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폐제 찬성입장 “세계화에 발맞춘 남녀평등 위해 폐지돼야 한다”
결손 가정을 다룬 드라마들이 장안의 화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아들, 그들을 버린 남자. 천륜을 저버린 남자는 어느 날 불쑥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려고 한다. 아이는 ‘호주제’ 때문에 법적으로 아버지의 아들일 수밖에 없다. 버림받은 고통 속에서도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존재는 법 앞에서 아무런 힘도 써볼 수 없다. 조금의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호주제’가 빚어내는 단면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지금 호주제 폐지를 부르짖고 있다.
여권신장이 급성장했다는 지금
세계 속 한국 여성의 지위는 63위

한국인들이 가장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로 꼽는 캐나다. 이곳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개가 물에 빠져 있다면 어떤 순위로 구출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1위는 여자, 2위는 개, 그리고 마지막에 남자를 구해야 한다”고 대답한단다. 물론 이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캐나다 사람들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지난 2000년에 발표된 유엔의 ‘인류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여권(女權)이 가장 강한 나라는 노르웨이이며, 그 뒤를 이어 아이슬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가 2~5위를 차지해 전통적으로 북유럽 여성의 지위가 높다고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벨기에가 차례로 10위권에 들었고 미국은 13위였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41위에 오른 데 그쳐, 전체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아시아권 여성의 지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의 지위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63위. 이 순위는 정계와 과학기술계, 기타 전문직의 주요 인사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근거로 산정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한국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2003년의 하반기를 향해 치닫는 지금, 우리 사회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한국 여성들이 느끼는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쯤일인지…. 그에 대한 답은 요즘 가장 뜨거운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호주제 철폐에 대한 찬반 양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 ‘호주제’에 대한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뒤흔드는 사회적 태풍 ‘호주제’란 과연 무엇일까? 헌법에 명시된 ‘호주제’의 의미는 민법상 가(家)를 규정함에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서, 민법 제4편(친족편)을 통칭하며 그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다는 것. 이에 따른 호적제도란 민법상의 호주제도로서 가(家) 제도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 각 개인의 모든 신분변동 사항(출생, 혼인, 사망, 입양, 파양 등)을 시간별로 기록한 공문서로써,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고 공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편제방식은 하나의 호적에 가족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재되며, 편제의 기준은 ‘호주’이다. 즉 가족원 모두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그 상호관계를 기재함으로써 그 지위가 명시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민법은 지난 1958년 제정된 이후 여러 번의 개정이 있었으나 아직도 호주제 승계 부분에 있어서 여성은 종속적이고 차별적인 위치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현행 호주제에 의하면 여성은 남편과 아버지, 남동생과 아들이 없을 경우에만 독립적인 호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제 폐지 반대측 입장에서는 “단지 서류상으로만 등재해 있을 뿐인 ‘호주’를 못한다고 해서 여성이 이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서류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호주제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혼녀를 위해 ‘호주제’를 폐지하라고? vs결손가정의 자녀들 생각한 적 있나요?

“저는 이혼한 뒤 아이를 데리고 재혼했고 그 사이에 아이도 낳았습니다. 현재 남편과 저는, 전 남편과 저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를 지금 남편의 호적에 올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새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주민등록상 제 남편의 동거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유를 설명해주었지만 이해하기 힘들어합니다. 저 때문에 제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위의 사연은 올해 마흔세 살이 된 어느 주부의 이야기다. 현재의 호주제 안에서 이 주부의 소망이 이뤄지려면 그녀는 전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그리고 현재 남편의 동의도 물론 얻어야 한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아이에게 새로운 성(姓)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면 이 주부의 소망은 이뤄질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면 호주제와 관련한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고 한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8년 전 이혼하고 고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힘든 세월 동안 전화 한 번 안 하던 전 남편이 3년 전에 불쑥 나타나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애들은 싫다고 하지만 호적은 아빠에게 올라 있습니다. 남편이 애들을 못 데려가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
이 주부의 사례는 요즘 장안의 화제를 낳고 있는 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경우와 흡사한 경우.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들은 백이면 백, 모두 호주제 폐지를 부르짖고 있다. 현재 법률상으로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 어머니의 동의 없이 자신의 호적에 아이의 이름을 등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의 동의 없이는 자신의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지만 남성은 여성의 동의 없이 자신의 호적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이 부분이 바로 호주제 폐지 찬반양론에서 가장 핵심 화두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주부의 사례 역시 호주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어머니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3년 전 두 딸과 함께 미국에 가려고 여권과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그때 ‘이혼한 남편인 호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인감증과 도장을 요구받았습니다. ‘딸은 자식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을 내팽개친 전 남편은 이혼 후에도 여전히 아이들의 호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혼자서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저는 무엇입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이번 사례 역시 많은 여성들에게 호주제 찬성을 지지하게 하는 경우이다. 빙산의 일각일 뿐인 몇몇의 사례들을 통해 호주제 폐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부와 여성단체에서 주장하는 호폐론(호주제 폐지론)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세 가지로 축약된다. 호주제는 첫째, 남녀불평등이다. 둘째, 이혼자녀에 대한 인권침해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일제잔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폐론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세 가지의 주장이 많은 모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재잔재라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반박하며 호주제는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거론한 세 가지 주장을 갖고 호폐론 찬반 양론의 의견을 나열해본다.
호주제는 남녀불평등의 실체 vs
그렇다면 국방의 의무도 함께 합시다!
첫번째 남녀불평등이다. 이 주장에 대해 호폐론 찬성주의자들은 “왜 아버지의 성만 존속되야 하나? 그리고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는 심지어 젖먹이인 유아가 80세 할머니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등 모든 가족의 호주가 된다. 이것이 경로사상이고 가족 평등주의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호폐론 반대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부성보다 모성이 강할 수 있는 현실에서 부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계성을 계승해야 한다. 이것은 종족 보전 욕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근친상간을 막기 위해서도 호주제는 필요하며 국가 위급시 가족을 위해 국가 방위에 나서는 것도 남성의 몫이기에 호주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녀불평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이 ‘그렇게 남녀평등을 원한다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도 남성처럼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만 기본적으로 남녀평등을 논할 만하다는 것이 호폐론 반대론자들의 의견이다.
두번째 ‘이혼 자녀에 대한 인권침해이다’라는 주장은 호폐론 찬반 양론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호폐론 찬성론자들은 “이혼한 후 개가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녀의 경우 성씨가 달라 고민하고 심지어는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이혼한 후 자녀의 미래를 걱정해 어쩔 수 없이 전 남편과 재결합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이제 이혼은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결혼한 10쌍 중 3쌍이 이혼하는 요즘 세태를 생각한다면 부모의 이혼으로 고통받는 자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 후 어머니를 따른 자녀만이 왜 고통을 받고 자라야하는지? 이에 대한 답은 호폐론 폐지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이혼한 것에 대한 책임은 개인 스스로가 지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을 이유로 호주제를 폐지하라는 것은 억지다. 또 이혼자가 재혼 후 다시 이혼할 확률은 80%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결혼을 할 때마다 자녀의 성이 바뀌어야 하는가? 이것은 자녀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친부의 인권(자손 보존본능)을 뺏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혼 후 어머니가 자식의 양육권을 가진 것도 억울한데 성씨마저 빼앗긴다면 친부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라는 주장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일재잔재다’라는 주장이다. 이것 역시 호폐론 찬반양론의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먼저 호폐론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 “호주제도에서의 가(家)라는 개념은, 실제로 함께 사는 가족관계나 관념적인 개념이 아니라 부계 혈통을 기준으로 정한 ‘호주’를 중심으로 짜여진 추상적인 법적 규정이다. 그런데 이 가(家)라는 개념(관념적 개념이 아닌 현 호주제도와 같은 법적 개념)이 우리나라 호적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09년의 민적법(民籍法)에서이다. 당시는 일본의 통감부가 설치되어 조선을 합병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하는 단계였다. 그 일환으로 호적 법령을 고쳤던 것이므로 민적법의 개정주체는 조선이 아닌 일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일제시대 조선 고등법원판사였던 노무라 조오 다노씨는 “가(家)별 편제방식이 조선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호적제도는 일제의 산물이지 전통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폐론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우리의 친족 체계는 부계 혈통을 바탕으로 한 본관 중심의 문중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은 조선을 병합한 뒤에도 친족 상속을 중심으로 한 민사법체계를 관습법에 위임함으로써 일본의 성문법체계를 조선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선에서는 전통적인 문중 중심의 친족 체계가 유지되고 있었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강화되기도 하였다.”라는 것이 호폐론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빠르면 2006년, 개정 민법 시행될 전망,
호폐제 반대론자들의 반박 거세 난항 예상
위에서 열거한 바에 따르면 호주제 폐지는 생각 할수록 쉽지 않은 사회 문제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진다.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빅 화두, 호폐제. 이것에 대한 연예인들의 의견 역시 찬반양론으로 나뉘어진다. 먼저 호폐제에 찬성하는 연예인으로는 개그우먼 김미화를 비롯해 탤런트 권해효, 배종옥, 이상아, 백지연, 신성우, 가수 백지영 등이다. 반면 개그우먼 조혜련을 비롯해 농구선수 우지원, 야구선수 송진우, 축구선수 김병지·이을용 등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스타들의 공통된 의견은 ‘남녀평등’이다. 탤런트 배종옥은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도록 호주제를 폐지해야한다”고 밝힌 반면 개그우먼 조혜련은 “가장이 바로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 가장이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호주제가 유지돼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현재의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의 가족 제도도 변하게 된다. 호주를 중심으로 이뤘던 한 가족 단위 호적 대신 국민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바뀌게 되는 것. 여기에는 호주가 없어지고 개인의 출생, 혼인·사망 입양 등 신분 변동 사항과 함께 부모와 배우자, 자녀가 기록된다. 형제와 자매는 적지 않는다. 또 호주제가 폐지되면 재혼, 이혼 가정의 경우 자녀의 성(姓)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새 아버지의 성과 달라 고통을 겪는 재혼,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의 성 대신 새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은 이미 확정된 상태이며 현재 정기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이에 따라 민법 개정안은 현행 민법 (제778, 779조)에 규정된 호주 및 가족의 범위를 삭제했다. 따라서 호주라는 개념과 ‘가족(家)’이라는 개념이 민법에서 아예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는 호주라는 개념과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거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없어질 전망이다. 논란이 됐던 자녀의 성은 지금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 조항을 두었다. 즉 결혼할 때 부부가 합의하면 예외적으로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했으며 형제, 자매는 동일한 성과 본을 따르도록 했다.
법무부는 올 정기국회에 민법 개정안과 함께 호적법 개정안까지 제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호적을 관장하는 대법원에 호적법 개정을 권고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현행법상 민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된 때로부터 2년 후 시행토록 정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 민법과 신분등록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림을 비롯한 호폐제 반대론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올 연말까지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비교해봅시다] 외국의 가족제도
일본, 개인별 호적제도에 대한 논의 진행중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민법 개정을 통해 호주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부부와 미혼 자녀를 기본으로 하는 호적을 창설했다. 즉 혼인을 하면 부부는 하나의 성씨를 쓰고(부부동성제도), 호적은 ‘부부와 동일한 성을 가진 자녀’로 편제(동성동적원칙)한다. 그리고 혼인한 모든 자녀는 호적을 새로 편제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90% 이상의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른다. 이로 인해 실질적 여성차별문제, 비적출자와 적출자의 표시를 달리함으로써 발생하는 차별문제, 가족집단이 한 용지에 일람하여 기록됨으로써 나타나는 개인정보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어, 일본 역시 개인별 호적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국, 모친의 호구부에 출생 등기하는 ‘모계승계제’ 채택
중국에서는 함께 살고 있는 가족전원을 호구부 1책에 정리한다. 호구부는 가구(세대)주와 그 가족별로 항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항목은 가구주와의 관계 1란 밖에 두고 있지 않고, 각 사람의 부모성명을 기록하는 항목은 없다. 친생자를 포함한 모든 자녀는 아버지, 어머니 또는 다른 성을 칭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모친의 호구부에 출생 등기한다’고 정하여 호구의 ‘모계승계제’를 택하고 있다. 또한 부부간의 평등권을 인정하고 아내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부부동거’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즉 부부는 동적하지 않고 자녀는 원칙적으로 어머니의 호구부에 기록하는 것이다.
대만, 추천으로 선출되는 호장(戶丈), 계승 개념 없어
대만의 호적은 호(戶) 단위로 편성된다. 보통 일가(一家) 또는 동일 장소에서 동일한 주관자 아래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공동사업을 하는 자를 일호(一戶)로 하며 가장 또는 주관자를 호장(戶長)으로 한다. 호에는 가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 생활호’와 주관자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 사업호’가 있다. ‘공동 생활호’의 인구의 기재는 호장, 그의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방계혈족, 그 밖의 가족, 기류자의 순으로 하고 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만의 호적은 1930년대 중국 민법의 제도를 큰 틀에서 유지하고 있다. 호장은 우리의 호주 개념이 아닌 세대주의 의미를 갖으며 추천으로 선출되거나 최고 세대의 자가 되어 그 선출방법이 비교적 민주적이다. 또 호장은 가족의 복리를 추구하여야 할 책무를 지고 있으나 계승이라는 개념은 없다.
서구 유럽, 개인별로 호적 갖는 1인 1적제 채택
영국,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구 유럽은 개인별로 호적을 갖는 1인 1적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출생, 혼인, 출산, 사망 등의 개인 기록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 그 기록을 작성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사람의 출생, 혼인, 사망을 한 용지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친족 관계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스위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민법에 ‘부부는 부부공동체 및 자녀의 복지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둠으로써 부부공동가장제의 원리를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다. 자녀의 성씨에 있어서도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 그리고 다른 성을 칭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독일은 부모 양친의 성을 공동으로 쓸 수 있고, 스웨덴의 경우 부모 협의하에 자녀의 성을 정할 수 있으나 3개월 이내에 협의되지 않으면 어머니의 성으로 신고가 된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