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여자는 16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 집과 직업이 있어야 하므로 여자보다 나이가 들어서야 결혼을 하게 된다. 때문에 이집트인 부부는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의 정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집트인들은 정절을 지키지 못한 딸이나 여자 형제를 ‘명예살인’이라는 미명하에 살해하기도 한다.
무슬림들은 신체적인 결함이 없는 한 성인이 되면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한다. 가톨릭의 신부나 불교의 승려처럼 독신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이집트 속담에 ‘결혼은 신앙의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게 결혼과 번식은 매우 중요한 의무다. 이슬람 세계에서 결혼은 젊은 남녀가 합법적으로 성욕을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사창가는 없고, 매춘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자위행위는 자손의 번창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므로 도덕적·종교적으로 죄악시된다. 이집트에서 남자는 결혼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특히 집과 직업)이 많다 보니 결혼할 수 있는 연령이 늦춰져 30세가 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여자들의 결혼 연령은 16세부터다.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과 어울리는 연배에서는 결혼 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의 부부들은 나이 차가 아주 많은 편이다. 결혼 전 이집트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절이다. 여자가 정절을 잃거나, 남자와 사귀어 소문이 나빠지면 그것은 가문 전체의 수치로 여겨진다. 유난히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이집트 남자들은 명예를 위해서라면 딸을 죽이기도 한다. 이 같은 살인은 ‘명예살인’이라고 하여 형사 처벌도 가볍다. 대략 3~6개월의 징역형이면 된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남자의 가족이 여자의 가족을 찾아가 인사한다. ‘댁의 따님이 괜찮은 신부감으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우리 아들과 결혼시키면 어떻겠습니까?’라며 구혼한다. 양가 부모가 결혼 상대자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하면 Qiraat Al Fatiha(코란의 첫 장을 같이 읽는 날로서 결혼을 언약하는 의식이다) 날짜를 정한다. 대체로 열흘 정도 후가 된다. 날짜를 정하기 전에 상대 가문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짐은 물론이다. Qiraat Al Fatiha가 끝나면 결혼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 이때 남자는 여자에게 ‘시브카’라 부르는 선물을 준다. 선물은 주로 금반지, 금팔찌, 금목걸이 등이다.
선물은 예비신랑의 능력에 따라 준비한다. 위의 것들이 준비되면 약혼식을 한다. 약혼 후에 두 당사자는 상대방의 집을 자주 찾아간다. 만약 신부가 파혼하면 시브카를 신랑에게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고, 신랑측에서 먼저 파혼하면 시브카는 찾아가지 못한다. 신랑이 지참금(8천~1만 파운드(2천3백~2천8백 달러)로 이집트에서는 큰돈이다)을 내면 가구는 신부가 모두 준비한다. 신랑이 지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는 남녀가 합의하에 가구 가격을 분담한다. 가구가 신방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결혼계약이 가능하다.
결혼의 꽃, 결혼계약
결혼계약은 대체로 수요일에 한다. 이때 결혼계약의 진행자인 ‘마으둔’을 부른다. 마으둔은 결혼계약서에 신랑신부의 인적 사항, 지참금, 증인 2명의 인적 사항 등을 기재한다. 계약이 끝나면 신부는 약혼 기간 동안 오른손 약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왼손 약지로 바꾸어 낀다. 결혼 파티는 대체로 목요일 밤에 한다. 결혼 후 1~2주 동안 신부는 절대로 부엌일을 하지 않는다. 매일 신부의 어머니나 언니가 음식을 만들어 나른다. 신혼집이 친정에서 멀다면 일주일 분량의 음식을 한꺼번에 가져다 놓는 경우도 있다.
글 / 경영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