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초콜릿에 비유하는건 달콤한 맛과 쓴 맛을 동시에 갖고있다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첫사랑은 더더욱 그렇다. 순수했기에 아름답지만, 이루어지지 않아 가슴 쓰린 남자들의 첫사랑...길거리에서 만난 2·30대 남자들 100명이 꺼내보였다.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그들의 어린시절 첫사랑에 대한 안좋은 추억들.
2~30대 남자 100명에게 물었다!
첫사랑에 대한 안좋은 기억 BEST 10
1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빼앗겨버리다................................22명
2위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해 싸우게 되고 오해로 번진 일................................18명
3위 어설픈 스킨쉽을 시도하다 변태로 몰리거나, 부끄러워 연락 못함.....................15명
4위 첫사랑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아름다운 추억 일 뿐........14명
5위 나는 초보, 그녀는 선수! 순진한 마음이 더럽혀진 씻지 못할 상처....................12명
6위 그녀의 강력한 술버릇에 뜨겁게 데이다.............................................11명
7위 속 좁은 그녀의 계속되는 토라짐 행렬...............................................9명
8위 다양한 생리작용으로 인한 당혹스러운 기억..........................................5명
9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맨 얼굴...............................................4명
10위 나의 친구를 사랑하게 된 여자친구.................................................2명
기타 여대문이 열린 그녀, 부모님과의 갈등 등등
남자들의 첫사랑의 나쁜 기억은 그녀의 탓 이라기 보다는 바로 자기 자신이 원인이었다고 기억한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말 한번 못 붙여보고 주저주저하다가 눈앞에서 친구나 주변 사람 같은 다른 남자에게 뺏겨버린 기억이 가장 많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어린시절,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일, 자신의 컴플렉스를 탈출하지 못해 속 좁은 남자가 되어버린 어린 날의 실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던가.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은 사랑에 당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시는 잃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고.
또 어떤 사람들은 첫사랑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이토록 남자들이 첫사랑을 가슴깊이 간직하는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첫사랑이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순수했던 마음을 지녔던 시절의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안 좋은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가슴속에 아련히 남기고 싶은 남자들의”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은 가끔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니까.
거리의 생생 인터뷰
저의 가슴 아픈 첫사랑 얘기 들어보실래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할걸...
정상우 (23, 학생)
제 첫사랑은 혼자 말없이 좋아하다가 끝난 비참한 짝사랑이에요. 곁에서 지켜보고 싶어 꾸준히 친한 친구로 지내오면서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늘 망설이는 바보였지요. 사랑 고백을 했다가 사이가 멀어 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매일 그 아이의 주변만 맴돌고 있었는데, 어느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나요...그래도 내심 내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다른 사람을 제 앞에 데려다 놓으며 좋은 사람같지 않냐고 묻더군요.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며 저는 조용히 그 남자와의 행복을 빌어주었어요.
난 변태가 아니야
안성준 (26, 군인)
설레임과 함께 시작한 첫사랑과의 데이트,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정말 그녀와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요. 해가지고 저녁 무렵, 그녀의 집에 데려다주는 골목길에서 저는 그녀를 확 껴안아버렸습니다. 그녀도 내심 싫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좋아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용기를 내어서 키스를 하려고 다가갔어요. 그러나 이내 ‘짝’도 아닌 ‘퍽’ 소리와 함께 나의 뺨에 정통으로 왔다간 그녀의 손바닥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죠. 그녀는 저에게 “변태!!”라고 하면서 다시는 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들어가 버리더군요. 어린 시절 서로에게 어색한 무리한 스킨쉽 시도로 인해 변태로 낙인찍힌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났죠. 지금도 변태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말로 들립니다.
소심한 남자에게 여자는 지친다
임훈 (27, 직장인)
어렸을 때 워낙 소심한 성격이었던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백도 못하고 그저 주위를 맴돌기만 했어요. ??살 때,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여자가 있었어요. 그때도 역시 마음속 사랑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먼저 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속으로 너무 좋았지만 맞대어 직접 좋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그 후로 자주 나에게 전화를 거는 적극적인 그녀와 자주 연락을 하면서 지냈는데, 너무 좋은 마음에 떨려서 많은 말은 못하고 그저 짧은 대답만 하곤 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결국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저에게 지친 그녀는 떠나고 말았어요. 뒤늦게 용기를 내어서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가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너무 힘들다면서 그만 자신을 놓아달라고 하더군요.
컴플랙스 덩어리를 사랑할 여자는 없어
박규태 (28, 숍경영)
그녀와 저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처음 만나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마음도 잘 맞고 일단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이 Feel로 느껴졌죠.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들의 이성친구들이 저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남자들이었어요. 학벌이나 돈 외모 등등..친하게 지내는 남자친구가 있는걸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비교되는 제 모습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그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의처증이 있다며 서로 싸우기를 반복하게 되었죠. 점점 서로에 대한 구속과 불신이 커지고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죠. 그때 제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대했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텐데...저의 콤플렉스를 스스로 넘어서지 못한 저의 좁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투였는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누구...세요?
이문기 (26, 학생)
제 첫사랑은 하얀 피부와 큰 눈을 가진 딱 “예쁜여자”였어요. 물론 외적인 면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참한 그녀는 정말 최고의 여자친구였죠. 여름이 되어서 그녀와 바다로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장소는 동해안. 바닷가에서 여자친구와 해수욕을 즐기기로 했죠. 드디어 바다에 도착, 그런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녀는 물속에 들어가면 번질 것을 대비해 두터운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립스틱을 미리 지우고 나왔던 거죠. 저는 그녀의 맨 얼굴을 보고 누군지 못알아보고 한참을 쳐다 봤답니다. 그동안 저는 그녀의 화장발에 속아 살았던거예요. 어린 나이에 무척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라요, 오랜시간 사귀어온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낯설음, 어색함, 당황스러움...남성분들, 절대 화장발에 속지 맙시다!
두얼굴의 그녀
한희권 (26, 직장인)
항상 조용한 성격에 다소곳한 몸짓. 목소리도 자근자근...천상 여성스러운 그녀는 저의 자랑스러운 여자친구 였어요. 저는 그녀의 그런 청순한 모습에 반했었죠. 한동안 사귀어오던 어느날, 그녀가 무척 속상한 목소리로 술 한잔 사달라고 하더군요. 그녀와는 처음인 술자리여서 저는 술도 조금만 마시고 그녀를 챙겨주려고 무척 애를 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녀는 술이 무척 센 타입이더군요. 원샷 또 원샷...결국 그녀는 만취가 되었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술을 마시면 X처럼 변하는 사람이 있다더니, 정말 맞았어요. 그녀의 아름다운 입에서 나온 상스런 욕과 과격한 행동들은 순간 확 질리게 만들더군요. 결국 그런 그녀를 달래서 집까지 들여보내고 나니 지쳐서 일어설 힘도 안나더군요.
첫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박윤섭 (25, 학생)
남자에게 있어서 첫사랑은 평생 가지고가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가끔씩 힘들 때나 기쁠 때 종종 생각나는 존재가 바로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첫사랑에게 나쁜 기억이 있을 리가 없죠. 설마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런 기억들은 다 잊게 되고 그녀와 지냈던 행복했던 시절만 기억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 떠올라요. 그것이 바로 첫사랑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실수나 나의 실수로 인해 그녀와 어긋나고 삐끗한 적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바로 그 당시의 일들일 뿐이죠. 지금도 저는 첫사랑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살면서 종종 술 마실 때 그녀를 떠올리곤 합니다.
알고보니 선수?
신현필 (28, 유학생)
고등학교 2학년때, 우연히 학원에서 초등학교 동창인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어 우리는 같이 공부를 하곤 했어요. 그 아이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끌려 우리는 사귀게 되었어요. 무조건 그 아이를 믿고 그 아이가 원하는 일이라면 맨발로 뛰쳐나가 다 들어주었죠. 근데 자꾸 주위의 친구들이 그 아이가 다른 남자랑 같이 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거에요. 저는 잘못 봤을거라며 그렇게 착하고 순순한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친구들을 안심시켰어요. 어느날, 길에서 떡하니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알고보니, 그동안(꽤 오랜시간)양다리 였더라구요. 그때, 내가 순수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그녀는 실제로는 선수였던거죠.
잘못된 만남
이진형 (27, 직장인)
저의 첫사랑은 친구와 애인 둘 다에게 배신을 당한 아픈 상처입니다. 첫사랑과 사귀게 된 후 공부 때문에 서로 만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하게 된 방안이 바로 같이 학원을 다니는 거였어요. 줄곧 함께 학원을 다니던 제 친구와 여자친구, 그렇게 셋이 함께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제가 모르는 둘만의 무언가가 늘어나는 듯 했고, 눈 빛의 교환이 이상했어요. 친구와 제 여자친구는 만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저 몰래 전화통화는 물론 단둘이 종종 만나기도 했더군요. 결국, 사랑과 우정도 잃어버리 된거죠. 그 후로는 여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거나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일은 절대 없어요. 저는 아직도 온리 단 둘만의 데이트를 즐깁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두 번 되풀이 할 순 없잖아요?
영화관을 울리는 당혹스러운 소리
박용균 (26, 학생)
여자친구와 조용한 곳에서 바로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였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뿡’ 하고 방귀끼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너무 가까운데서 들려서 ‘누굴까...설마 내 여자친구는 아니겠지?’ 혼자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제 옆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그녀가 낸 소리더군요. 제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어머 들었니?’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저으로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를 보며 살짝 귀엽다는 생각을 했지만, 당시에 여자는 화장실도 안가고 물만 먹고 살거라는 환상이 깨진 하루였어요. 그 후 성격 차이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고 가끔은 그 시절 성격좋고 귀엽던 그녀가 생각날 때가 있어요. 힘든 일상 속에서 기대고 싶을 때 종종 생각나는 그녀, 하지만 그 소리만큼은 잊고 싶군요.
기획 / 강주일 기자 진행 / 신경미(프리랜서) 사진/ 백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