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렸을 적 TV를 통해 한국 대통령의 연설을 접하기도 했었는데요.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인들을 비교했을 때 무척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미리 써온 글을 읽는 식이라면 미국 정치인들은 연설문을 보지 않고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던 터라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만, 아마도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달리 미국에서는 표현하는 교육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실제로 내용은 별것 아닌데도 표현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용 자체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풍부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이 잘 드러나지가 않죠. 표현을 겸손하게 하기 때문인 걸까요.
3 그런 점에서 제가 경험해본 미국의 클럽 중 하나인 ‘토스트매스터 클럽(Toastmaster Club)’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토스트매스터 클럽은 전국적 비영리 클럽으로, 사람들이 모여 퍼블릭 스피치(정치 연설·공중 연설)를 연습하는 곳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의 역할에 맞는 내용을 준비해 모여 연습을 합니다. 대체로 공식적인 회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의장이 있고 스피치 시간을 재는 사람, 아 카운터(Ah Counter, 일종의 쓸데없는 말이나 반복되는 말을 지적하는 사람) 등도 있지요. 스피치 시간은 한 사람당 4~7분 정도가 주어지며, 단계별로 말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제안들이 있습니다. 설명하는 말하기, 설득하는 말하기, 자료를 준비해 보여주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등이죠. 저는 영어를 좀 더 제대로 연습하고 싶어 이 클럽에 가입했지만 여기 참여하는 미국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해봄으로써 자신감을 기르며,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4 전체 스피치는 1시간 정도로 진행되고, 끝난 뒤에는 평가자가 비판이나 비방이 아닌 다 함께 성장하는 의미에서 조언을 해줍니다. 이러한 회의 문화를 연습하면서 그저 목소리가 큰 사람들만이 아닌 모두가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야기를 주도해가는 방법을 익힙니다. 마지막에는 투표를 통해 그날의 ‘베스트 스피커’를 선정합니다. 저는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미국의 민주주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할을 돌아가며 분담하고, 싸우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의사가 존중되는 선진 민주주의의 작은 사회 같았거든요. 토스트매스터 클럽에 30년째 참여하고 있다는 지인은 이 모임을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해요. 마니아들이 많답니다. 클럽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www.toastmasters.org를 방문해보세요.
5 토스트매스터 클럽에 참여하면서 왜 미국 대통령이 연설문 없이도 훌륭하게 연설을 해낼 수 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낯설고 힘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도움으로 점차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미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문화도 배우고 영어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생각까지도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훌륭한 클럽이라 생각합니다.
미국 통신원 은지연(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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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미국 시애틀에서 유학한 것을 계기로 미국으로 이민 가 지금 시애틀 벨뷰에 거주하며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현재 Skyline Properties,Inc의 매니징브로커로 주택 차압, 쇼트세일을 비롯해 좋은 학군의 집들을 거래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 사람들의 문화, 미국의 부동산 이야기 등이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접속해볼 것!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기획&정리 / 이연우 기자(www.twitter.com/chaconnegm) ■글&사진 / 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