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율 전쟁과 유가 하락 등 불확실한 상황에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예정돼 있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또한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불안정 요소들이 증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식시장의 침체 원인은 무엇보다 내국인의 주식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국내 경기의 영향이 크다.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뤄져야 가계와 기업의 저축이 그만큼 증가하고, 이로 인해 주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텐데 우리 경제성장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7%를 유지했다. 단군 이래 최대 환란이라며 위기감이 조성됐던 2000년에도 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7년간 우리 사회의 성장률은 3%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의 주식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데서 기인한다. 성장률이 더 높은 곳에 주식 투자를 하면 그 수익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환차손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심각하다. 2006년 고점에 이르렀던 주택과 토지 등의 부동산 가격은 2007년부터 하락하기 시작, 현재까지 좀처럼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물가가 올랐음에도 정체돼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부양정책에도 부동산시장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원리를 파악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택 등과 같은 부동산은 수요자가 비교적 장기간 저축한 돈을 바탕으로 매입을 한다. 다시 말해 이는 돈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부동산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저축이 쌓이고 부동산 수요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때는 부동산 가격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이 경우 2, 3년을 더 저축해야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무리하게 매매를 결심한다. 현재의 수요에 미래의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과거 ‘부동산 투기 열풍’은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발생했다.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투기 열풍이 앞으로도 반복되느냐’이다. 상식적으로 미래의 수요가 현재로 이동해왔으므로 그 미래의 시점이 됐을 때는 또 한 번의 수요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된다. 이 시기 동안 부동산시장은 저축이 축적돼 새로운 수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침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충분한 정체기를 겪은 올해 다시금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안타깝게도 ‘No’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7년째 3% 초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보니 가계와 기업의 저축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냉정하게 말해 부동산 수요를 일으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 한 해 최소 5~6%의 경제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불붙었던 매매 심리도 잠시, 부동산 관련 법안 입법이 늦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금세 식어버렸고 전셋값 역시 계속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실거주용 거래가 여전히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경제 상황은 어떨까. 미국은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펼치는 국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확산되며 악순환을 거듭할 때 미국은 단독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었지만 G20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공동으로 재정 지출 확대를 합의했다. 이는 공급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과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 것이었다. 또 미국은 경기 변동의 폭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생산성 향상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 역시 실용적이다. 개혁 개방 이후 어떤 경제정책이 효과적이었는지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그 틀을 잡고 있다. 경제정책이 거듭 실패하며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최용식(21세기 경제학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