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효섭 재무설계사가 제안하는 소시민 부채 탈출 프로젝트
나와 가족의 모든 부채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작업이 빚을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채현황표’를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별로 각각 나눠 정리해야 나중에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부부의 경우 아내와 남편의 부채를 각각 정리해야 한다. 간혹 기억이 안 나거나 잊어버린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정리하도록 한다.
“어떤 형식으로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객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있는 그대로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때 금융기관별 분류를 추천한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제1금융권(일반 은행, 특수 은행, 지방 은행)과 제2금융권(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투자 전문회사, 여신 전문회사), 사금융권인 제3금융권(대부업체, 사채업체)으로 나눠야 최대한 누락을 막을 수 있다. 개인에 따라 카드사나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을 이용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누락되지 않도록 한다. 액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대략적인 원금 총계와 어느 곳에 부채가 있는가를 메모하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이다.
두 번째 작업은 세부적으로 액수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 월 단위로 들어가는 액수를 확인하고 만기 상환 부채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계획의 근거를 마련한다. 금융기관의 이름과 대출 유형, 대출액, 대출기간, 이자율, 총 이자액, 상환 방식, 원금 일시 상환일과 대출 잔액, 원리금과 월 이자를 합한 월 상환액 등을 정리한다.
● 대출 유형 담보대출인지, 신용대출인지에 따라 부채 정리 과정에서 담보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결정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환을 위한 현실적인 현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온 가족이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대출도 전액 상환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대출액, 대출기간, 이자율, 총 이자액, 상환 방식 상환 방식에 따라 언제쯤 상환 원금이 몰리는지 미리 판단할 수 있고, 대환 대출을 미리 알아보는 방식으로 일시 상환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신용위험으로 이어지는 많은 사례는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경우보다 원금을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대출 상환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금 흐름이 예측된다면 무엇보다 상환 일자에 따른 계획을 미리 세워둬야 한다.
● 대출 잔액, 월 상환액 월 단위의 현금 흐름에서 상환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다. 총소득에서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월 상환액이 몇 퍼센트인가를 파악하라.
“부채현황표를 보면서 높은 이율의 단기형 대출(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부터 낮은 금리의 장기형 대출 순으로 상환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금서비스 같은 단기형 상품을 짧은 기간 안에 상환하는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금서비스는 현금서비스로 돌려막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즉, 더 이상 현금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미 단기 부채가 매달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채 가지치기 과정’은 단기형 부채를 더 낮은 금리의 장기형 대출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도 합니다. 대환 대출 과정에서는 빚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Project 2 숨은 자산을 확인하라
금융 자산을 정리하면서 가장 누락되기 쉬운 것이 바로 보험사에 적립된 금융 자산이다. 특히 가족이 본인도 모르게 가입한 보장성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들이 의외로 많이 발견된다. 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생명보험협회 사이트(www.klia.or.kr)에 접속해 소비자마당의 인터넷 보험 가입 조회를 클릭해본다. 개인 인증서(은행용, 범용 모두 사용 가능)가 있고, 본인 명의가 계약자나 피보험자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조회가 가능하다. 손해보험협회 사이트(www.knia.or.kr)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이 두 사이트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일 수도 있지만 오래전에 넣어둔 휴먼 계좌도 확인할 수 있다.

심효섭 재무설계사가 제안하는 소시민 부채 탈출 프로젝트
저축성 보험 설계 요령
저축성 보험은 장기 상품이다. 길게 운영할 때 유리하다는 말이다. 운영 방식이나 목적에 따라 투자형(변액 유니버셜 보험, 변액 연금보험)과 무위험형(저축보험, 적격형(소득공제형) 연금보험, 비적격형(비과세형)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많은 상담자들이 저축인 줄 알고 가입했다 5년 경과 후 해약하려 했더니 돌려받는 돈이 원금 수준도 안 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이는 투자형 상품의 경우 주식시장 상황에 따른 손실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소득공제형 연금보험은 나중에 연금 형태로 수령하지 않으면 기타 소득세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저축성 보험은 상품에 따라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8~13%의 사업비를 차감하고 계정에 투입한다. 사업비는 통상 납입기간 동안 발생하므로 5년 납입 저축성 보험을 3년 만에 해지하면 대부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Project 3 현금 흐름을 장악하라
부채와 자산 현황을 확인했다면 월간 현금흐름표로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매달 얼마의 수입이 있고,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현금 흐름에서 채무 상환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규모가 명확해진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나가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이때 수입은 변동 폭이 크지 않고 수입원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지출을 중심으로 한 현금흐름표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세세한 내용을 다 기억하기 힘들다면 굵직한 내용과 매달 반복해 들어가는 항목부터 시작하는 것이 꼼꼼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매달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을 모두 체크하려 한다면 머리만 아플 것이다. 만원 단위 차이는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또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면 도시가스 사용료가 여름과 겨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또한 일일이 감안할 필요는 없다.
“부채와 자산현황표는 비교적 정리하기가 수월한데,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현금흐름표는 지출 부분을 어떻게 묶어서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내용을 기준으로 보자면, 의식주와 관련된 직접적인 지출 내역과 교통비, 통신비 등 사회활동을 위한 비용, 보험과 저축 등 적립금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이자 등으로 지출되는 금융 비용은 반드시 따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현금흐름표를 보다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시와 같은 추세라면 향후 현금서비스 의존도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금서비스 같은 단기 고금리 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상환 계획을 설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현금 흐름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현금성 자산으로 쌓이고 있는 저축과 연금보험을 눈여겨보자. 이 가정의 경우 현재 위험 요인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므로 미래 위험 요인을 대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보장성 보험도 과감하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교육비나 통신비를 줄이는 방법은 없는지, 부식비는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

심효섭 재무설계사가 제안하는 소시민 부채 탈출 프로젝트
“근본적으로 빚을 갚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소득이 늘어나거나 소비를 강제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단기간에 소득이 쉽게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강제로 소비를 줄이는 ‘지출 가지치기 과정’은 우리가 꼭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되는 것까지 줄이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혹독한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꼭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손질하는 것입니다. 필수 지출을 줄여야 나머지 소소한 지출에 좀 더 과감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습니다.”
부채 탈출의 핵심은 체질 개선이다. 이는 새로운 습관을 통해 만들어진다. 젊은 신혼부부라면 외식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부식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3인 이상의 가족 구성이라면 조금 다르다. 어떻게 줄일지 고심해봤자 결국 더 저렴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외식 횟수를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건데 하는 마음에 자괴감도 든다.
1 대형 마트 출입금지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어차피 먹고 살아야 하는데 대형 마트에서 안 산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소비를 하지 않겠나, 공산품은 대형 마트가 더 싸지 않나, 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물론 확실히 싼 상품이 몇 가지 있는 건 사실이다. 용량 표시 제품의 경우 100g당 단가는 대부분 대형 마트가 저렴하다. 그 이유는 포장 단위가 크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필요없는 물품을 사면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더 큰 사이즈의 세제를 산다고 해서 용량에 정비례해 사용 기간이 길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단기간 동안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된다.
한 번 장을 볼 때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는 것도 대형 마트를 피해야 하는 까닭이다. 미리 메모를 해 장을 보는 지혜로운 주부들도 있지만 대개는 반값 세일, 특별 세일, 한정 세일, 1+1 등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때 하는 착각이 아직 집에 남아 있지만 어차피 또 사야 할 물건이라면 지금 사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형 마트의 대안으로 전통 재래시장을 추천한다. 일단 포장 단위가 작아 냉장고에 쌓아둘 확률이 줄어든다. 진열 상태도 화려한 조명이나 먹음직스러운 포장이 아니라 충동적 구매를 할 가능성도 적다. 적립 포인트나 보너스는 없지만 단골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덤을 얹어주기도 한다.

심효섭 재무설계사가 제안하는 소시민 부채 탈출 프로젝트
3 신용카드는 독 때로는 결제 수단을 과감하게 통제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우리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만큼 개인 부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신용카드 결제율이 높은 이유는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쉽다는 점, 물품 구매에 따른 수수료를 소비자가 내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당장 신용카드를 잘라버릴 수 없다면 덜 사용하는 카드부터 정리하도록 한다. 카드사에 해약 통보를 하고, 개인 정보를 요구한 다음 카드 연회비 중 남은 금액을 결제 통장으로 넣어달라고 이야기하자. 각종 포인트가 소멸되고 앞으로 이런 혜택은 없을 것이라는 협박에 흔들릴 필요도 없다. 명심하자. 지출을 줄이고 통제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쓰는 것뿐이다.
4 카페라테 효과 커피 한 잔 값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평균 4천원 정도 하는 카페라테 값을 쓰지 않고 모은다면 한 달에 12만원, 1년이면 1백44만원이 된다. 10년간 꾸준히 모은다면 1천4백40만원의 거금이 생긴다. 이 돈을 이자율 4%의 저축은행에 저금했다고 치자. 10년 후면 1천7백60만원이 된다. 아이가 현재 초등학생이라면 커피값만 모아도 대학 등록금이 마련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담뱃값까지 아끼면 2천만원을 훌쩍 넘는 거액을 별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하루빨리 법률 제도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높은 이자나 사채, 대부업의 대출로 힘이 든다면 민생연대(02-867-8020, www.minsaeng.org)의 전화 상담이나 면접 상담을 1차로 권한다. 이후 법적인 부분은 대한법률구조공단(132, www.klac.or.kr)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은행빚과 카드빚이 대부분이라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슷한 유형을 검토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 www.ccrs.or.kr)를 찾아갈 것을 권한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일을 하는 것도 무리고, 평생 쌓인 빚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서울, 대구)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도움을 청해보자.
케이스별 부채 탈출 솔루션
수입지출 현재 부채의 성격에 따라 조속한 상환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대환 대출을 통해 이자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자가 높은 대출부터, 대출기간이 짧은 대출부터 상환하도록 한다. 통장에 이름표를 붙여 개수를 늘려가며 관리하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수입지출 자신에게 유리한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좀 더 다양한 대출 상품을 알아보고, 매달 발생하는 현금 흐름에 주의하면서 3개월 생활비 정도의 비상금을 만들도록 한다. 상황이 나빠지면 부채의 질도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현금 흐름이 좋은 편이 아니라면 지출을 줄일 것을 권한다.
수입=지출 마이너스 통장이나 현금서비스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자신도 모르게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있다면 지출 내역부터 정리하라. 특히 채무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수입지출 지출이 많다면 매달 채무액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 대출까지 사용하고 있다면 더 이상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을 방법도 없다. 대부업체를 알아보는 것은 더더욱 상황을 악화시킨다. 자산이 총부채보다 많다면 워크아웃을 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산이 부채보다 현격하게 적다면 개인회생이나 파산도 고려해야 한다. 막연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달에 안 되면 다음달에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수입지출 다음달부터 수입이 확실히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는가. 자산을 처분하면 부채는 정리되는가. 자산 정리가 답이라면 미련을 갖지 말고 이를 정리해 조금이라도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답이 없다면 제도적인 방법을 하루빨리 알아보고 새롭게 출발하길 권한다. 어떤 방법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보자.

심효섭 재무설계사가 제안하는 소시민 부채 탈출 프로젝트
미래에셋에 근무하며 다양한 연령, 직업, 성격에 맞는 ‘맞춤형’ 재무상담을 해주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매일매일 알차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자산관리노하우와 올바른 재테크 마인드를 심어주고, 부채의 악순환에서 탈출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원상희 ■사진 제공 / 심효섭 ■참고 서적 /「마흔, 빚 걱정 없이 살고 싶다」(심효섭 저,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