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인가, 재건의 기회인가! 한인들이 말하는 디트로이트 시의 현재

파산인가, 재건의 기회인가! 한인들이 말하는 디트로이트 시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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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대 도시였던 디트로이트 시가 수십억 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했다. 도시의 재정 적자가 가중되고 파산 지경에 이르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국내 몇몇 도시도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고 있어 ‘한국판 디트로이트’를 눈앞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디트로이트의 현지 상황을 한인들과 부동산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는 한인들, 괜찮은가?
미국 미시간 주에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한 달 전, 화려했던 부촌의 명성은 사라진 채 큰 부채를 안고 도시가 파산해버렸다. 도시는 인구 급감소, 다운타운의 우범화, 상승하는 범죄율 등 부작용이 만만치가 않다. 시내에 전기와 상수도의 공급은 끊기고 버려진 폐가에서는 방화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1,719명당 1명이 살해를 당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사망률은 뉴욕 시보다 11배나 높은 형편이라고 한다. 지역 신문인 「주간 미시간」의 김택용 기자는 파산의 원인은 일하는 사람들보다 퇴직자들이 많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자료 출처 www.realtor.com

*자료 출처 www.realtor.com

“2004년만 해도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51%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39%인 데 반해 연금을 수령하는 퇴직자들은 61%에 달했습니다. 디트로이트 시가 가지고 있는 빚 중 미지급 연금이 35억 달러, 미지급 퇴직자 건강보험액이 57억 달러에 달합니다.”

또 그는 연금 생활자들의 재정적 문제를 넘어 시의 파산으로 인해 지역 전체가 커다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83%가 흑인이며 민주당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는 디트로이트가 백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주를 이루는 주정부에 의해 관리된다면 예상치 못한 폭발성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흑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정부와 시의회가 주정부의 관리에 저항한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인들이 말하는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한인 교회를 통해 디트로이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지인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먼저 마치 폐허 도시가 된 것처럼 과장되고 왜곡된 기사를 내보낸 한국 언론에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디트로이트가 전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심각해 보이겠지만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로 극악한 상태는 아니에요.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 중 하나로 파산 신청을 낸 거니까요. 저희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국내에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미시간대학교의 한인 유학생들 중에는 “위험하니 귀국하라”라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은 사람도 많다.

“일부 다운타운 내 흑인 밀집 지역은 전기가 끊기고 치안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에요. 가끔씩 아이들의 장난인지 빈집에서 방화가 일어나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건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의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대부분의 한인들은 디트로이트의 외곽 지역에 주거하고 있다. 그곳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시 재정이 나빠진 상태니 소방대원이나 경찰관등 공무원들의 월급이 삭감되고 감원될 소지가 있어서 걱정스러울 뿐이다.

“경찰관들이 사기가 꺾이면서 범죄 대응에 미흡한 점도 있어요. 얼마 전에 디어본이라는 지역에서 ‘뷰티 서플라이(미용재료상)’를 운영하는 한인 1명이 피살됐어요. 좀도둑에게 직접적으로 대응했다가 실랑이 끝에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사건이었죠.”

국내 언론에 파산 소식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온 뉴스는 디트로이트 시의 집값 폭락 소식이다. 평균 집값 8백 달러(한화 86만원)로 값싼 집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 틈새를 노려 중국의 투자자들이 수십 채씩 사들이고 있다는 것.

디트로이트 집, 중국인들이 싹쓸이?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디트로이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위성도시 앤아버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영기 중개사는 ‘중국인의 주택 싹쓸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과장된 말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원래 미시간대학교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유학생들이 많고 졸업 후 학계, 정계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이 많아 학군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입니다. 그런 이유로 디트로이트 시 파산 전인 작년 초부터 중국인들이 현찰로 집을 구입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중국인 중개사들도 늘어나고 바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 현찰 구매는 매우 중요한 의미다. 대부분이 은행 융자를 통해 구입하는데, 그런 경우 계약을 하는 데까지 45일 정도가 소요된다. 중개사나 집주인 입장에서도 조금 낮은 가격에 팔더라도 현찰을 선호하는 이유는 45일 후에 100% 융자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찰로 구매를 하는 중국인들의 매매가 빠르고 소문도 나게 마련이다. 최 중개사는 이런 과정에서 점점 과장되며 ‘싹쓸이’ 소식이 나온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소문처럼 싼 매물을 싹쓸이하는 중국인도 있다. 그러나 장래를 생각하는 합리적인 구매자들은 좋은 매물에 합당한 가격으로 나온 정상적인 집들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들이 부동산을 싹쓸이한다고 보는 것보다 노하우가 축적된 바이어들이 많고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높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의 취미가 ‘오픈하우스’(Open House:구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이나 아파트를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공개일. 미국은 주로 일요일 오후 시간이 많다)에 가는 것이라고 할 만큼 관심도도 높지만 그만큼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아요.”

최영기 중개사는 요즘 터무니없는 현지 집값 소식에 한국에서도 구매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큽니다. 관리는 물론이고 집에 대한 재산세도 고려해야 해요. 뉴스에 보도되는 터무니없이 싼 집들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이거나 대출이나 빚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너무 싼 매물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두세요.”

디트로이트 시는 재건을 위한 방도로 파산을 선택했다. 오히려 이번 기회로 ‘차라리 잘된 일이다’라고 희망을 갖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파산이건 재건이건 원인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시의회의 무분별한 행정과 부패.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글 / 이유진 기자 ■도움말 / 최영기 중개사(www.ChoiTeam.com, ychoi@reinhartrealtors.com), 「주간 미시간」 김택용 기자(www.michigankorea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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