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흑같이 어두운 밤일수록 별을 더욱 빛난다. 고향의 평상에 누웠다가 ‘쏟아지는 듯한’ 별을 발견하면 온몸에 별이 박히는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움찔하곤 했다. 그렇게 별은 빛의 공해가 많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그 존재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현대인은 너무나 밝은 별빛에 놀라고 감탄한다. 깊어가는 가을 천문대 여행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별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아지트 천문인마을

‘천문인마을’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늑한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천문우주전문과학관’으로 지정된 이곳은 ‘별빛보호지구’로 보호받을 만큼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과학관으로 지정된 사설 천문대는 전국에 세 군데밖에 없다.
“별빛보호지구는 상징적인 자연보호 지구입니다. 이곳의 가로등에는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밤에 불을 끌 수 있어요. 가로등을 끄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죠. 무엇보다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이 이곳의 자랑입니다.”
조현배관장(52)의 자랑이다. 중학교 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별 보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서 ‘천문인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회화를 전공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했지만, 별에 대한 꿈을 잊을 수 없어서 사재를 털어 1998년 이곳을 오픈했다.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을 고르고 골라서 들어온 것이다.

이곳의 또다른 자랑은 ‘메시에 마라톤’과 ‘스타 파티’를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메시에 마라톤은 ‘성운성단 관측 게임’이다. 하룻밤 동안 2백여 개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고단한(?) 게임이지만, 천문인 사이에서는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한 스타 파티는 아마추어들이 맘 편히 별 관측을 즐기는 행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메시에 마라톤과 스타 파티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참가비는 1만원이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천문 관측 교육에 집중 하다보니, 상업적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들기 때문. 그래서 이곳 식구들은 천문 관측 교육부터 잡다한 일들까지 스스로 처리하고 있다.
교육을 잘 시키는 곳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지난해부터 학교 과학 동아리에서 많이 찾고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는 별을 보러 오는 가족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한 번에 50여 명 묶을 수 있는 숙박시설과, 별을 보느라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있다. 별 관측을 충분히 하게 하려는 배려로 관측 인원을 한 번에 8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천문인마을 이모저모
일반인 대상 별자리 관측 1박 2일 프로그램 일반 5만원, 학생 4만원(여름·겨울방학 기간에는 아이들 대상으로 2박 3일 특별 프로그램 운영)
여름에는 저녁 8시, 겨울에는 저녁 7시부터 프로그램 시작
위치 영동고속도로 - 원주 - 새말 IC(횡성·안흥 방면) - 안흥면 - 강림파출소 - 월현리 - 통나무학교 - 천문인마을
예약·문의 033-342-9023(www.astrovil.co.kr)
1백20만 평의 자연휴양림이 별 관측의 재미를 더해주는 곳 중미산천문대
‘중미산천문대’의 자랑은 1백20만 평의 중미산 휴양림을 옆에 끼고 있다는 점이다. 곤충 생태 관찰장, 숲 체험 학습장, 숲속의 미로, 비료푸대 눈썰매장, 온실, 나비 생육실 등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지천이다. 무엇보다 별을 보기 위해 목을 빳빳이 들지 않아도 되는 야외 관측소가 매력적이다. 야외 관측소는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미산천문대의 최고 명소로 손꼽는다.

“아이들이 1박 2일 동안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첫날은 별자리 교육을 받고, 둘째 날 아침에는 중미산휴양림에서 숲 해설과 생태 체험을 할 수 있죠. 직접 솟대도 만들어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해요. 다른 곳에 비해 체험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전광훈 기획팀장)
계절별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봄에는 나무 고동 소리 듣기,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한다. 2박 3일 프로그램에서는 페트으로 ‘물로켓’을 만들고, 간단한 천체망원경을 해체해보기도 한다.
요즘은 건물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는데, 내년 3월이면 많은 장비들이 교체되어 더욱 좋은 환경과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관으로도 등록될 예정이다. 10여 명의 직원들 중 천문연구원이 4명이나 있어서 천체 교육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연인들은 드라이브를 하다가 이곳에 오기도 한다. 단체가 아닌 경우 10명 이상이 되어야만 숙박이 가능하다.
중미산천문대 이모저모
일반인 대상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 당일 1만 5천원, 1박 2일 6만원(주말에는 3~4일 전 예약)
숙소는 총 5동
위치 서울 - 덕소 혹은 미사리에서 6번 국도(양평방면) - 양수대교 - 국수리 - 비행기카페 - 신애리 - 중미산 막국수 - 양평 한화리조트 입구에서 유명산방면 - 중미산휴양림 삼거리에서 문호리·정배리 방면(양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미산천문대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4회 운행한다)
예약·문의 031-771-0306(www.astrocafe.co.kr)
개성 강한 주인이 5년 동안 홀로 만든 곳 자연과별천문대

하지만 10여 분을 올라간 끝에 다다른 천문대는 딴 세상 같다.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통나무 집이 먼저 눈길을 끈다. 그 옆에 자그마한 돔 관측소가 없다면 천문대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돔 관측소에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막수토프 망원경을 비롯해 크고 작은 천체망원경들이 놓여 있다.
옆 건물에는 330인치 스크린이 설치된 교육관이 있다. 40여 평의 공간으로 누워서 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이 스크린을 통해서 천체 교육과 영화를 본다고 한다. 영화를 상영하면 마치 영화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 옆에는 예쁜 침대 10대가 놓인 2층짜리 숙소가 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건물을 주인인 김상종씨(45)가 홀로 5년 동안 지었다는 것.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별에 미쳤고,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안경 렌즈로 간이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수도 파이프로 망원경을 만들었다. 암벽에 취미를 붙여 별다른 직업 없이 산에만 다닌 적도 있다.
“이대 정문 앞에서 케이크 전문점을 하다가 결혼 후 3년 만에 이곳으로 들어왔어요. 시골에 들어가서 살려고 땅을 보러다녔는데, 이곳을 보자마자 결정했죠. 별 보기가 너무나 좋았거든요. 그래서 5년간 아내와 함께 이곳을 만들었어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자재도 제가 직접 나르고 하느라 많이 다치기도 했죠.(웃음)”
천문대를 만들면서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에게만 개방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지난 8월에 처음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관람료 같은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여기저기서 관람료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2만5천원을 책정했지만, 대부분 받지 않는다.
“별 보는 것도 좋은데, 이곳에서 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꼈으면 해요. 일반인에게 개방한 이유도 자연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여유가 되면 이곳에 생태과학관을 만들고 싶어요.”
별과 자연, 풀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곳으로, 여느 천문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박 2일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자연과별천문대 이모저모
일반인 대상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 당일 2만5천원
위치 청평 - 가평군청 - 목동 삼거리에서 좌회전 - 백둔교에서 좌회전 - 허수아비미술관 맞은편 - 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연인산 방향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예약·문의 031-581-4001(www.naturestar.co.kr)
펜션과 천문대의 절묘한 궁합 우리별천문대
저 멀리 보이는 돔형 관측대를 따라 들어가면 처음에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천문대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아름다운 펜션 5채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앞에는 강물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포근하게 감싸 안은 곳에 수줍은 듯 펜션과 천문대가 들어서 있다. 천문대만 없다면 영락없이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펜션이다. ‘우리별천문대’는 가족이나 연인이 편안하게 쉬면서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온 분들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어느 시간이나 별 관측이 개방되어 있어서 새벽에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원래는 참가비를 받아야 하지만, 별이 보고 싶다고 새벽에 오시는 분들에게는 천체망원경으로 그냥 보여드려요. 대부분 마을 분들인데 돈 받기도 뭐 하잖아요.(웃음)”
이곳은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깨끗한 자연을 자랑한다.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환경 조건 중 하나가 잡광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저녁이 되면 불빛이 거의 없다. 맑은 날에는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 같은 환상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어요. 이곳에 온 사람들은 편안하게 쉬고 간다고 좋아하죠. 비수기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성수기에는 학교에서 과학 캠프를 많이 와요. 잠자리가 편하고 깨끗한 곳이라서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죠.”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주변에 도자기 연구원, 온천, 스키장, 가톨릭 성지인 풍수원 성당 등이 있어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별 천문대 이모저모
일반인 대상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 당일 1만5천원, 1박2일 4만5천원(20인 이상일 3만8천원)
숙소는 총 5동
위치 영동고속도로 둔내 IC에서 횡성(6번국도)을 지나 홍천방면(5번국도)으로 30분 정도 주행. 우측에 S-oil 삼마치 주유소 앞에 진입로가 나타난다(홍천, 횡성터미널에서 셔틀버스 운행).
예약·문의 033-345-8471(www.ourstar.net)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자리
염소자리 가을을 알리는 첫째 별자리. 3~4등성으로 이뤄진 별들이 커다란 역삼각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부메랑을 연상케 하는 별무리다.

물병자리 페가수스자리의 남쪽으로 희미한 별들이 모여 있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바로 물병자리다.
남쪽물고기자리 남쪽 밤하늘에 별 하나가 홀로 빛을 발하고, 그 주위로 4등성의 별들이 무리 지어 모여 있다. 이곳이 바로 물병자리 아래에서 물을 받아 마시는 모습을 하고 있는 남쪽물고기자리다.
조랑말자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중에서 가장 작은 별자리. 희미한 별들이 작게 모여 기다란 사각형을 이루는데, 페가수스의 코 바로 앞에 보인다.
도마뱀자리 페가수스의 앞다리 위에서 백조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의 희미한 별들에 끼어 있는 또다른 별자리가 도마뱀자리다.
안드로메다자리 페가수스 사각형의 아래쪽으로 놓여 있는 별들이다. 에티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의 별자리는 그럴듯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페르세우스자리 북동쪽 산등성이 위로 2등성과 3등성으로 된 몇 줄기의 별들이 W자 모양을 한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별이 그리스 신화의 용감한 영웅 페르세우스자리다.
고래자리 물병자리와 물고기자리 뒤에 나타나는 별자리다. 이 별자리는 차지하는 공간이 넓은데도 밝은 별이 별로 없어서 쓸쓸하게 보인다.
삼각형자리 안드로메다자리의 남쪽에 별 3개가 가늘고 긴 삼각형을 만들고 있는 별자리다.
양자리 삼각형자리 아래에 있는 찌그러진 작은 삼각형은 동쪽에 있는 작은 별들과 함께 양자리를 이루고 있다. 양자리는 작은 삼각형이 머리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희미한 별들이 뒷부분을 이루고 있다.
물고기자리 페가수스 사각형의 남쪽과 동쪽에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진 비교적 큰 별자리다. 두 마리의 물고기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이건무 자료 제공 /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