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물가지수 중 하나인 ‘소비자 물가지수’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매월 조사한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되며, 그 안의 여러 상품에 가중치를 둬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소비자 물가지수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지수 간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소비자 물가지수의 증가 폭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할 때 특정 항목의 가중치를 줄이거나 빼버리면 물가지수는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
“예전에는 금반지 1돈을 구입하는 데 10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최근에는 20만원을 훌쩍 넘었죠. 그런데도 정부는 금 가격이 상승하자 2011년 하반기부터 금을 일반 소비자 물가지수 장바구니에서 빼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와 실제 물품의 가격에 차이가 생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바구니가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겁니다.”
물가상승률만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 바로 ‘물가변동채권’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이 채권은 물가가 올라 실질적인 자산의 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입한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지수 품목을 변경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이 채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손해 볼 것을 우려해 투매, 혼란을 야기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월급 생활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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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 가격으로 물가를 알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물가를 비교하는 용어가 바로 ‘빅맥지수’다. 여러 나라의 환율과 물가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사용되는 빅맥지수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을 기준으로 물가나 환율을 비교해보는 것인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스타벅스 라테지수’, ‘농심 신라면지수’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달러와 원화의 환율이 1달러에 1천원이라고 가정할 때 미국에서 빅맥이 1달러에 판매된다면 한국에서도 1천원에 판매돼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1천5백원에 판매되고 있다면 이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실질적 구매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2년 현재, 빅맥지수에 따르면 미국의 빅맥 가격은 4.2달러, 우리나라의 빅맥은 환율 1천1백60원 기준 3.19달러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빅맥이 더 싸 보이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이와 다르다. 구매력, 즉 1인당 평균 소득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천7백49달러인 데 반해 미국은 4만8천1백47달러였다. 아르바이트 1시간을 해서 번 돈으로 빅맥을 사 먹는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1.2개지만 미국에서는 2개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월급통장 이자, 과연 혜택일까
언제부턴가 은행들이 급여이체통장에 상당한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가 하면 웬만한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최고 이자를 책정해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장에 찍힌 이자 금액을 확인하면 실질적인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선입선출법’ 때문인데, 이 계산법에 따르면 월급을 1개월 이상 예치하는 경우에만 추가 이자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적금처럼 돈을 전혀 인출하지 않을 때나 적용받을 수 있다는 뜻. 하지만 수시입출금통장인 월급통장은 돈이 들락날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실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예를 들어 25일이 월급인 직장인이 월급날 카드 값이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50만원을 넣어뒀다고 치자. 이후 그가 30일, 다음달 10일, 15일 즈음 각각 10만원씩 모두 30만원을 인출했다면 각각의 출금액들은 월급날인 25일을 기준으로 출금된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예치일이 5일, 15일, 2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특별한’ 이자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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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vs 25일, 월급날에 숨겨진 비밀
산업혁명 이전에는 월 혹은 주 단위로 지급하는 급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제공한 노동의 양을 정확하게 따져 임금을 지급했고, 그 수단 역시 화폐가 아닌 생산 물품이나 생활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함께 관리자 계급이 출현하면서 노동자가 얼마만큼의 일을 했는지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고, 결국 생산량이나 노동량이 아닌, 일정 기간 제공한 노동에 근거한 임금, 즉 주·월급을 지급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주는 쪽은 가급적 늦게, 받는 쪽은 가급적 빨리 받고 싶어 하는 의견 차이가 생겼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한 달에 한 번, 후불제를 채택하는 데 합의하고 있다.
실제로 한 저명한 경영학 교수는 재무 관리의 기본에 대해 “줄 돈은 최대한 늦게 주고, 받을 돈은 최대한 빨리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여유 자금이 생겨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만약 차입금이 있는 회사라면 잠시나마 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외상, 신용카드가 주는 달콤함
과거에는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외상 대금은 소비자가 만기 시점 직전까지 직접 지불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제도가 생기면서 소비자가 아닌 신용카드 회사가 그 금액을 먼저, 대신 지불해주게 됐다. 처음 신용카드가 생겼을 땐 이 점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자영업자나 업체들은 든든한 카드 회사의 확실한 지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붙는 이자가 고리라는 점이다.
또 겉으로 보기에 소비자는 카드 결제 수수료를 직접 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가 카드로 3만원을 결제했을 경우 카드 회사는 2, 3일 내로 판매자에게 수수료 9백원을 차감한 2만9천1백원을 지불하고, 동시에 카드 결제일에 소비자로부터 3만원 전액을 수령한다. 결국 마냥 적자를 낼 수 없는 업주들은 음식 값을 카드 수수료만큼 더 얹어 받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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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포인트 결제는 新노예계약
백화점이나 가전제품 매장에서 카드사들의 선포인트 결제와 관련한 광고 문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정 브랜드의 물건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일부 금액을 할인해준다는 것이 골자인데, 그 할인 금액은 향후 결제시 발생하는 포인트를 미리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굉장히 친절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카드사들은 선포인트 카드의 사용기간을 최소 5년 정도로 잡는다. 또 매달 대체되는 포인트의 상한선을 두어 소비자는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면서 받은 높은 포인트로 처음 결제한 선포인트를 한 번에 결제할 수도 없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6%에 가까운 할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결국 선포인트 결제를 한 소비자는 5년간 그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 통장, 만들기만 해도 손해다
만약 3천만원 약정 한도에 이자율 7%로 마이너스 통장에서 1천만원을 사용했다면 1년 뒤 이자는 어떻게 될까. 간단하게 보면 70만원이라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은 연체라는 변수까지 본다. 만약 매월 이자를 결제하지 않았다면 마이너스 통장 한도 안에서 계속 이자가 발생하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게 되는 이른바 복리계산법이 적용된다. 혹여 실직이라도 하게 된다면 마이너스 통장은 폭탄이 돼 돌아온다. 고객의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은행은 금리를 좀 더 올리는데, 당장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 금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향후 재취업이 되더라도 한 번 오른 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모든 금융 거래가 그 마이너스 통장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어 은행을 바꾸는 것도 별 효과가 없다. 간혹 통장 개설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이자가 나가지 않으므로 크게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설 그 자체만으로도 대출 건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 그만큼 신용도가 낮아지게 돼 차후 아파트 담보 대출 등을 받을 때 남들보다 좋은 이자율을 적용받기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야 한다면 연체 이자를 줄이도록 한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매일 쌓이고 있지만 출금일은 한 달에 한 번이므로 특정 일자를 놓치면 연체 이자를 물게 된다. 이자 지급일 다음날 입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 달 치 연체 이자가 적용된다는 뜻.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돈 관리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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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빚, 스마트폰 약정요금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는 이미 2천만 명을 넘었다. 국민 경제활동 인구의 80%가 넘는 수치다. 1백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구입을 주저하지 않는 까닭은 단말기 할부와 통신사 보조금이 있기 때문인데, 이 또한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매월 5만5천원씩 2년간 스마트폰 약정요금을 지불한다는 것은 매달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약 1천만원을 2년간 금리 6.5%로 빌렸을 때 내는 이자와 맞먹는다. 약정기간이 끝날 즈음에는 새로운 기종이 출시될 것이고 또 다른 부채를 지게 될 것이다. 부채를 지고 있다는 것은 미래 현금 흐름이 그만큼 축소된다는 의미다. 명심하자. 스마트폰 약정요금도 엄연히 본인의 부채에 포함된다는 것을.
해약하면 손해, 보험의 덫에 빠지다
또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의 덫을 악용해 보험납입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개발했는데, 문제는 이때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이자가 고금리라는 데 있다.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거나 만기에 환급금을 돌려줘야 할 때 대출금을 차감하고 돌리는 식의 보험약관 대출은 보험회사 입장에서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전혀 없어 무위험 대출 상품이라 불린다. 하지만 제1금융권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은 이조차도 감당하지 못해 강제 해약을 당하기도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 초년생들은 보험에 많이 가입합니다. 하지만 매달 12만원씩 20년간 납입하면 20년 이내에 사망했을 경우 3억원을 수령하게 되는 생명보험 가입에 앞서 그 기간 내 사망할 확률이나 그 돈의 필요성이 20년간의 보험금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제게 그렇다면 보험에 가입하지 말아야 하느냐, 추천할 만한 보험 상품은 없냐고 묻는데 저는 그럴 때마다 보험회사 주식이 가장 좋은 보험 상품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보험을 통해 가장 많은 보장을 받는 사람이 보험회사 주주들이기 때문입니다(웃음).”
내집 마련, 은행과 공동구매?
한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로또 당첨시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소망사항으로 주택 마련을 꼽았다. 내집 마련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종자돈 1억원으로 은행 대출을 끼고 시세 2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아파트 가격이 금세 3억원으로 오르면서 투자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차액을 남기며 재테크에 성공한 사례가 종종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아파트 가격이 하락기로 접어들면서 은행에서 얻은 차입금은 오히려 독이 됐고, 최악의 경우엔 구입 가격보다 더 떨어져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저는 은행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동시에 어느 아파트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칩시다. A는 수중에 9천만원이, B는 1억원의 돈이 있어요. 당연히 집은 1억원에 거래되겠죠. 하지만 돌연 은행이 A에게 저금리로 2천만원을 빌려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B도 비슷한 조건으로 은행에서 역시 2천만원을 받겠죠. 결과적으로 1억원에 거래될 집이 1억2천만원이 되는 겁니다. 문제를 단순화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왜 저금리 정책을 쓰는 것일까. 우선 금리를 높였을 때 1차 타깃이 되는 대상은 차입금이 많은 기업이다. 투자금을 주주의 돈으로만 충당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받아 투자를 한다. 두 번째로는 처음부터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면 자신의 소득 규모 대비 이자 부담을 비교해봄으로써 무리하게 대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투만 잡는 월급쟁이는 이제 그만
“제가 만난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쓸까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까를 고민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허황된 기대입니다. 적은 돈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 사례는 흔한 경우가 아닙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땀 흘리지 않은 돈을 원하는 건 불한당과 같은 심보라고 봅니다. 그럴 시간에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갖고, 왜 내가 이렇게 돈이 없나 생각해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재테크의 사전적 의미는 ‘재산을 늘리는 기술이나 수법’이다.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재테크 상품 이면에는 엄청난 위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고, 안정되지만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상품은 그에 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한 초기 자본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좋은 투자란 무엇일까.
“첫째, 자신만의 무형 자산을 만드는 것입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뭔가를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능력을 만드는 데 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둘째, 나를 위한 투자자금을 만드는 것입니다. 많이 벌려면 우선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이 1순위입니다. 적은 월급일수록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투자수익률은 물가상승률 정도만 되도 무방합니다. 사업을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월급을 받으면서도 무형의 자산을 창출해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끝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더 많은 소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복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원재훈 공인회계사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촌회계법인 회계사로 일하고 있으며 국회 입법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0년간 곱창집 사장님부터 대기업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고객들을 만나온 그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월급생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기업의 교묘한 술수와 돈의 법칙을 설파하고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원상희 ■참고 서적 /「월급전쟁」(원재훈 저, 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