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반, 타의 반 ‘올빼미족’들을 위한 똑똑한 야근 요령!
잦은 야근은 생체리듬을 깨고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심신을 병들게 하는, 직장인 최대의 적이다. 또한 야근은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 등 각종 암의 발병 확률도 높인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오늘밤도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비타민 하나 입 속에 털어 넣자. 그리고 다음의 충고에 귀 기울이시길.
“야근에 길들여져서인지 새벽 3시 전에는 절대 잠이 안와요.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날 땐 몸이 천근만근, 정말 죽을 맛이에요.”(29세·P씨·출판업자)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몇 달째 밤 12시 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어요. 혈색도 안좋고 뾰루지도 끊일 날이 없고... 몇 달 사이에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에요. 한의원엘 갔더니 만성피로래요.”(27세·K씨·웹기획자)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하시는 부장님 때문에 얼떨결에 같이 저녁 먹고, 잔업 처리하다 보면 금방 9시, 10시 되고... 야근도 습관인 것 같아요.”(31세·L씨·컨설턴트)
‘칼퇴근’? 누군 싫어서 안하나!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란 말은 이제 전설 속으로 묻힌 말 같다. 업종과 분야에 따라서 야근을 칭하는 기준 시간대에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고등학교 교사인 J씨는 “7시만 넘어도 ‘야근’”이라고 말했다) 매일같이 ‘칼퇴근’의 영광을 누리며 일하는 오피스우먼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나인 투 파이브는 커녕 ‘나인 투 식스’, 아니 ‘나인 투 세븐’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야근을 자주 하면 각종 암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외신이 최근 보도됐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이런 식의 ‘야근 경고 메시지’는 이제 그다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매번 ‘혹시 나도?’하는 경각심과 불안감으로 뒷목이 뻣뻣해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야근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낮 시간에 일 다 해놓고 칼퇴근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오너가 있다면 돌 맞아 마땅하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엄연히 바이오리듬이라는 것이 있는 법. 되지도 않는 공부가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서류더미 붙들고 씨름했댔자 머리만 무겁고 시간만 축낼 바에야,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한 두 시간 머리를 쉬게 하는 게 더 능률적이다. 게다가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면서 미친 듯이 일해도 도저히 퇴근 시간 전까지 끝맺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할 때도 많다. 이럴 때 야근은 게으른 자의 업보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억울할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된다.
야근의 가장 큰 폐해는 바로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간호사, 제조업 근로자, 항공사 승무원, 광고계 종사자 등등 불규칙한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은 수면 사이클이 일정치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교대 근무자들은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만성적으로 피로가 누적될 뿐 아니라, 면역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린다. 또한 우울증, 위장질환, 고혈압, 심근경색, 기억력 감퇴, 월경불순, 성 기능 감퇴 등도 야근이 잦은 사람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증상들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교대근무 수면장애’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집중력 저하로 인한 각종 사고 위험의 증가다. 호주 수면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17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운전을 하면 혈중 알콜 농도 0.05(면허정지 기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운전을 하면 혈중 알콜 농도 0.1(면허취소 기준)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직장여성 K씨는 “한숨도 안자고 야근을 한 후 새벽 5시경 퇴근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어이없는 부주의로 폐차 직전까지 가는 사고를 냈다”며 “다행히 다친 데는 없지만, 비몽사몽 하던 그 순간의 실수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간 근무자들의 60~70%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야근을 한 기간이 3년 미만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40%, 3년 이상인 여성은 60%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가 간호사 7만858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세 번 이상씩 15년 간 야간 근무를 한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간호사에 비해 결장·직장암 발병률도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을 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 대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유방암 등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야근은 되도록 지양해야 하고, 어쩔 수 없다면 야근 주기를 적어도 2-3주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밤샘은 가장 피해야할 야근 패턴이다.
건강한 야근을 위한 필독 사항!
Advice1| 컴퓨터에 코 박고 앉지 말자!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안구건조증을 비롯한 결막염, 각막염의 위험에 노출된다. 컴퓨터단말기증후군(VDT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s)이 생기면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계속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1시간 작업한 뒤 10분 정도 눈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다. 쉬는 동안 잠깐 바깥 공기를 쐬고 돌아오는 것도 좋고, 눈에 힘을 뺀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식으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간단한 마사지를 해보는 것도 좋다. 업무 중 틈틈이 쉬면서 눈의 피로를 푸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과 모니터의 안전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모니터는 눈과 1m 정도 떨어지는 것이 좋고, 눈보다 25°정도 아래로 내려야 눈의 피로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Advice2| 야식의 유혹에 의연해지자!
학생 때까지만 해도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여성이 졸업 후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의 경우 야근이 잦다는 것이 공통점. 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간식 생각이 간절할 뿐만 아니라 어차피 야근을 할 바에야 저녁이라도 든든하게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을 다소 과하게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에너지 소모로 그만큼 배가 빨리 고파지기 때문에 야근할 때는 더 군것질이 심해진다.
특히 달거나 짭짤한 것들이 당기기 마련인데, 이것은 음식에 포함된 세로토닌이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과한 야식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위장병을 발병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백해무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야근에 임할 수는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허기를 달래야 할 상황이라면 라면이나 만두, 소세지 등의 인스턴트 식품이나 자극이 강한 음식 대신 위에 부담이 적은 주스, 죽, 우유 등으로 가볍게 요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dvice3| 디카페인, 디니코틴을 지향하라!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잔이 세 잔 되는 것이 바로 야근 중에 마시는 커피이다. 일에 집중이 안될 때 가장 만만한 것이 ‘커피 한 잔의 여유’인 건 사실이지만, 세 잔 이상 마시게 되면 심장이 울렁거리고 머리도 띵해져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 또 일을 마친 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커피가 어느 정도 각성 효과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들이키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할 일이다. 커피 대신 녹차나 허브차 등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차로 대체해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집중이 안 된다고 한 대, 두 대 담배를 태워대면 피부 미용에도 치명적이다.
Advice4| 야근할 때도 간단한 운동은 필수!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모니터, 키보드와 씨름하다보면 잠을 자고 나도 뒷목과 어깨가 여전히 뻐근하다. 야근 중이라도 중간 중간에 몸을 움직여 몸이 경직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오랜시간 의자에 앉아 있어 몸이 피로하면 정신 집중이 안 되기 마련.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교감신경을 활발하게 해 주는 체조를 해보자. 먼저, 등을 쭉 펴고 의자 끝에 살짝 걸터앉는다. 양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런 다음 등을 곧게 편 채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2cm 들어올린다. 이때 발뒤꿈치라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시 처음 동작으로 돌아간다. 종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5회 정도 반복한다. 또, 등을 쭉 펴고 의자에 깊숙이 앉는다. 양손은 의자의 양쪽 끝을 잡는다.
무릎을 붙인 채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후 발끝은 왼쪽으로 최대한 보낸다. 다시 처음 동작으로 돌아가서 반대쪽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 5회 정도 반복해 본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퉁퉁 부은 다리를 풀어주려면 양다리를 가지런히 해서 의자에 앉는다. 양손으로 의자의 양옆을 잡고 발뒤꿈치는 바닥에 붙이고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의 위로 가도록 다리를 포갠다. 오른쪽 발뒤꿈치를 올렸다 내렸다를 5회 정도 실시하고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반복한다.
Advice5| 문제는 숙면, 짧아도 깊게 자자!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밝은 빛을 피하는 게 좋다. 귀가해서도 커튼을 치고 소음을 차단해 밤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 도움이 된다. 또 퇴근 즉시 잠을 자지 말고 출근 직전인 오후에 잠을 자는 게 좋다. 밤에 출근한 뒤엔 조명을 최대한 밝게 해 낮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야근에 적응하게 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배가 너무 고프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부르지도 않아야 한다. 적당하게 배가 부르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자연스런 수면을 유도하게 된다.
다만 소화가 잘되지 않는 질긴 음식은 금물. 이뇨 작용이 있는 수박, 멜론 같은 과일이나 맥주는 피해야 한다. 수면에 좋은 음식으로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와 멜라토닌 생성을 도와주는 토마토, 바나나 등이 있다. 반면 과자, 초콜릿, 사탕, 케이크 등의 단당류 음식은 체내로 빨리 흡수되어 대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체온보다 약간 높은 미지근한 물에서 10분 내외로 목욕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야근이여 안녕~ ‘칼퇴근 노하우’
하나, 모든 업무의 데드라인을 정하자
업무를 배정 받을때는 반드시 데드라인을 물어보고, 상사가 정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데드라인을 관리한다. 데드라인은 꼭 구체적으로 정하고 눈에 잘띄는 위치에 붙여 놓는다. 업무가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도록 한다
“급한 일부터 하자”는 모호한 원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몇 개의 그룹으로 할 일의 순위를 정해보자. 우선순위에 정해진 일은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져도 일단 시작해야 한다. 나중에 정작 중요한 일은 빼먹는 실수를 막아준다
셋, 서류는 받자마자 처리한다.
책상 위에 늘어가는 서류는 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필요한 문서를 찾는데도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간단한 서류는 받자마자 처리하는 걸 원칙으로 하자. 시간을 두고 정리할 서류는 서류함에 찾기 좋게 분류한다.
넷, e-mail은 정해진 시간에만 체크하자.
잠깐 e-mai 확인하려다가 금방 30분이 지나간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업무시간 20분전, 점심시간 후 20분처럼 e-mai 체크하는 시간을 청해두어야 업무 흐름을 깨지 않는다.
다섯, 퇴근 전 5분은 내일을 위해 메모하는 시간
내일 해야 할 일을 메모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자. 물론 우선순위대로 정리한다. 다음날 아침 비주얼화 된 계획표가 아침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도와준다.
글/박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