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만 18~59세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보험이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100만여 명이 가입해 있어 우리 삶과 밀접하지만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기금이 2060년이면 바닥난다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나돌면서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치권의 논란이 커지면서 인터넷에는 “국민연금 탈퇴하고 싶다”라는 누리꾼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그러나 알고 보면 국민연금은 꽤 괜찮은 제도다. 더 깊이 알수록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논란과 쟁점 바로 알기
국민연금을 이해하려면 최근 언론에 등장했던 소득대체율 논란부터 알아두는 게 좋겠다. 국민연금의 기능은 노년기에 접어든 가입자들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연금액이 얼마가 돼야 생활하기에 적당한 수준이 될까. 이 수준을 법률로 정해놓은 게 소득대체율이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가 일하던 시절 벌었던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나의 월 평균소득이 200만원이고 법률상 소득대체율이 40%이면 월 80만원의 연금이 나오는 셈이다.
문제는 법률상 소득대체율 40%가 가입자가 40년간 꼬박 보험료를 냈을 때만 보장된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40년간 낸다는 것은 20세에 취업해 60세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는 얘기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럼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이 40년보다 짧을 경우 소득대체율은 얼마일까. 40년간 보험료를 냈을 때 소득대체율이 40%이므로, 보험료를 낸 기간 1년마다 소득대체율이 1%씩 올라가는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국민연금 통계를 보면 가입자들은 평균 24년간 보험료를 낸다. 실제 소득대체율은 2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월 평균소득이 200만원이면 한 달 연금이 48만원이다. 최저생계비(2015년 기준 61만7,281원)를 한참 밑돈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 단체들이 법률상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보험료를 40년간 냈을 때 소득대체율 50%가 보장된다면, 보험료를 낸 기간 1년마다 소득대체율이 1.25%씩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입 기간이 24년이면 소득대체율은 30%로, 월 평균소득이 200만원이었던 사람의 연금액은 60만원으로 올라간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어도 최저생계비와 비슷한 액수다.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가입자들은 이득을 본다는 얘기다.
기금이 바닥나면 내 연금은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을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기금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걷어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기금 고갈’이란 이 기금이 모두 연금으로 지급되고 잔고가 남지 않는다는 뜻인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기금이 고갈된다면 보험료만 내고 연금은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금은 고갈될 수도, 고갈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기금이 고갈된다 해도 연금은 받을 수 있다. 기금 고갈설의 실체부터 보자.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약 539조원이 쌓여 있다. 정부가 계산해본 결과 기금은 2043년 2,561조원까지 쌓인 뒤 2044년부터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60년 잔고가 0원이 된다. 이게 바로 기금 고갈 상황이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2060년까지 현재 제도를 유지할 때, 그러니까 지금처럼 보험료율이 9%(회사·직원 각각 4.5%), 소득대체율이 40%일 때 그렇다는 얘기다. 기금 잔고가 0원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도 과연 정부가 손 놓고 있을까? 한 연금학자는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보’가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했다. 미래의 어느 적당한 시기에 정부가 보험료를 인상해 기금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미래의 공무원들이 정말 ‘바보’라서, 혹은 보험료를 올렸다가 민심을 잃고 선거에서 질까 봐 2060년 기금 잔고가 바닥나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다. 그래도 연금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소득이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걷어서 바로 노인들에게 지급하면 된다. 현재 유럽 선진국들이 이런 방식으로 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럴 경우 보험료율이 21.4%까지 치솟는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인구와 연금을 받는 인구수가 1:1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젊은 세대가 이른바 ‘보험료 폭탄’을 맞는 셈인데,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2060년이 오기 전에 보험료를 조금씩 올려가는 수밖에 없다.
만약 야당의 요구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60년에서 2056년으로 앞당겨진다. 다만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지금의 9%에서 10%로 올리면 고갈 시점을 현재 시나리오와 같은 2060년으로 늦출 수 있다. 이것이 야당이 “보험료율을 1% 포인트만 올리면 소득대체율 50%가 가능하다”라고 한 배경이다. 지금 당장 보험료를 조금 더 내서 연금을 더 받고, 2060년이 오기 전에 보험료를 다시 올려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자는 논리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적연금보다 이득
이제 소득대체율의 의미도 알았고 기금 고갈론도 이해했다. 그래도 고민이 남을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든 아니든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소득대체율이 낮다면 실제 받는 연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얘기 아닌가. 그 돈을 받자고 매달 보험료를 내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사적연금보다 여러모로 유리하다. 은행, 보험사 등에서 가입하는 사적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에 낮은 금리만 보태서 연금으로 돌려준다. 반면 국민연금은 돌려받는 연금액이 평생 납부한 보험료보다 1.8배 많다. 특히 국민연금에는 사적연금에 없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어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저소득층은 낸 보험료보다 평균 4배 이상, 고소득층도 평균 1.3배 많은 연금을 받는다.
연금액을 산정할 때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것도 사적연금에는 없는 장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부양가족이 있다면 가족수당을 더 얹어준다. 배우자가 있을 경우 연 24만7,800원, 자녀나 부모가 있을 때도 1인당 연 16만5,2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자. 경기 부천시에 사는 신 모씨(61)는 1988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26년간 보험료 6,900만원을 냈다. 신씨는 2014년 12월부터 부양가족수당을 더해 매달 연금 123만원을 받고 있는데, 4년 8개월간 연금을 받으면 본전을 찾는다. 신씨가 기대수명까지 생존해 21년간 연금을 받으면 연금액은 총 3억1,000만원으로 그가 실제로 낸 보험료의 4.5배가 된다. 신씨가 법률상 소득대체율이 70%이던 시절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겠지만,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재테크다.
국민연금, 남보다 많이 받으려면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연금액을 최대한 많이 받아갈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기본은 보험료를 많이, 오래 낼수록 연금액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알아보자.
전업주부 전업주부를 위한 제도가 있다. 남편이 국민연금 가입자일 때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가입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에 가입 신청을 하고 보험료를 10년 치 이상 내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공단은 소득이 없는 가입자에 대해 중간 수준의 소득이 있다고 가정하고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보험료는 월 8만9,100원이다.
경력 단절 전업주부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도 연금 혜택을 받을 길이 있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결혼, 육아로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가입 자격을 잃은 경우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간 보험료를 내면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직장을 10년 이상 다녔다면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안타까운 케이스는 8, 9년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다. 정부는 이처럼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들도 국민연금에 다시 가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고치고 있다. 그간 내지 않은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 10년 치를 채우면 연금 받을 자격을 주는 것이다. 보험료를 한 번에 내기 어려울 땐 2~5년간 나눠 낼 수도 있다. 법률 개정이 완료되면 활용해볼 만하다.
무소득자 회사를 다니다가 실직했거나 자영업을 하다가 휴·폐업해 소득이 없을 때는 연금공단에 ‘납부예외’를 신청해야 한다. 보험료를 무작정 내지 않으면 ‘체납자’ 신분이 되지만, 납부예외를 신청하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떳떳하게 가입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취업하거나 사업을 시작해 소득이 생기면 ‘납부재개’ 신고를 하고 보험료를 내면 된다. 이때 납부예외 기간 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까지 몰아서 내면(최대 24개월까지 분할 납부 가능) 납부예외 기간도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아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60세 전후 60세 전후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도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만 60세가 되기 전까지만 낼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있다면 60세가 지난 뒤에도 연금공단에 신청해 보험료를 낼 수 있다. 보험료를 더 내므로 연금 수령액이 더 늘어난다.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춰도 연금액이 늘어난다. 연금 받을 나이가 됐지만 생활비로 쓸 저축, 소득 등이 있는 경우 최대 5년까지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자가 붙어 연금액이 연 7.2%씩 불어난다. 가령 61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가 62세부터 받기로 연기하면 연금액은 월 80만원(61세 수령)에서 월 85만8,000원(62세 수령)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 납부한 보험료로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의 ‘내 연금’(csa.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후 준비에 대한 종합 진단과 재무설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최희진(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