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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녀씨와 김갑남씨. 한때는 같은 집에서 웃고 울던 부부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몇 년 간 이어진 균열 끝에, 두 사람은 결국 결혼 생활의 마침표를 찍기로 한다.
2017년 8월 31일, 두 사람은 법원에서 협의이혼이 확정됐다. 한 달 뒤, 남은 서류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되자, 서류 속 ‘배우자’ 칸의 이름은 이제 서로의 인생에서 지워졌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지울 수 없는 이름이 있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나 13년을 함께 자란 아이.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두 사람은 여전히 ‘엄마’와 ‘아빠’였다. 김갑남씨는 아이의 성년이 되는 날 전까지,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보내기로 이을녀씨와 약속했다.
2017.9 ~ 2021.2 : 매달 50만 원
2021.3 ~ 2027.2 : 매달 60만 원
2027.3 ~ 2030.2 : 매달 70만 원
2030.3 ~ 성년 전날까지 : 매달 80만 원 (매월 21일, 반드시 지급!)
계획은 완벽했으나 그것은 문서상의 약속일 뿐 현실은 달랐다. 2024년 3월까지 갑남에게 약속된 양육비 총액은 4,300만 원. 그러나 김갑남 씨가 준 건 고작 900만 원이었다. 나머지 3,400만 원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참다참다 이을녀씨는 2024년 4월, 가정법원에 “나머지 양육비 내놔라!”라며 이행명령 신청을 한다. 가정법원에서는 김갑남이 2024년 3월까지 미지급한 양육비는 이을녀의 신청보다도 더 많은 금액인 4,000만 원이라고 보았고 이를 매달 200만 원씩 20회에 걸쳐 지급하라는 이행명령을 내렸다.
※ 여기서 궁금증?
“이혼 당시 약속한 금액보다 더 적게 주면, 법원은 이행명령으로 얼마까지 명령할 수 있을까?”
법에 따르면(가사소송법 제64조), 이행명령은 ‘이미 판결이나 조서 등으로 확정된 의무’에 대해서만 내릴 수 있다. 즉, 새로운 금액을 더 만들어서 부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대법원도 “이건 민사집행법의 강제집행이랑 비슷한 개념이니, 기존에 확정된 의무만 이행하게 할 수 있다”라고 못 박았다.
⚖ 그래서 결론은?
대법원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과 유사”한 제도이므로, 가사소송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행명령으로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되어 있는 의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의무자에 대하여 새로운 의무를 창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이행명령은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의무 중 이행명령을 할 때까지 의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한 의무에 대하여만 결정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초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이을녀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양육비부담조서에 의하여 김갑남이 이을녀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2024년 3월까지의 양육비 중 미지급 금액은 3,400만 원이므로, 이를 초과하여 4,000만 원의 양육비 지급을 명한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은 잘못된 것이라며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5. 5. 23.자 2025으517 결정).
박상홍 변호사의 한 줄 정리
이행명령은 ‘약속된 금액’까지만 가능!
계약서나 양육비부담조서에 없는 금액을 새로 만들어 요구할 수 없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가사법 전문 등록 변호사 ▲現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변리사 ▲ <2024 북한인권백서>, <금융피해 법률지원 매뉴얼>,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 등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