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능 저하로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능 저하로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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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암 중에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으로 꼽힌다. 발병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조기 진단 시스템도 많이 알려진 상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심각성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갑자기 기도 폐쇄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폐암과 비슷하며, 환자에게 더욱 고통을 안겨준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천식과 비슷한 증상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도 많다.

폐암만큼 고통스러운 만성폐쇄성폐질환

초등학교 5학년과 일곱 살 자녀를 둔 최민씨(40)는 6년 전 IMF 당시 과로와 야근으로 결핵성 폐렴이 진행됐다. 하지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별다른 휴식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해열제만으로 근근히 버티며 과중한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탓에 대학 1학년 때부터 피워온 담배가 하루 2갑으로 늘어났고, 기침과 함께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면서도 쉽게 끊을 수 없었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MVP로 뽑힐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염려하지 않았지만 최씨는 오랜 기간 흡연과 결핵성 폐렴 후유증으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진단받았다.

이 질환은 아무 증상 없이 병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씨도 4년 전부터는 숨을 쉴 수 없어 식물인간처럼 자리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호흡 곤란으로 혼수 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가능성 때문에 바깥 출입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한창 의욕적으로 일하며 가정의 생계를 꾸려야 할 나이에 직장 생활은 커녕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놀 수도 없는 것이다.

30여 년간 애연가로 지내온 김혁씨(62세). 평소 건강하던 김씨는 한 달 전부터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겨울철에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고, 오랫동안 피어온 담배가 약간 맘에 걸렸다. 하지만 환절기인데다 경미한 감기 증상도 함께 보인 터라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결국 김씨는 호흡 곤란이 심해져 병원에 방문한 결과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여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 기능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였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적으로 기도가 좁아진 것을 말한다.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 세 가지 질환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악화돼 기도가 더욱 좁아진 것을 말한다. 기도를 통해서 숨을 쉴 수 있으나 폐 자체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만성기관지염 환자의 경우 3개월 이상 2년 연속 가래가 나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천식의 경우 원상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현상이 일어날 때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환자의 80~90%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정도. 흡연을 하면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를 받고, 점액분비선의 증식과 비대를 일으킨다. 진하고 끈끈한 가래와 같은 점액이 기관지 기능을 광범위하게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런 증상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도 나타난다. 

이 질환은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며,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증상이 발생한다.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이 많이 함유된 대기오염 역시 흡연만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 요소가 된다. 나무, 석탄 스토브, 히터의 사용으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도 폐 기능을 저하시켜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플라스틱 공장처럼 카드뮴, 석탄, 이산화규소 같은 화학 가스에 노출되는 직업도 폐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이 질환은 거의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면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과 객담이 있을 수 있으며, 더욱 진행되면 호흡 곤란이 주된 증상이 된다. 중증인 경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곤란이 심해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삶의 질이 저하된다. 또 심한 호흡 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고, 더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음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45세 이상 남성의 12%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으며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은 병명으로 인해 정보 전달이 부족한 상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무서운 것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폐 기능은 정상의 70% 이하로 낮아진다. 특히 이 상태에서는 다리 근육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줄어든 활동량으로 골다공증까지 진행된다. 호흡이 어려워 성욕·성 기능·인지 능력 장애 등 심각한 합병증도 수반한다. 이는 마치 자동차에 연료는 있지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불완전 연소로 충분한 힘을 내지 못하고 산소를 공급할 방법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과 같다.

4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통해 폐 기능 악화를 조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생활 수칙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생활 수칙 자체가 약물을 대신하는 완전한 치료가 될 수는 없지만,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 음식물 섭취,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그 어떤 질병이든지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수칙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한 것은 금연이다. 즉 금연이 빠를수록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원래 폐 기능은 25세 이후 매년 감소하지만(여성 23ml, 남성 30ml), 흡연자는 평균 45ml, 담배 연기에 민감한 사람은 연간 50∼90ml씩 감소한다. 특히, 폐 기능은 25세의 폐 기능이 이후 감소되는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청소년기 금연은 더욱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폐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겨울철 실내 난방기 사용시에는 연소 물질이 실내에 잔류하지 않도록 자주 환기시킨다. 독감 유행철에는 최소 6주 전 독감 예감주사를 맞고, 자주 손을 씻는다.

평소에는 매일 5~15분씩 3~4차례 규칙적으로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고 숨쉬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산소 이용 능력과 운동 능력 등을 높인다. 성생활도 운동 방법 중 하나다. 단,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호흡 조절을 위해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면 응급상황을 예방한다.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는 천식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의료 기구를 입에 물고 호흡을 시도하면 오그라든 기관지를 펴주고 공기의 통로를 열어주준다.

음식 또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호흡만큼 중요하다. 음식을 통한 충분한 영양 섭취는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고 질병 악화를 예방한다. 특히 환자는 호흡시 정상인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폐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A·C·E와 셀레늄,β - 카로텐을 포함한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이 흡연자의 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폐 손상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수칙을 지키고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약물은 급작스런 호흡 곤란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호흡 곤란으로 인한 폐 기능 손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Tip 1. 만성폐쇄성폐질환 체크리스트

(‘예’라는 답변이 세 개 이상이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고 폐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1. 잦은 기침을 한다.                      예(  )  아니오(  )

2. 객담이나 점액이 생긴다.                예(  )  아니오(  )

3. 같은 연령층에 비해 숨이 자주 가쁘다.    예(  )  아니오(  )

4. 40세 이상이다.                          예(  )  아니오(  )

5. 현재 흡연중이거나 과거 흡연자였다.      예(  )  아니오(  )

Tip 2.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 건강 수칙

1)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적어도 1년에 2차례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의 지시대로 약물을 복용한다.

3)숨쉬기 곤란할 때는 곧장 병원을 방문한다.

4)실내 환경을 청결히 하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는 유해 물질을 피한다.

5)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로 튼튼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

6)증상 악화시에는 되도록 외부활동을 자제한다.

Tip 3. 만성폐쇄성폐질환 vs 천식

천식은 기도에 염증이 일어나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따라서 애완동물, 집 안 먼지, 자동차 매연 등 다양한 자극에 의해 기도 과민 반응이 나타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공기가 폐로 들어가고 나오는 흐름이 제한되는 각종 질환들을 말한다. 이 질환은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고 병증이 나타날 때만 호흡이 곤란한 천식과 달리 상태가 서서히 진행되며 완전히 원상 복귀되지는 않는다. 또 흡연자 중 15%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발전할 정도로 흡연이 주요 원인이지만, 천식은 흡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발병 시기 주로 40세 이후 이른 나이

흡연 관련        담배를 많이 피운사람 비흡연자, 소량흡연자

증상 서서히 진행 간헐적

기침 이른 아침에 심함 밤에 심함

호흡 곤란       항상 천식 일어날 때만

객혈 가끔씩 있음 없음(마른 기침)

천명(색색하는 소리) 항상 증상 나타날 때만

객담 화농성 녹색 비화농성, 회색

기도 폐쇄       항상(비가역적) 천식 일어날때만(가역적)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모든 것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왜 발생하나요?

흡연, 대기 오염, 독가스 등 가스 성분, 유전적인 결함이 있거나 어릴 때 감기에 걸렸을 경우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되면 발생할 수 있다. 단독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흡연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다.

신체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의심해야 하나요?

천식과 제일 구별이 어렵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주로 4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기침, 가래가 끊이지 않으면 의심해봐야 한다. 숨쉬기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폐에 두드러진 이상이 있거나 전조 증상, 심장 질환과 관련없이 발생하나요?

심장질환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일으키진 않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오래되면 심장질환이 생긴다. 말기 상태는 오른쪽 심방과 심실이 문제가 생겨 심장질환에 의해 결국 사망에 이른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은 어떻게 다른가요?

폐암은 폐에 덩어리가 생기고, 그것이 쉬지 않고 자라는 것을 말한다. 폐암은 주로 기관지에 먼저 발생하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연이 가장 급선무다. 흡연을 하면 폐의 기능이 일정한 속도로 떨어진다. 호흡 곤란이 있는 환자는 기도에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할 때도 평소 생각하는 양의 70% 정도만 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예방접종, 기관지 확장제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담배가 키우는 또 다른 병,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으로, 전체 폐암 환자의 80~90%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흡연 인구는 11억 명을 넘어섰으며,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4백만 명에 달한다. 한국도 ‘담배의 천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명 중 2명꼴인 7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최근의 여자와 청소년 흡연 인구의 증가 추세 또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흡연은 누적 효과가 있어 보통 흡연을 시작한 지 30년 정도가 지나면 폐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의 흡연 인구 증가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2020년경에는 폐암 사망률이 현재의 2배 수준에 달해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해마다 폐암으로 숨질 것으로 전문의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담배의 발암 물질 때문. 담배에는 4천여 종의 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24개 이상의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해로운 3대 물질은 타르, 일산화탄소, 니코틴이다. 특히 타르는 인체에 가장 치명적이다. 담배 연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타르 속에는 20여 종의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발암 물질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종양 억제 유전자를 파괴시켜 폐암 등 여러 가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하루 1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교할 때 폐암이 발생할 위험이 10배 이상 높고, 하루 2갑씩 20년간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위험도가 60~70배까지 늘어난다.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폐암은 특징적인 증상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의 증상인 심한 기침, 피 섞인 객담(객혈), 호흡 곤란, 흉통, 쉰 목소리, 체중 감소, 상지 부종 등이 흔히 발생한다. 객혈은 대개 기침 끝에 조금 나오거나 점액성 가래에 붙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폐암 발병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다. 따라서 실제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25%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3cm 이하인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70% 달해 조기 진단을 통한 예방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암의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진단법이 저선량 CT검사다. 암덩어리가 지름 2~3cm 이상일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던 흉부 X선 사진에 비해 최근 국내에 들어온 저선량 CT는 3mm 정도의 폐암까지 발견할 수 있다.



도움말 / 안철민(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국제협력이사,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센터 소장)

글 / 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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