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주택 매매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다. 반면 전세 물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을 이사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무주택자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프로바둑기사 한해원의 조언을 들어본다.
주택 구입 맥점 01 전세가는 고공비행 중… 한숨만 쉬지 마세요!
![[한해원의 재테크 실전 밀착 강의]집, 살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http://img.khan.co.kr/lady/201308/20130813110431_1_han_money.jpg)
[한해원의 재테크 실전 밀착 강의]집, 살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해원 최근 주변 지인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 보통 사람들의 1년 연봉 이상을 올려달라고 하니 세입자들의 충격이 정말 크지.
레경 도대체 전세가가 왜 이렇게 많이 오르는 거야?
해원 ‘4·1 부동산대책’으로 올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등의 세금을 감면해주었는데 이후 전세가 고공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 이제는 그런 혜택도 없는데 집을 사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전세로 살아야겠다고 맘먹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거지. 집을 사려고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위축되면서 전세 수요만 계속 늘어나는 거야. 또 경기침체 때문에 집값이 크게 상승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현금 상태로 보유하고 있어야겠다 생각하며 전셋집을 찾는 거야. 거의 50주 연속 전세가가 오르고 있어. 급매물조차 잘 팔리지 않고 있고.
레경 우리 집도 이번 가을에 전세 계약 만료인데 집주인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지 모르겠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해원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가가 더 오를 수도 있어서 집주인이 높은 가격을 부를지도 몰라. 서울의 경우 학군이 좋다고 하는 곳들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평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세가가 이미 5천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올랐어.
주택 구입 맥점 02 전셋집은 점점 사라지고 반전세와 월셋집이 늘어날 거예요!
레경 그런데 왜 집주인들이 예전처럼 100% 전세를 놓지 않는 거지? 반전세(조건부 전세, 보증금+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이익인 거야?
해원 그렇지. 현재의 저금리 상황과 관계가 있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두어도 예금 금리가 무척 낮기 때문에 되도록 월세를 받고 싶어 하는 거지. 월세를 받으면 연 7, 8% 정도의 수익이 생기니까 은행 이자의 두 배인 셈이야.
레경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를 내게 되면 당장 생활비나 저축액을 줄여야 하니 참 부담스러워.
해원 그래 맞아. 전셋집에서 살 때는 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들 수가 있는데, 월세를 내게 되면 그만큼 돈 모으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니까 큰 부담이라고 볼 수 있어. 레경씨 친구의 경우 5천만원을 올려주지 못하면 월 30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잖아. 그럼 연 3백60만원이고 보통 2년 계약이니까 총 7백20만원을 모을 수가 없게 되는 거지. 월 30만원씩 저축했을 때 이자로 받을 금액까지 더하면 더욱더 아까운 종자돈이 없어지는 셈이야.
레경 집값과 전셋값에 상관관계가 있을까?
해원 응, 있어. 예전 한국의 부동산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전세금 비율이 50%를 넘어서면 거의 대부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곤 했었어. 그래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40∼45% 내외가 적정하다는 인식이 있었지. 현재의 상황은 사람들의 매매 심리가 얼어붙다 보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평균으로 보았을 때 60%를 돌파했어. 서울 일부 지역은 전세가가 매매가의 78%에 달하기도 하고, 지방의 한 아파트는 전세가가 매매가와 1, 2천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어.
주택 구입 맥점 03 지금 구입하기에 큰 부담 없는 매물이 많아요!
레경 이렇게 전세 기간이 만료되는 2년마다 ‘이번에는 또 집주인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까?’ 가슴 졸이며 고민하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것은 어떨까?
해원 난 급매물에 한해서는 매수를 해도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해. 다음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를 기다려서 사는 것도 괜찮고 말이야. 내가 집을 사도 좋은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어.
첫 번째, 매매가 하락 후 꽤 오래 정체돼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야. 지금의 가격에서 더 내려갈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아.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고점 대비 20∼30%가량 하락 후 같은 가격대에서 오래 유지되고 있으니 더 싼 가격에 사는 것을 노리기보다는 언제 살 것인지 매수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좋을 듯해.
두 번째, 저금리를 잘 활용할 수 있어. 월세를 내게 되면 세입자인 내가 7, 8%대 이자를 집주인에게 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데, 최근 집을 샀을 때 은행 대출 이율이 평균 3.86%거든. 은행에 대출이자를 내는 것이 더 싼 상황인 거지. 저금리 시기니까 적정 대출을 받아서 활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어.
세 번째, 전세 만료 시기마다 전셋집 알아보느라 힘들고, 그때마다 짐을 싸야 하는 불편함과 2년마다 지불하는 부동산중개수수료(복비), 이사 비용을 감안하면 은행 대출 이자가 오히려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
레경 그게 뭔데?
해원 집값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멈춰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점이야. 경기 상황 등 모든 조건이 그대로라고 할지라도 언젠가 물가상승률이 매매가에 반영될 거라는 점이지.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부동산 매매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집’도 하나의 물건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반드시 물가상승분이 반영될 거라고 봐. 그것이 언제이고, 그로 인해 집값이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가 문제일 뿐. 현재 매매가 하락 후 유지되는 조정기를 한참 겪었기 때문에 언제 반영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봐. 내가 산 가격보다 집값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집값에도 반드시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주택 구입 맥점 04 완화된 주택 구입 대출 조건을 활용하세요!
레경 그렇다면 대출 금액은 얼마까지가 적당할까?
해원 통상 매월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월 수입의 30% 선이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어. 예를 들어 1억원을 20년 만기, 3.5%, 원리금 동시 상환 조건으로 빌렸다면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갚아야 하는 금액이 약 58만원이야. 월 58만원을 월수입의 30%에 대입하면, 월수입 2백만원 이상이면 1억을 대출해도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 나와. 같은 조건에 2억원을 빌린다면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약 1백16만원이겠지? 이 경우에는 월수입이 4백만원 이상이어야 안정적으로 갚을 수 있어.
레경 대출 조건에 따라 갚아야 하는 금액은 어떻게 알 수 있어?
해원 대부분의 은행 사이트나 금융 포털 사이트 등에 금융 계산기 혹은 대출 계산기가 있거든. 그것을 이용하면 월마다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쉽게 알 수 있어.
레경 집을 살 때 받는 대출 상품 중에 우선 고려하면 좋을 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해원 먼저 ‘생애최초구입자금대출’이 있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리를 1% 포인트 우대해준다고 해. 1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연이자로 최고 1백76만원 정도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조건도 많이 완화돼서 기존에는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만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로 자격 기준이 확대됐어. 시중 금리 인하 추세를 반영해서 대출 금리도 기존 연 3.5∼3.7%에서 연 2.6∼3.4%로 낮추기로 했어. 또 대출 금리를 소득별, 대출 만기별로 차등 적용하니까 예를 들면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인 사람이 10년 만기로 대출을 받으면 연 2.6%의 금리를 적용받게 돼. 연소득이 2천만원 이상이거나 대출 만기 기간이 달라지면 2.6%보다는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되기 때문에 생애최초 구입자금 대출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어느 정도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단독세대주의 경우 종전에는 만 35세 이상만 이 상품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만 30세 이상’으로 바뀌었어. 앞으로 조건이 완화돼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야.
주택 구입 맥점 05 집을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발 빠르게 움직이세요!
해원 보유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와 각 가정의 여건에 따라 위치는 많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만한 곳이 곧 오를 가능성도 많은 곳이라는 것!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위주로 살펴보되, 보유 자금이 크지 않다면 아파트 이외의 주택들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우리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 한도 내에서 같은 금액의 자산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살고 싶을 만한 곳은 어디일까?’를 항상 생각하면서 알아보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레경 한마디로 정리하면 ‘부동산 시장은 가격 면에서 조정기를 거쳤으니, 더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다면 전세가가 폭등하고 있는 지금, 월세까지 내야 하는 지금, 저금리를 활용해서 내 집을 마련하자’라는 거지?
해원 맞아. 바둑에서 초반인 포석이 끝나고 나면 ‘중반전’에 돌입하게 돼. 이때부터는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내 집이 있느냐 없느냐, 집이 작냐 크냐가 결정되지. 우리, 좋은 전략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보자고!
한해원은…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1998년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했으며, 2002년부터 ‘KBS 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등 다수의 바둑 프로그램 진행과 해설을 맡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그동안 KBS-TV ‘폭소클럽 부자 되세요(2007~2008)’,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2008)’,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 FM-아생연애살타(2008)’ 등에 출연해 실용적인 재테크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각종 매체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며 재테크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008년 개그맨 김학도와 결혼해 아들 성준이, 딸 채윤이에 이어 지난 연말 셋째 아들 민준이를 얻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한해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