫 화면 분류 항목에 따로 있어서 각 기업에 대한 자료들을 정리해주는 곳이 많으니 검색을 통해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 증권사에서 연초에 발행하는 기업 설명서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증권사로 가셔서 두꺼운 기업 설명서를 챙겨두세요. 재무재표와 공시, 뉴스를 통한 기업 분석이 어렵다고 생각하신다면 분석을 잘하는 인재들을 부지런히 활용하셔야 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재무재표와 공시, 뉴스 보는 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해원은…
1998년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KBS 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등 다수의 바둑 프로그램 진행과 해설을 맡고 있다. 그동안 KBS ‘폭소클럽-부자 되세요(2007~2008)’,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2008)’,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 FM-아생연애살타(2008)’ 등에 출연했다. 또 각종 매체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며, 재테크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008년 개그맨 김학도와 결혼해 아들 성준이, 딸 채윤이를 키우는 열혈 주부다.

■글 / 한해원 ■기획&정리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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