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있어서 즐거운 곳-속초

여행스케치

산과 바다가 있어서 즐거운 곳-속초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 했다.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명산 설악산과 아름다운 동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속초. 지자와 인자의 고장이다.

사람들의 아늑한 쉼터- 영랑호&청초호

마치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영랑호와 청초호는 속초 시민의 쉼터이자 자랑이다. 영랑호는 잘 꾸며진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유명하고, 속초 시내에 있는 청초호는 철새 도래지와 엑스포광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호수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속초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영랑호에 들어서면 잘 닦인 자전거 도로와 호젓한 산책로가 논에 띈다. 거기에 윈드서핑과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어우러져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영랑호는 신라의 화랑 ‘영랑’의 이름에서 따왔다. 영랑이 동료와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귀향하던 중 저녁 무렵에 한 호수에 닿았다. 호수에 비친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과, 멀리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물 위에 어리는 모습에 반해 귀향길을 늦췄다고 한다. 한동안 이 호수에 머물면서 풍류를 즐겼고, 그후 이 호수는 화랑의 순례 도장이 됐다. 영랑호는 둘레가 8km, 면적이 35만 평이나 되는 자연 호수다.

영랑호 주변 도로 초입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속초 자전거 여행 안내소가 있다. 자전거에 대한 속초 시민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호숫가에 웅크리고 앉은 범의 형상을 하고 있는 범바위 또한 유명하다. 영랑호는 수려한 경관으로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도 꼽히고 있다.

속초를 대표하는 청초호는 속초 시가지 한가운데 있다. 청초호의 위치를 잘 몰라도 높이 73.4m의 엑스포타워가 바로 곁에 있어 찾기 쉽다. 청초호는 세계적으로 휘귀한 자연 석호이고, 유명한 철새 도래지이다. 청둥오리, 도요새, 왜가리, 가마우지, 고니 등 2백여 종의 조류가 머무는 곳이다. 바다와 이어진 하구를 넓혀 속초에서 바다로 나가는 관문인 청초호는 둘레가 5km에 달하는 호수로, 술병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청초호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속초 시민의 자랑이다.

청초호 바로 옆에는 국제관광엑스포공원이 있다. 이곳은 1999년 열린 국제관광엑스포를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도로가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기 좋게 잘 닦여 있다. 엑스포기념관에는 강원도 특산품 전시장과 인터넷 정보 프라자 등이 있다. 이곳에서 엑스포 당시 열린 각종 행사와 축제 등도 볼 수 있다. 가로 25m, 세로 17m의 초대형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는 디지털 영상관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연인과 아이들의 천국-테디베어 팜

테디베어 팜은 아기자기한 동화 속 나라 같다. 제주도의 테디베어 박물관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2백여 평의 건물 여기저기를 ‘너무 예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예전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었다면, 지금은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뛰어노는 아이들은 자신보다 큰 테디베어 인형에 푹 파묻혀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른은 어른대로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박보배 대표가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설악산이 좋아서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뒤로는 구름이 살짝 걸린 설악산 울산바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집한 테디베어 수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 이곳을 열었을 때는 크고 작은 테디베어를 다 합해야 3백여 개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작품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릴 정도라고.



갤러리와 컬렉션 코너에는 다양한 주제의 테디베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테디베어, 빙벽이나 암벽을 오르는 테디베어, 스키를 타는 테디베어, 속초의 명물 갯배를 타는 테디베어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각종 소품들도 볼 수 있다.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테디베어의 의상과 소품들은 진짜와 똑같아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선물 코너에는 앞치마에서 열쇠고리, 휴대폰 고리, 저절로 손이 가는 인형까지 다양한 기념품이 준비되어 있다. 여느 관광지 기념품 가게와 비교하면 비싸다는 느낌도 받을 법하지만, 모든 제품들이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전시관 뒤편에는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조각을 전공하는 박 대표의 딸이 만든 테디베어 조각품 역시 사진 찍기 좋은 곳. 멀리 설악산을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옆에는 테디베어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카페처럼 꾸며진 곳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테디베어 강좌가 열린다. 테디베어 ‘패키지 디자인’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패키지 디자인은 1만2천원에서 4만9천원까지 다양하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예약을 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문의 033-636-3680

가을 동화’의 전설은 계속된다-청호동 아바이마을

‘갯배’는 속초 시내에서 청호동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려면 꼭 타야 하는 작은 배로 속초의 명물이다. 갈고리 비슷한 것으로 줄을 당기면 앞으로 나가는 원시적인 배다. 보기에는 쉽지만 처음에는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갯배를 운항(?)하는 사람은 있지만, 타는 사람들마다 신기해서 한번씩 당겨본다. 현대의 속도전을 거스르는 듯한 갯배는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한 아바이마을의 상징이다.



드라마 한 편으로 관광 명소가 된 청호동 아바이마을. 2001년 드라마 ‘가을 동화’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아바이마을은 대만, 일본에서 관광객이 찾아 오고 있다. 극중 ‘은서네집’으로 나온 작은 상점 벽면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낙서로 가득 차 있을 정도다. 아쉬운 것은 옥상 세트장이 태풍에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태석(원빈)이 돈에 팔려가는 은서(송혜교)와 함께 달아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며, 준서(송승헌)와 은서의 사랑이 엇갈린 곳이기도 하다.

“이 가게가 생긴 지 50년이 지났어요. 원래 주인이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제가 인수했죠. 한 달에 2백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드라마 관련 사진이나 자료가 없어서 사람들이 아쉬워해요. 시청에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드라마가 방송된 후 밀려들던 관광객의 숫자가 요즘 많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드라마의 위력은 컸지만, 정작 그것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아바이마을’이라는 이름은 1954년 함경도 피난민들이 고향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있으려고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아바이’는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현재는 실향민 1세대보다는 2세대들이 많이 살고 있다. 

청호동은 아직도 옛날 모습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높아봐야 2층짜리 건물이고, 가옥들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피난 당시 지었던 집이 아직 보존되어 있을 정도. 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고, 대부분 식당과 가게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먹거리로는 함경도 ‘아바이 순대’가 유명하다.



문화 도시를 만들고 싶은 한 사람의 고집-석봉도자기미술관

양양의 낙산사가 화재로 피해를 입으면서 수학여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곳이 석봉도자기미술관이다. 이곳은 한사람의 열정과 고집이 만들어낸 문화 공간이다. 조무호 관장은 관광도시 속초를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2층짜리 건물을 직접 지었다. 개관한 지 4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혼자 힘으로 꾸려나가기는 힘에 부친다. 여주대학 도자기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아들 조원혁씨 역시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에 내려왔다. 두 부자의 우직함이 없었다면 속초에 이런 공간이 탄생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조 관장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도자기 벽화를 하는 도예가다. 미술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백두산 천지, 금강산, 단양 사인암 등의 천하 절경은 많은 도자기 조각 그림들을 하나하나 맞춰 만든 것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그림인데, 가까이에서 보면 수많은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벽화 하나가 완성되는 데 몇 개월씩 소요된다고 한다.

조무현 관장의 작품 중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것도 있다. 도자기 접시 ‘사계대명’으로, 지름 110cm 크기의 도자기 접시에 우리나라의 사계가 하나씩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기 접시로 1997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작품의 희귀성 때문에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팔지 않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 네 마리를 따로 그려놓은 도자기 접시 중 하나는 ○○○ 전 대통령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1층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체험장이다. 가마의 내부처럼 만들어진 ‘역사관’은 도자기의 역사를 시대별로 볼 수 있다. ‘모형관’에는 옛 도공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과정을 테라코타 인형202개로 재현해놓았고,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도자기 체험장이 있다. 이곳에서 만든 도자기는 미술관에서 색칠과 굽는 과정을 거친다. 체험 시간은 3시간 정도고, 약 45일 후에 자기가 만든 도자기를 받아볼 수 있다. 단체는 8명 이상일 때 예약을 해야 한다. 도자기 체험은 개인 1만5천원이다.

미술관에서는 매년 두 번 정도 기획전을 연다. 오는 9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계룡산 분청과의 만남’이라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입장료는 일반 3천원, 청소년은 2천원이다. 문의 033-638-7711

Tip

속초 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풍부한 먹거리다. 그중에 ‘원산면옥’(033-633-8838)은 함경도 원산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쟁중 속초로 피난을 와서 연 음식점으로, 황해도 사람이 이곳에서 냉면을 먹고 “어머니가 해준 냉면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아직까지 그 맛을 보존하고 있다.

좋은 사골로 만든 육수에 돼지고기 삶은 육수를 섞어서 맛이 진하다. 손으로 반죽한 면은 쫄깃한 맛이 일품. 아들 임홍빈씨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한끼 식사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양도 푸짐하고 맛도 깔끔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다.

학사평 순두부촌의 ‘진솔할머니순두부’(033-636-9519) 역시 속초에서 유명한 음식점이다. 이곳도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이어받은 딸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해장 속풀이로도 좋아 아침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 많다.

겨울철에 많이 오는 동남아 여행객들을 위한 메뉴도 개발했다. 메뉴의 차별화를 위해 만든 얼큰순두부전골은 칼칼하고 매운맛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개구리 소리로 자장가 삼는 곳, 미시령 펜션

설악산국립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펜션이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속초해수욕장이 있고, 주변에는 한화리조트와 설악산이 있어 이동성도 좋다. 밤에는 주변 농가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가 하루의 피곤을 풀어준다. 모든 객실에는 테라스가 있어서, 아침에는 설악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객실의 모든 비품이 최신식으로 갖춰져 있다.

문의 033-635-9439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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