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과 고용 환경의 변화로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모 취업 사이트가 직장인 14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83.1%가 ‘지난해보다 올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5%에 불과했고, ‘비슷하다’는 응답자는 9.6%였다.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상시 구조조정, 연봉 감소, 승진에 대한 부담, 실적 하락 등을 꼽았다. 장기간 불안한 경기가 계속됨에 따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이나 경제적 압박감이 높아간다는 것이 전문가의 해석이다.

case1| “회의는 많은데 왜 결정되는 일은 없을까요?”
4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 L씨는 최근 스카웃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겼다.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특별한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좀더 큰물에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심산으로 규모가 큰 지금의 회사로 왔다. 그러나 이직하고 보니 회사는 규모에 비해 너무 비능률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인가 방침이 결정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일단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다. 수시로 열리는 회의는 ‘브레인 스토밍’이라는 명목으로 몇 시간 동안 비능률적으로 계속되고, 마지막엔 뭔가 모아지는 의견 없이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다. 그나마 모아진 의견이 있다 해도 확정이 금방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팀장은 윗분들 눈치 보느라 회의 결과를 보고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질질 끌고 있다가, 윗분들의 뜻에 꿰어 맞춰 일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로 결정되고 추진되는 일이 다반사. 위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거나 책임이 뒤따르는 일은 대체로 꺼리는 것이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상유지에 급급한 채 정체된 조직 문화가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 L씨의 씁쓸한 고백이다.
case2| “유아적인 사내 분위기, 일 하는 곳 맞나요?”
5년 차 홍보우먼 Y씨.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회사에만 오면 본래 성격을 감춘 채 ‘오바’하며 동료들의 수다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미간이 찌푸려진다. 마치 여고시절로 다시 되돌아간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철없는 계집아이들처럼 유아적인 말투로 TV 드라마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에 여념이 없는 동료들. 물론 상냥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말씨는 홍보우먼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어린애처럼 칭얼대는 모습이 귀여워 보일 때도 있지만 적어도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 Y씨의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지 몇몇 연차 어린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직원들 뿐 아니라 팀장급 이상의 상사 역시 이 분위기에 지대하게 공헌하고 있다. 윗사람의 분위기가 그대로 사무실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Y씨는 “어떨 땐 회사가 아닌 미용실에 온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case3| “고질적인 야근, 칼퇴근은 배신이야, 배신?”
은행에 다니는 K씨는 고질적인 야근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한달 전 현재의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한참 적응 중이지만 쓸데없이 전직원이 거의 매일 야근하는 이 분위기만큼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은행 일이라는 것이 셔터 문을 내린 뒤가 더 바쁘고 정신 없는 법이다. 하지만 일이 끝난 뒤에도 서로 눈치를 보며 퇴근을 미루기 일쑤다.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지점장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는 것. 개인적인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지점장이 이혼한 뒤로는 야근이 더 고질화됐다는 것이 동료 직원의 귀띔이다. 집에 들어가 봐야 반겨줄 부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보니 퇴근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약삭빠른 직원들이 지점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다시 들어와서 잔업을 처리하다보니 다른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저녁 식사까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잦다. 혹여 칼퇴근 하는 날이면 괜시리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것이 혼자만 얌체짓하는 것 같이 눈치가 보인단다. K씨는 “회사에서 매일 저녁까지 먹고 가야 하느냐”며 울상이다.

웹기획자 P씨는 최근 씁쓸한 경험을 했다. 평소 존경해마지 않던 부장님의 이중적인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능력 있고 인간성 좋기로 유명한 부장님은 특히 여직원들을 살뜰히 생기는 아버지 같은 스타일이었다. 여직원들이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으면 밤길 위험하다고 말리고, 거래처에서 들어온 선물이 있으면 남자 직원들은 안줘도 여직원들은 반드시 챙겼다. 남자 직원들에게는 호되게 호통도 치고 매정한 말투로 말할 때도 많지만 여직원들에게는 늘 인자하고 자상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남직원들이 불평할 정도였다. 더구나 P씨는 평소 꼼꼼한 일처리와 단정한 행동거지로 특히 신임을 얻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얼마전 모 대기업의 웹 이벤트 프로젝트를 따왔을 때 내심 자신에게 일이 주어지리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성실하긴 하지만 센스나 감각이 무뎌서 평소 이렇다할 아이디어도 내지 못했던 모 남자 대리에게 그 일을 맡기신 것이다. “대기업을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남자가 낫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부장을 P씨는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case5| “회사가 무슨 비밀 결사 조직인가요?”
제법 큰 출판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S씨는 그동안 여러곳에서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현재의 직장처럼 뒷말 많은 곳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와 더 잘 맞는 사람과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끼리끼리’문화만큼 유치한 것이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기껏해야 기십명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파를 만들고 끼리끼리 쑥덕대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시기와 질투, 공공연한 유언비어 사건을 접할 때면 구중궁궐 여인들의 암투를 다룬 TV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회사에서 행사가 있거나 공지사항이 있을 때도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각자의 그룹에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예사다. 그러다보니 윗선에서도 공식적으로 공지사항을 알리기보다는 적당히 직원들에게 흘리는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뒷담화’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은 당연히 알아야할 일도 늘 뒤늦게 알아서 허둥대게 마련이다. “회사가 무슨 비밀 결사 조직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렇게 뒤에서 쑥덕대는 분위기로 갈 것인지 모르겠다”며 성토하는 S씨다.
글/박연정 기자
직장생활 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중대 미션!
안정된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라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작업 환경인 사무실의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안정된 직장 분위기를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과 정서적·내적 환경이 모두 양호해야 한다. 직장 분위기를 보다 긍정적이고 만족스럽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첫째, 칭찬이나 감사 등의 호의적인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남에게 존중받고 인정 받으려면 자신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말에는 부메랑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솔직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흔히, 회사 동료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식의 닫힌 마음가짐은 좋지 않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므로,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보장된 곳에서는 일하고자 하는 의욕도 왕성해질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맞닥뜨려도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어느 직장이든 반드시 공격적인 인물이 몇 명씩 있게 마련이다. 이들로 인해 직장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사람을 협조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만, 다툼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적인 사람과 맞닥뜨렸을 경우, 상대에게 계속해서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해 말문이 막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브로큰 레코드 기법’이라고 하는데, 말문이 막히게 되면 더 이상 다투지 않게 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소모적인 대화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자료 발췌·요약: ‘내몸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중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