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시대 에너지 컨설턴트

‘주부, 다시 시작하다’

‘녹색성장’시대 에너지 컨설턴트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주부’를 입력해보면 주부 자격증, 주부 부업, 주부 알바, 주부 창업, 주부 취업, 주부 직업, 주부 재취업이 추천 검색어로 함께 뜬다. 이처럼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사실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가정에 집중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로 나서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살려 새롭게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레이디경향」은 2012년, 이러한 주부들을 인터뷰해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달에는 ‘에너지 컨설턴트’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길을 선택한 주부를 만났다.

최현화(38)에너지 컨설턴트 환경 관련 직무 경력 3년

시대가 요구하는 대표 유망 직업
최근 전 세계는 잦은 홍수와 오랜 가뭄, 한파,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있고, 곡물 가격 급등과 전염병 확산 등 이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처럼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계속된 온실가스 배출과 도시화 및 산림 파괴로 인한 생태계 붕괴로 지구의 온도는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최근 60만 년 동안 전례 없는 속도로,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세계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도는 평균기온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각 가정에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에너지 컨설턴트는 각 가정을 방문해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하고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감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가정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파악해 온실가스 발생 요인을 진단하고 이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적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단순히 에너지 비용만을 추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에너지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이해와 함께 각 가정의 성격에 맞는 진단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에너지 컨설턴트는 각 지자체나 민간단체별로 모집·육성되는 직업으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 ‘녹색 일자리’라는 공공적 성격을 띤다. 곳에 따라서는 CO₂홈닥터, 탄소(기후)코디, 기후해설사 등의 명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낮은 에너지 비용 및 수요처 부족의 이유로 널리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사회적 공공성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큰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정의 효과적인 에너지 감축 유도
현재 서울시 소속 에너지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는 최현화씨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이 일을 접하게 됐다.

“아이의 아토피 증상이 무척 심각해서 온갖 방법을 다 알아보고 다녔어요. 대학병원 서너 군데를 다닌 것은 물론이고 아토피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건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음식으로 아토피를 개선한 사례가 자세히 소개되더라고요. 그래서 곧장 그대로 실천해봤더니 정말 확실히 효과가 있었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생활하는 환경이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때부터 관심이 생겨 책도 읽고 관련 교육도 받으러 다니는 등 환경 공부를 하게 됐어요. 이후 자연 체험 강사, 환경 강사 일도 하게 됐고 에너지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교육 훈련을 받았죠.”

에너지 컨설턴트의 주요 업무는 진단 희망 가정을 방문해 온실가스 발생 요인 분석을 위한 각 행위별 실체를 파악하고,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전력 측정 등의 전력에너지 사용량, 열에너지와 석유에너지 활용을 살펴보고 각 가정의 탄소 발자국과 생태 발자국을 측량한다. 이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법을 소개한 뒤, 활동 내용과 측정 자료를 보고서로 소속 기관에 제출하는 일까지를 담당한다. 그야말로 종합적인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녹색성장’시대 에너지 컨설턴트

[‘주부, 다시 시작하다’]‘녹색성장’시대 에너지 컨설턴트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는 않아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겨울은 봄, 여름에 비해 난방비 등 에너지 소비가 많아 바쁜 시기라 하루에 8~10건 정도를 맡고 있어요. 먼저 신청자들의 주소를 받고 미리 연락을 취한 뒤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는 시스템이에요. 보통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또 직접 일반 가정집을 찾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가정마다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파악하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꽤 필요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절약’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획일적인 절약을 강요하는 것은 에너지 컨설턴트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 개별 가정 구성원들이 처한 환경과 연령, 성별,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쉽고 즉각적인 실천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를 쓰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는 피크타임 때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사용량을 줄여 누진세율 적용을 예방한다거나, 가전제품을 쓸 때 모든 기능을 다 켜놓기보다는 주로 사용하는 것 중심으로 설정을 바꿔놓는 식으로 말이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저희 집 식구들의 생활습관도 많이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저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기세가 확 줄었어요. 보통 다른 가정을 방문했을 때도 먼저 경제적 측면부터 설명하는 편이에요. 사실 경제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다, 아무래도 주부님들은 ‘돈’ 얘기가 나와야 더 관심을 가지더라고요(웃음).”

보수는 높지 않지만 향후 활용 가능성을 고려
최현화씨가 꼽는 에너지 컨설턴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롭고 여성으로서 일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저는 초등학교 2, 3학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직은 엄마가 챙겨줘야 할 것들이 많은 때잖아요. 그동안 제 일을 갖고 싶어도 직장을 다니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제 사정에 맞춰 일정을 짤 수 있고, 조직이나 업무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아요. 또 스스로에게나 다른 이들에게 인간과 자연을 생각한 올바른 생활습관을 알리고 전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요. 미래를 위한 ‘녹색성장’을 담당하는 일원으로서 한몫을 할 수 있다는 데서 뿌듯함을 크게 느끼죠.”

다만, 아직은 생소한 분야라 간혹 난관에 부딪힌다거나 가정 방문을 두고 신청자와의 조율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니 앞으로를 더욱 기대해볼 만한 일이기도 하다.

“좋은 에너지 컨설턴트는 각 가정의 상황들을 금방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또 사회성과 배려심도 요구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인데다 성격과도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사실 출산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주부로서의 삶에만 충실하며 지냈는데,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돌아갈 곳도 없고 새로 시작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좌절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다행히 이 일을 알게 됐고, 차근차근 잘 밟아나가고 있어 만족해요.”

최현화씨는 에너지 컨설턴트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하나씩 배우며 기쁨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서는 보수가 낮고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은 편이나 정부에서도 녹색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정부 고용 대책으로 꼽고 있는 만큼 향후 에너지 컨설턴트 및 유사 직종에 대한 수요와 처우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각 지자체 및 유관 사업 기관을 비롯해 민간 환경단체, 환경보호 기관 등에서도 활동할 수 있고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진다면환경 전반에 걸친 활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능력개발원 에너지 컨설턴트 교육 과정 안내
교육 과정 수료 후에는 ‘에너지클리닉서비스’를 신청하는 서울시 가구를 방문해 에너지 활용 진단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 강좌 개설: 4월, 5월
- 교육 기간: 4주
- 모집 인원: 120명(4월: 60명, 5월: 60명)
- 교육 장소: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및 여성인력개발기관
- 문의: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02-460-2300~1)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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