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손은 곧 자존심이다. 30대이든, 40대이든 손이 곱고 예쁜 여자는 어디에 가든, 행복한 여자로 꼽힌다. 하지만 손에 물기 마를 날 없는 주부의 손이 곱기란 쉽지 않은 법. 이런 여자의 손에 예고없이 찾아오는 위기가 바로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대한류마티스 연구회 환자 조사에 의하면 여성 환자의 27%가 20~30대 여성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손가락 관절이 붓고 아파서 주먹 쥐기 힘들면 의심하라
주부 김선아씨(29)는 아침이면 손가락 관절이 뻣뻣하고 주먹을 쥐기도 힘들만큼 불편함을 느꼈다. 처음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땐 전날 무리한 가사 일 때문이거나 운동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라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증상은 심각해졌다. 병원을 찾은 그녀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전형적인 증상임을 알게 됐다. 게다가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해서 상황이 악화되면 결국 관절 연골이 파괴되면서 관절의 변형을 가져온다는 말을 듣게 됐다. 60대 이상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만 생각했던 그녀는 당황했다. 다행히 빨리 병원을 방문한 탓에 완벽하게 치료를 할 수 있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후 그녀는 적극적인 예방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김선아씨처럼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 환자들이 늘고 있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상황을 악화시키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을 말한다. 증상은 관절이 붓고 통증을 느끼며,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을 받게 된다. 악화될수록 손이 뻣뻣하게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져 심한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된 증상이 오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관절이 눌리면 심하게 아프고, 붓고 열이 난다. 또 대부분의 환자들은 피로함이나 쇠약 증세, 체중감소, 미열 등의 전신증상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은 손목 및 손가락에 가장 많이 생기며, 손가락 관절이 붓고 심한 통증을 보이게 된다. 심하게 부으면서 관절의 인대, 연골, 뼈 등을 손상시키게 되면 관절의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손부터 시작한 질환은 발가락, 무릎 관절 등 전신의 관절 염증으로 진행한다.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느 한 원인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키기 보다는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류마티스 관절염을 유발시킬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발병하며, 해외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정도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고, 주로 30대와 40대에서 잘 생긴다. 통상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3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히 여성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병이 시작되고 2년 이내에 대부분의 관절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에 발병초기에 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절염이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증세 시작부터 진단까지의 기간이 2년 이상인 환자도 여성 23%, 남성 8%로, 여성의 경우 단연 진단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려, 치료까지 늦어질 우려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의 이런 참을성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있어서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부들은 가사노동 중 손가락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나타나도 참다못해 한의원에 가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등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내 병은 내가 안다”는 식으로 소염진통제로 통증을 무작정 견디거나, 엉뚱한 민간요법을 쓰다가 실패해서 병원을 찾을 무렵에는 이미, 손이나 몸의 관절 마디마디가 되돌릴 수 없게 흉하게 망가진 후일 가능성이 높다. 젓가락을 집거나 혼자서 옷 입는 것도 불편해지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으니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혼자만의 지레짐작이나 주변사람의 체험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전문가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10년 전, 21살에 양 손목과 팔꿈치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병해 음료수 캔도 혼자 따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에 시달려온 김선영씨(31). 그녀는 조기 치료를 제 때 하지 못해 병을 악화시켰다. 증상이 나타난 지 1년이나 지나서야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 치료는 뒤로 한 채 오가피나 고양이를 고아먹는 등 민간요법을 전전하다가 염증이 악화되어 오른손 약지의 힘줄이 끊어져 수술까지 받았다. 그 후 류마티스 내과에서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은 결과, 현재는 증상이 많이 나아졌고 올 겨울에는 예비 엄마가 될 예정이다.
출산 후 상태가 호전돼도 약물 치료를 중단해선 안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여자에게 더 많은 이유는 여자들의 체내에 있는 여성호르몬 등이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외에도 임신, 출산,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 여성 환자들은 자녀에게 유전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여성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해서 자녀에게도 꼭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원인에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가족 내에서 류마티스 환자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라고 해서 그 아이에게도 꼭 류마티스 관절염이 유전되지는 않으며 그럴 정도로 강한 유전병은 아니다.
20~30대 가임기 여성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노출되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어 중요한 약물치료를 더욱 기피할 소지가 높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여성들도 얼마든지 임신, 출산을 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약물 치료 중인 환자가 결혼하여 임신을 원할 때는 그 때까지 쓰던 약을 다 끊고 약 3개월가량 기다려 약효가 체내에서 어느 정도 없어진 후에 임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임신 전에 담당의사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한다. 복용하는 약물을 끊고 몇 달 기다리는 기간동안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때는 임신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로 조금씩 조절해 나갈 수 있으며 출산 후에 다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물론 어떤 약이라도 태아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약물치료 중에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한다. 만약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이 된 경우는 일단 약을 중단하고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출산 후 수유를 원하는 경우 복용하는 약물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수유 중에는 중단해야 하는 약물도 있다. 그러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수유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지, 복용하는 약물의 내용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임신 중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3분의 2는 증상이 좋아진다. 그래서 여성들 사이에서는 임신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임신 중 관절염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는 임신으로 인해 염증관여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혈중 사이토카인이 염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또 태아와 모체를 연결시키는 태반이 염증 억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신기간 중 일시적으로 관절염 증상이 호전될 수는 있으나, 출산 후 3∼4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관절염 증상이 재발하며, 출산 후에는 관절염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이후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진단을 받아 치료 받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증세가 있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30분 이상 계속되는 관절이나 관절 주위의 뻣뻣함, 3곳 이상의 관절이 붓거나 아프고 열이 날 때, 특히 손의 관절이나 손목이 붓고 아플 때, 증세가 좌우 대칭적으로 올 때 등의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될 때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 류마티스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의사가 환자의 신체 및 관절부위를 진찰하고 손이나 발 등 통증부위의 X-선 사진과 류마티스 인자 검사(혈액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한다. 류마티스 인자 검사는 약 80%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양성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확진은 어려우므로 류마티스 전문의가 눈으로 보고 관절진찰소견과 X-선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하게 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발병한지 2년 내에 관절의 70%가 파괴된다. 즉, 2년 내에 조기 검진을 통해 병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대한류마티스연구회의 ‘류마티스 전문의 119명 설문조사’ 결과, 16.8%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느끼는 고통 3위가 바로 장기적인 약물 복용과 약물 부작용을 꼽았다. 이에 대한류마티스연구회 측에서는 “환자들은 약물의 종류가 늘어나면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약물 치료에 의문이 생기면 담당 류마티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법을 찾을 수 있으니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며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처방되는 약물은 크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스테로이드, 항류마티스 약제 등이 함께 사용된다. 최근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대신 위장장애가 없는 약물치료의 사용이 많아졌다. 이처럼 약물의 종류도 다양하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특정 질환이나 임신 환자 개별적인 건강상태에 맞게 약물을 조절할 수 있으니, 환자 스스로 치료에 대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해 관절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운동으로는 관절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관절 주위 근력운동, 즉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 근력을 강화해주는 것이 좋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큰 역할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조절이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는 염증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침대에서 자되,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한다. 착용감 좋고 입고 벗기 편한 옷이 좋다. 신발은 굽이 높지 않고 바닥이 두꺼운 것이 좋다. 비만은 체중을 증가시켜 관절에 무리를 가할 수 있으므로 비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음식 역시 평소에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에 필요한 7가지 진단기준
(다음은 미국 류마티스학회에서 제정한 진단기준이다.)
1.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의 뻣뻣함이 1시간이상 지속된다
2. 3가지 부위 이상의 관절이 부어있는 것이 의사에 의해 관찰되었다
3. 손 관절에 관절염 (손목, 중수지 관절, 근위지 관절)이 있다
4. 좌우 대칭적으로 관절염이 있다
5. 류마티스 결절이 있다
6.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다
7. X-ray상 이상 소견이 있다
위의 진단기준 7가지 중 4개 이상이 나타나고, 관절 증상이 적어도 6주 이상 지속된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된다. 그런데, 위 진단기준은 진행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진단하는데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모든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예민한 진단기준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인 경우 위의 진단기준은 한계가 있다.
[미니 인터뷰] 남자에 비해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율이 3배나 높다
관절염은 왜 생기고 증세는 어떤지?
정확히 나와 있는 발병원인은 없다. 다만 추정되는 근거로 유전인자와 환경 인자를 말할 수 있다. 특히, 여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손마디가 아프고 붓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때론 어깨, 무릎, 발목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키는 유전인자가 있기 때문에 피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아주 건강하며, 평생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면서 손관절이 아프다고 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관절통이 있으면 관절염인가요?
문자 그대로 관절‘통’과 관절‘염’은 서로 다르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염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절염은 류마티스 내과의사가 직접 보고, 만져 본 후에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90%는 진단이 되고, 나머지 10%의 경우에는 초음파, MRI, 관절 조직검사 등을 통해서 진단이 된다. 거꾸로, 염증이 있으면 통증이 있을까? 염증이 있으면, 그 관절로 피가 모이게 되고, 붓고, 누르면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불치병인가요?
요즘은 의학의 발전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조절하는 약제가 다양하게 많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진단시기, 진단 당시의 관절염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있고, 여러 가지 항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하여 증상이 완화되는 비율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 관절염이 불치병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치료를 안하고 놔두면 2년 안에 거의 관절이 많이 망가진다. 발병 후 1년 안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이 있을까요?
예방을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치료하면서 느낀 경험은 균형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6대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도록 식단을 짜야 한다. 가급적 기름기있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 체중을 유지하면서 관절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에어로빅, 스트레칭 근력 강화 운동, 수영 등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대한류마티스 학회 회장 이수곤 박사 (연세 세브란스 병원)
글 / 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