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면 연말정산에 신경 쓰는 직장인들이 많아진다. 그동안 꼬박꼬박 내온 세금 중에서 공제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일 뿐인데도 연말정산으로 받는 환급액은 마치 보너스처럼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연말정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연말정산으로 1백만원 이상 받았다는 직장인은 만면에 웃음을 띠지만, 기껏 5만~6만원 받았다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다. 연말정산액의 차이는 연봉과 ‘꼼꼼함’에서 나온다. 연봉이야 갑자기 뻥튀기할 수 없으니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서류들이라도 꼼꼼히 챙겨서 남들만큼 받아보자. 알게 모르게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예상외로 많으니까.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 이곳에 들어가서 검색창에 ‘연말정산’을 치면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에는 연말정산의 정의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근로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다음해 1월분 급여를 지급할 때에 1년간 지급한 급여액에서 세법에서 인정하는 비과세 소득을 차감하고 근로자가 제출한 소득공제신고서에 의하여 각종 소득공제액 및 세액공제액을 계산하여 근로자별로 부담하여야 할 연간 소득세액을 확정하는 것’. 이 정의를 읽으면 알듯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연말정산을 이해하려면 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인 ‘과세표준’을 이해해야 한다. 과세표준은 직장인의 연간 총급여액(급여액에서 비과세소득을 제한 금액)에서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연금보험료공제’ ‘특별공제’ ‘기타소득공제’를 뺀 금액이다. 즉 의료비공제, 부양가족공제, 기부금공제, 교육비공제, 신용카드소득공제 등 다양한 공제액을 제한 후 남은 금액이다.
예를 들면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이 모든 공제를 제한 후 9천만원이 남는다면 이것이 과세표준인 것이다. 과세표준에 기본세율(9~36%)을 곱하면 내야 할 세금이 나온다. 기본세율은 1천만원까지는 9%(주민세 포함 9.9%), 1천만~4천만원 이하 18%(19.8%), 4천만~8천만원 이하 27%(29.7%), 8천만원 초과 36%(39.6%)로 나뉜다. 과세표준이 9천만원이라면 4단계를 거쳐 납부해야 할 세금을 산정한다.
1천만원까지는 9%, 1천만~4천만원 사이인 3천만원은 18%, 4천만~8천만원 사이인 4천만원에 대해서 27%, 그리고 8천만원을 초과하는 남은 1천만원에 대해서는 36%가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세표준이 9천만원이라면 내야 할 세금액은 {(1천만원×9%)+(3천만원×18%)+(4천만원×27%)+(1천만원×36%)}가 되는 것이다. 즉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 2070만원이다. 여기에 주민세 10%인 207만원을 더하면 2277만원이다.
이 산출세액에서 ‘근로소득세액’ ‘주택자금차입금이자세액’ ‘외국납부세액’ 등의 세액공제와 감면을 한 후 나온 금액이 1년간 납부했어야 할 세금, 즉 ‘결정세액’이다. 1년간 납부한 세금과 비교해서 차액을 환급받을 수도 있고, 세금을 더 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연말정산은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유리 지갑’으로 통하는 직장인들은 자신이 내고 있는 세금을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연봉이 3천만원인 직장인이 소득공제를 받기 전에 내는 세금은 주민세를 합하면 5백만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득공제를 왜 받아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예상보다 광범위하다. 기본적인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자 본인과 연간소득 1백만원 이하인 배우자의 세금이 기본공제된다. 추가로 경로우대자공제와 장애인공제, 자녀양육비공제와 부녀자공제가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연금보험료도 공제 대상이다. 특별공제로는 보험료와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기부금, 혼인, 장례, 이사비용도 공제된다. 기타 소득공제로는 연금저축소득이 공제 대상이고, 투자조합 출자와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소득공제된다. 우리사주조합 출연금 역시 혜택을 받는다. 주택자금 차입금 이자세액과 정치자금 기부금 역시 공제가 된다.
결혼·이사·장례비 공제 제도 새롭게 생겨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많은 분야의 내용이 바뀌었다. 근로소득세율 인상부터 출산수당과 보육수당의 비과세가 신설되기도 했다. 무주택자를 위한 내용도 포함돼 있고, 교육비소득공제도 확대됐다. 서민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는 결혼·이사·장례비 공제 제도도 신설됐다.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개정됐는지 살펴보자.
먼저 근로소득공제가 약간 바뀌었다. 예전에는 근로소득이 5백만~1천5백만원이면 47.5% 공제되었는데, 이번에 50%로 다소(?) 높아졌다. 출산과 보육 등 여성에 대한 세제 지원이 많이 늘었다. 취학 전 아동을 둔 근로자의 유치원비 등 영·유아 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가 연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으로 인상됐다. 올해부터 기업이 지원하는 출산수당과 보육수당에 대한 소득세가 월 1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됐다. 그리고 6세 이하 영·유아가 있는 근로자와 사업자는 연 1백만원 한도 내에서 추가적으로 소득공제된다.
서민들의 가장 큰 짐인 주택자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확대됐다. 무주택 세대주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장기주택저당 차입금의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혜택을 배우자나 부양가족 유무에 상관없이 세대주라면 모두 받는다. 차입금의 요건은 대출 기간 15년 이상, 거치 기간 3년 이하다. 대출 기간이 15년 미만인 단기 대출을 15년 이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자 부문의 경우 연 1천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연 6백만원 이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았다. 또 연 5백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던 의료비도 올해부터는 한도가 폐지됐다.
대학(원)생 자녀 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까지는 연 5백만원이었지만, 올해부터 연 7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대학(원)생 자녀가 있다면 꼭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소득공제 대상이 되던 교육기관도 확대됐다. 예전에는 학원이나 보육시설, 학교와 원격대학의 교육비만 소득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한국방송통신대학총장이 지정하는 독학학위 취득 교육 과정과 대학교 부설 사회교육원 등 학점은행제 평가인정기관의 교육비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한도는 연 7백만원이다.
2003년 7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일용근로자의 근로소득세액공제도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는 근로소득세액 공제 한도가 산출세액의 45%였는데, 올해부터는 55%까지 확대됐다. 일용근로자는 시급이나 일급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과 3개월 미만의 고용계약자를 말한다.
정신지체나 성장지체 등의 장애인이 재활 교육에 필요한 특수교육비 소득공제의 한도가 올해부터 폐지됐다. 지난해까지는 1인당 연 1백5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았다. 장애인 특수교육비 소득공제 인정 기관은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 재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인정한 비영리 법인이 해당한다.
이혼율과 재혼율이 증가하면서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는 민법상 친인척 관계는 아니지만, 사실상 부양 대상 가족관계인 것이 인정되어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신설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이나 이사, 장례비 공제 제도다. 공제 대상은 총급여액이 2천5백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로, 각 사유당 연 1백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각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영수증을 잘 간수해야 한다.
경로우대자 추가공제 금액이 70세 이상인 경우 1인당 연 1백50만원으로 높아졌다. 다만 65세부터 70세 미만은 예년과 똑같이 1인당 연 1백만원까지 공제받는다.
그밖에 소방공무원의 화재진화수당, 승선수당과 항공수당에 대한 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중소·벤처기업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 전담 직원의 연구활동비도 비과세가 허용된다.
장기주택마련저축&연금저축, 비과세에 소득공제까지 받는 상품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의 화두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주는 대로 이자를 받는 무모한(?) 행동은 이제 그만! 어떤 금융상품이 자신의 재테크에 도움을 주는지 꼼꼼히 살펴서 세금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과세저축 상품’과 ‘세금우대저축 상품’에 관심을 둬야 하는 때다.
이자에 붙는 16.5%의 세금을 면제받는 비과세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세테크의 기본이다. 연말정산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면 금상첨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연금저축’이 바로 이런 상품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연 3백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 금액의 40%를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를 받는다. 단, 가입 후 7년이 지나야 이자소득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자금 운용 기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연금저축은 2백4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 금액의 10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파트 청약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저축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비과세저축 상품으로는 농·어민이 들 수 있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이 있다. 전 금융사가 만 60세 이상의 개인과 기초 생활 보장 대상자,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생계형 저축도 비과세 상품이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들 수 있는 장기저축성보험과 장기주식형저축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신협과 농·수협, 새마을금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 출자금과 증권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3억원 한도의 선박 펀드도 비과세 상품이다. 단, 장기주식형저축이나 신협 등의 출자금은 실적 배당 상품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 금융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은 가입 기간 1년 이상, 4천만원 한도 내에서 세금우대를 받는다. 일반 예금의 경우 이자에 16.5%가 과세되지만, 이 상품은 농특세를 포함해 10.5%로 세금이 저렴하다. 2006년까지 농특세 1.5%만 과세되는 조합정기예탁금도 세금우대 상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저축 한도는 2천만원이고 신협, 농·수협, 새마을금고에서 취급한다.
한 푼 두 푼 모아서 목돈을 마련하는 서민들에게 세테크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이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저축상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비과세와 세금우대 상품을 이용해보자. 어느 순간 자신에게 목돈이 생기는 날이 올 것이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