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는 바로 MBC-TV ‘해를 품은 달’이 아닐까요. 이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고 애절한 이야기로 많은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죠. 한편으론 내집마련의 꿈을 꾸기만 하는 분들, 부동산 재테크에 계속 실패하는 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유익한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그럼 ‘해를 품은 달’의 4회 분량 중 연우와 친오빠 염이 세자빈 간택에 내정자가 있음을 알고 나누는 대화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http://img.khan.co.kr/lady/201206/20120621195942_1_han_money.jpg)
[한해원의 재테크 특강](8) 여자들의 유쾌한 돈 이야기
염 이번 세자빈 간택에 이미 내정자가 있음을 알고 있느냐?
연우 알고… 있습니다.
염 칭병을 하거라. 칭병을 하여 간택을 피하거라. 처음 바둑을 가르칠 때 내가 일러줬던 위기십결을 기억하느냐? 피강자보.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우선 안전을 도모하라 했다.
연우 오라버니…
염 만에 하나 저들이 세자 마마와 너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위험해진다. 연우 네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어.
연우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일수불퇴. 한 번 놓은 수는 절대 물리거나 움직일 수 없다, 분명 그렇게 가르쳐주셨지요? 사람의 마음 또한 마찬가집니다. 한 번 놓은 마음은 쉬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이기에 간택의 결과가 어찌 되든 저는 세자 저하를 기망할 수가 없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우선입니다
도대체 언제쯤 부동산 경기가 풀리는 걸까요?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꽤 오랜 기간 침체된 부동산 경기로 인해 깊은 한숨을 쉬는 분들이 많습니다. 곧 나아지겠지, 이제는 풀릴 때가 됐겠지 하고 안도하면 어느새 다시 악화되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요즘이 전세, 월세에서 벗어나 내집마련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부동산 침체기에서 현명하게 처신하고 계신 김 과장과 이 대리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출금과 이자를 내면서 버티지 않고, 합리적 손해를 선택한 김 과장
김 과장은 부동산에서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집값 폭등 기간에 그가 살던 용인의 32평 아파트를 무려 매수가보다 3억원이나 더 받고 판 것입니다. 당시 그는 ‘부동산이야말로 정말 돈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3억원을 공짜로 번 그는 부동산으로 다시 한번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그는 은행에서 3억원을 더 대출받아 분당의 40평형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구입한 분당의 아파트 가격이 또 올랐습니다. 좀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팔지 못하고 있던 그는 이후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각종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결국 매수한 가격보다 1억5천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분당의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합니다.
현재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용인 아파트를 팔아서 얻은 수익금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의 손실을 본 후, 다시 전셋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분당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부부가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분당 아파트 구입 대출금과 이자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동산 과열기에 좋지 않은 수를 두었지만 ‘피강자보’ 전략을 적절히 사용했습니다. 바뀐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서 앞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감당하며 버티기 어렵다고 빠르게 판단한 것입니다. 그가 대출금과 이자를 갚으면서 지내는 대신 전셋집으로 신속하게 이사를 간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무리해서 주택 구입하지 않고, 번거로운 이사에도 전세를 고집하는 이 대리
올해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이 대리. 그가 결혼할 당시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 함게 무리를 해서라도 내집마련을 하자는 신혼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신혼집을 알아보던 그들은 생각보다 비싼 집값과 부담스러운 전세 가격에 무척 당황했다고 하네요. 그들이 신혼집부터 장만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사를 다니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점을 참아가면서도 그들은 지금까지 전세 세입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집을 구매하지 않은 대신 꾸준히 저축도 할 수 있었고요. 요즘 그들은 부동산 침체기에 적당한 가격의 집이 있다면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들 역시 ‘피강자보’를 잘 따른 것입니다. 결혼 초기부터 큰돈을 쓰거나 대출을 받지 않고, 저축을 해온 것은 탁월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 앞두고 발표된 ‘5·10 부동산 대책’ 잘 살펴보세요
흔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이 완화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5월 10일에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7 부동산 대책’보다는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정책이 좀 더 늘어난 느낌입니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마련할 때 받는 대출 중 생애 첫 내집마련 대출 요건 중 부부 합산 연봉이 5천만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원 광교지구, 강남 세곡 보금자리, 위례 신도시를 눈여겨보세요
또 이번 ‘5·10 부동산 대책’에서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됐는데요. 일반 공공택지는 전매 제한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었고요. 민영주택은 2~5년, 보금자리는 7~10년에서 시세에 따라 4~8년으로 축소됐습니다.
특히 일반 공공택지 물량의 경우 전매 제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되면서 입주하기 전에도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의 분양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의 혜택지로 여러 곳을 꼽고 있는데, 그중 수원 광교지구와 강남 세곡보금자리, 위례 신도시 정도를 권하고 싶습니다.
만약 자금이 된다면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 특혜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번 ‘5·10 부동산 대책’은 강남 3구의 집을 매수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인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공시지가 기준으로 40%에서 50%로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자금 여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조금 열어주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밖에 양도세 중과세율 완화, 서민 주거 공급 확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 대비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늘려주었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위의 김 부장처럼 자산 재정비 후 착실하게 오랫동안 돈을 모았어도 수입이 줄어들면 이득을 볼 수 없으니까요. 이처럼 연봉이 낮아진 경우 강남에 입성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니 실질적인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DTI 규제 완화와 함께 현재 9억원 이하 및 1주택자 2%,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 4%의 취득세를 인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인데요. 이번 ‘5·10 부동산 대책’이 매수 대기자들의 구매욕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번 결정한 일은 뚝심 있게 추진하세요
부동산은 대부분의 가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를 하는 분야입니다. 그런 만큼 한 번 매수나 매도를 결정하고 나면 상당히 오랜 기간 가계 금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피강자보’를 따라야 합니다. 즉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행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수불퇴’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번 놓은 돌은 물릴 수 없으므로 한 번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배짱도 필요하겠습니다.
이번 ‘5·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부 정책의 방향이 부동산 완화 쪽으로 확실하게 정해진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대책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발표 이후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실망 매물이 나오기도 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확실한 봄바람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부동산에 더욱 관심을 가지시되 아직은 관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관심 지역의 가격 변화 추이를 계속 체크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해원은…
1998년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으며, 2002년부터 현재까지 ‘KBS 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등 다수의 바둑 프로그램 진행과 해설을 맡고 있다. 그동안 KBS ‘폭소클럽-부자 되세요(2007~2008)’,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2008)’,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 FM-아생연애살타(2008)’ 등에 출연했다. 또 각종 매체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며, 재테크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008년 개그맨 김학도와 결혼해 아들 성준이, 딸 채윤이를 키우는 열혈 주부다.
■기획&정리 / 정은주(객원기자) ■글 / 한해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