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적거리며 걷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의자에 앉기도 불편해 엉거주춤 걸터앉아 일하는 날이 많다. 과로하거나 술 마신 다음날에는 걷기조차 힘들다. 변을 볼 때마다 피가 뚝뚝, 괴롭지만 워낙 은밀한 부위라 병원 찾기도 쉽지 않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치질, 현대인에게 있어선 ‘문명병’과도 같은 질병. 문명의 발달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자연히 치질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심하자. 민망하다고 쉬쉬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치질은 항문 질환 중 암을 제외한 모든 병을 일컫는 말
젊은이들 사이에도 치질 환자 급증 추세

주부 J씨(35)는 임신 전만 해도 배변이 규칙적인 편에 속했다. 그런데 첫아이를 임신하고부터는 3일에 한 번 변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휴지에 피가 묻기도 하고, 항문에 뭔가 불거져 나온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에 의한 치질은 자연 치유가 된다고 들은 바 있어 연고를 바르거나 좌약을 사용하면서 버텼다. 그런데 출산 후 몇 달이 지나도 낫기는커녕 핏방울까지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J씨는 결국 대장항문외과를 찾았다.
회사원 K씨(28)의 경우도 비슷하다. 몸무게가 많이 늘어 다이어트에 신경을 썼는데 얼마 전부터 대변을 볼 때마다 항문에서 피가 나 기분까지 찜찜하다. 최근에는 아예 조직까지 빠져나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치료를 받자니 의사에게 항문을 보이는 것이 창피해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 통증 때문에 화장실에 가는 일이 두려워졌다. K씨는 결국 버티다 못해 병원을 찾았다.
최근 이렇게 알게 모르게 치질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치질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 하루 평균 약 4백39명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의 성인 중 절반이 치질을 앓고 있다는 의료계의 통설을 생각하면 이제 치질은 국민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치질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20~30대가 주축이 된 한 기업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30%가 넘는 사람들이 치질의 증상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실제 검진 결과에서도 대부분 치질이 발견됐다. 흔히 치질은 항문의 노화로 인해 생기는 노인성 질병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치질은 더이상 노인에게만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항문의 노화를 앞당기면서 젊은 치질 환자들을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치질은 항문 질환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치질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탈항 등을 통칭한다.
직장에서 좁은 항문으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혈관과 탄력조직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신축 작용을 하는 47~48개의 괄약근이 그것인데, 정맥혈의 순환이 아주 활발한 곳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부주의로 이 정맥혈의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정맥루가 형성되면서 치질로 발전한다. 이 조직은 굵고 딱딱한 대변이 항문을 지날 때 내부가 다치지 않도록 쿠션 작용을 한다. 혈관들이 여러 원인으로 늘어나면서 항문 아래로 밀려나와 혹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치핵이다. 치질의 50~60%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항문이 찢어지는 것을 치열, 대변의 세균이 항문샘에 침입해 고름이 흐르는 것을 치루라고 한다.
먼저 치핵 초기에는 피가 난다. 화장실에서 변을 볼 때 화장지에 묻거나, 한두 방울 떨어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뚝뚝 떨어지거나 물총을 쏘듯이 쭉 쏟아진다. 처음에는 통증이 없지만 항문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면 몹시 아프다.
이런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항문 속에 생기는 것으로 암치질이라고도 부른다. 항문 속에 있다가 배변 때만 나온다.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 혈관형 치핵이라 부르며 젊은 사람에게 많다. 혈관형 치핵은 거의 핏줄로 되어 있고 유전적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피는 별로 안 나지만 변을 볼 때마다 치핵이 돌출되면 점막형 치핵이라 부른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 변비가 심한 사람들이 잘 걸린다.
외치핵은 항문 밖에서 생긴 것이므로 항상 겉에 나와 있다. 외치핵은 수치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혈전형 외치핵과 부종형 외치핵, 피부꼬리 등 세 종류가 있다. 혈전형 외치핵은 항문 겉에 손가락 마디만하게 불거져 나온 혹을 일컫는다. 갑자기 발병하며 만졌을 때 딱딱하고 색깔이 검다. 작은 것은 별로 안 아프지만 큰 것은 통증이 심하다.
부종형 외치핵은 항문 표면이 전체적으로 부어서 탱탱하다. 만지면 약간 말랑하나 꽤 아프다. 걷기도 힘들고 앉기도 불편한 것이 특징. 피부꼬리는 아무런 증상 없이 항문 끝에 꼬리처럼 피부가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가려움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아프지는 않다.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를 혼합치핵이라고 하는데, 전체 치핵의 70%를 차지한다.
치열은 항문 점막에 있는 방사상이라는 막이 만성 변비나 된 대변 때문에 찢어져 배변할 때 칼로 째는 듯한 통증과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를 말한다. 항문 경련이나 요도의 폐쇄를 일으키는 수도 있다. 출혈은 대부분 소량이다. 치열 부위가 감염되면 분비물이 증가하고 치루가 생겨 고름이 나올 수 있다.
치루는 직장과 항문 사이에 있는 항문샘이 세균에 감염돼 고름이 나오거나 항문 둘레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심한 경우 고환이나 다리, 질 속으로 고름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결핵 환자는 결핵균이 항문샘에 들어가 결핵성 치루에 걸리기도 하는데, 치루의 30~50%는 결핵성인 경우가 많다. 궤양성 대장염, 항문암이나 직장암, 백혈병으로 치루가 발병하기도 한다. 통증이 거의 없고 출혈도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고름이 흐르고 때로는 변이 배출되기도 한다. 항문 주위가 항상 축축해 불쾌감은 말할 수도 없다. 흔히 구멍이 메워져 고름이 고인 상태에서 부어오르기도 하며 통증도 유발되나 다시 터져서 처음과 같은 증상이 되곤 한다. 치루는 고치기가 힘들다.
탈항은 골반에서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직장이 하강하여 항문 부근의 점막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임신과 분만, 만성변비, 노인성 변비 등이 원인이다. 처음엔 손으로 밀면 안으로 들어가지만 오래되면 배변시, 일어설 때, 걸을 때마다 빠지고 나중엔 항상 나와 있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항문의 유지 근육이 이완된 상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이 치질을 부른다
변비, 임신, 다이어트 등도 치질 발병의 원인
요통과 치질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질환이다. 직립보행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치질은 항문 정맥에 혈액이 몰리기 때문에 생기는 질병. 직립보행을 하는 이상, 인간은 기본적으로 치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세균에 의한 감염이나 유전적 요인, 직업적 요인, 식습관, 변비, 음주 등도 치질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문은 구조상 신체의 어느 부위보다 세균의 침입과 번식이 용이한 곳. 세균의 침입·번식으로 인해 항문의 연부조직에 염증이나 울혈이 생겨 혈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치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항문에 반복적인 자극과 압박이 가해져도 치질이 발생한다. 임신부가 치질에 잘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번 출산한 여성의 3분의 1, 두 번 출산한 여성의 3분의 2, 세 번 출산한 여성 대부분이 치질로 고통받고 있다. 임신은 호르몬의 변화를 초래해 위와 장의 운동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변을 원활하게 보기 힘들어지면서 변비에 걸리는 것이다. 또 개월 수가 늘어가면서 자라는 태아의 몸무게에 임산부의 혈관이 눌리는데, 이로 인해 자궁 아래쪽의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아 치질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분만시 과도하게 복압이 들어가거나 회음절개부의 치유가 불완전한 상태일 경우에는 치핵이 생기기 쉽다. 임신부가 아니라도 복막염이나 복수증 환자, 간장 질환 환자 역시 항문의 압박 내지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치질에 잘 걸린다.
치질의 발병에는 유전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아버지에게 치질이 있다면 자녀들도 치질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젊은 나이에 치질에 걸렸다면 대개는 유전. 항문의 혈관이 구조적으로 약해서 치질에 잘 걸리며, 이 경우 혈관형 치핵이 많다.
이밖에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식생활 방식 등이 치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부터 사무실, 식탁 위까지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치질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면 치질에 걸리기 쉽다. 변비가 있으면 며칠에 한번 변을 보는데 굵고 딱딱한 변이 좁은 항문으로 빠져 나오면서 항문 안이 헐고, 힘까지 주면 항문이 아래로 빠진다. 항문을 둘러싼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항문이 헐거워지는 것이다. 변비뿐만 아니라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을 자극하는 설사도 쉽게 항문에 염증을 유발한다. 이렇게 되면 울혈이 오고 잦은 배변으로 항문이 피로해져 고장이 나는 것이다.
또 치질은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생활 양식과 식습관이 다르다. 배변시에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항문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그런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지만 예전의 한국인들은 거친 휴지, 지푸라기 같은 것으로 항문을 씻는 경우가 많아 괄약근이 손상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또 서양인들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대신 소식을 즐기는데 반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채식을 즐기고 과식·과음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배변량을 늘려 항문에 부담을 주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의자와 침대 생활이 익숙한 서양인에 비해 딱딱한 온돌방에서 지내는 우리네 생활 습관도 치질에는 좋지 못하다. 방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은 궁둥이에 체중을 두기 때문에 항문부에 정맥루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과로나 육체적 피로가 심한 경우도 치질의 원인이 되기 싶다. 운전을 오래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치핵이 많다. 항문의 근육을 이완시킬 정도로 오래 앉아 있거나 무리하게 힘을 가하기 때문이다. 꼭 끼는 청바지나 코르셋, 거들을 입어도 항문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치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여성들의 지나친 다이어트도 치질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다이어트를 하면 식사량이 줄어들고, 섬유질 섭취량도 부족해진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수분 섭취량이 반밖에 되지 않고, 운동량도 적어 변비에 걸리기 쉽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경우 변비로 인해 변이 토끼똥처럼 단단하고 작아지는데, 이것이 항문에 상처를 내 치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치질도 조기 치료가 중요
초기엔 수술 없이도 치료 가능
흔히 치질은 숨겨서 키우는 병이라고 말한다. 병은 소문을 낼수록 좋다지만, 항문에 생기는 치질을 의료진에게 선뜻 내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젊은 미혼 여성은 창피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조차 발병 사실을 쉬쉬한다. 아프고 불편한데 그렇다고 내색도 못하겠고 병을 키우는 줄 알면서도 속앓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는 의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치질과 관련해 두 가지 유형의 환자군이 있다고 말한다. 치질이 영원한 불치병이라고 아예 비관적으로 체념을 하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치질은 병도 아니라고 낙관하다가 끝내는 보호자의 부축을 받아가며 병원으로 들어오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
의사들은 치질을 불치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심만 해서도 안 될 병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치질은 분명히 완치될 수 있는 병인 동시에 방치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슨 병이든 다 그렇겠지만 치질 역시 조기 발견에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안전한 길인 것이다. 숨기다 보면 병만 키우고, 치료를 어렵게 할 뿐이다. 항문은 단순한 배변 기관이 아니라 신체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 치질은 초기라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질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에 오자마자 수술대로 올라간다. 수치심이나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상태가 악화될 때까지 병을 키웠기 때문이다.
치질에 대한 치료는 내과적인 방법과 외과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내과적 방법은 증상이 약하고 합병증(출혈, 혈전, 염전) 등이 없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주로 변비를 감소시키고 좌욕과 통증을 완화하는 치질 연고가 처방된다. 증세가 약할 때는 온수 좌욕과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상태가 호전된다. 통증이 심할 때는 냉마사지를 한 뒤 하루에 3~4회 40℃의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있으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치핵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변비이므로 하제(설사약)를 복용하면 변비가 개선될 수 있다. 증세가 좀 더 심하면 항문을 통해 노출된 치핵에 경화제를 주입하거나 적외선으로 응고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치열 증상도 초기에는 항문을 따뜻한 물로 잘 세척하고 약물 치료를 해주면 된다. 변비를 예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이때 관리를 소홀히 해서 만성이 되면 항문이 좁아져서 배변 때마다 아프고 피가 나므로 항문을 넓히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외치질이나 혈전이 합병된 심한 치질의 경우 양방에서는 외과적 수술만이 현재까지 유일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어 완치를 위해선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체 치핵 환자의 20% 정도가 절제수술을 받는데 변을 볼 때마다 치핵이 나온다거나 염증으로 통증이 심할 때, 다른 방법을 써도 치료 효과가 없을 때 수술한다.
외과적 방법들로는 최근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무링으로 치질 부위를 묶어 괴사에 빠뜨리는 고무링 결찰법이 비교적 값싸고 부작용도 적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밖에도 치질 부위를 얼려서 치료하는 냉동요법이나 적외선열응고법, 레이저치료법 등이 비수술적요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치료법으로는 다이오드 레이저 시술이 있다. 이는 고유한 파장을 가진 레이저 광선과 그 파장에만 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의 상호 작용을 이용한 의료 기술로, 원래는 식도암이나 방광암 등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데 이용되던 것을 치핵의 치료에 적용한 예다. 다이오드 레이저 시술은 문제가 되는 치핵의 혈관 덩어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므로 항문 괄약근의 손상이나 항문 점막의 절제 없이 치핵을 치료한다. 수술용 칼 대신 단순한 조직 절제 기능만을 이용한 과거의 레이저 수술과는 그 개념부터 전혀 다른 것이다. 수술 후 통증과 출혈이 적고 수술 시간도 짧은 것이 장점이다. 치핵 절제술처럼 점막을 파괴하거나 다시 꿰매지 않으므로 수술 후 항문이 좁아지는 합병증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이오드 레이저 시술은 처음 도입된 일본에서 ‘21세기에 각광받을 10대 의료 신기술’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흔히 치질을 오래 방치하면 암이 된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암으로 바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치질 수술 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 이때 환자 3백 명에 1명 정도가 대장이나 직장에서 암이 발견되고 있다. 치루의 경우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이 된다. 치질 수술을 하는 중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장암 진단에는 X선 검사보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정확하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1년에 한번 정도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양방과 달리 한방에서는 약물요법만으로 치핵의 뿌리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괄약근이 다치지 않도록 치료하면서 재발을 일으키는 치핵의 응어리를 빠지게 한 다음 새살이 돋아나도록 처치하기 때문이다. 치료시엔 신축이 예민하고 한번 고장 나면 재생이 불가능한 괄약근 47~48개를 손상시키지 않고 치질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변비를 완화시키는 환약과 약물을 투여하고 치핵만을 제거한다. 외치핵은 2주 정도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내치핵은 탈항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 기간이 1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글 / 이인제(자유기고가)
민간요법으로 치질 고치기
1 호두를 갈아 차로 마시면 변을 묽게 해주어 치질에 효과적이다.
2 현미의 겨는 장벽을 자극해 장의 연동운동을 돕는다. 현미로 죽을 끓이거나 밥을 지어 먹으면 치질 예방에 좋다.
3 호박씨 달인 물로 뒷물을 하면 가벼운 치핵 증상이 완화된다. 껍질 벗긴 호박씨 300g에 물 5컵을 붓고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달인다. 하루에 2회, 환부 주위를 씻어준다.
4 붉은 모란 잎을 말렸다가 끓인 물로 좌욕을 하거나 마시면 치질에 효과적.
5 목이버섯 달인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목이버섯 30g에 설탕 60g을 넣고 물 1컵을 부어 진하게 달여 마신다.
6 마늘을 한 쪽씩 떼어 속껍질을 벗기지 말고 쿠킹호일에 싼다. 프라이팬에 구워 환부에 찜질하면 치질로 인한 통증에 좋다.
7 알로에 즙은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해 장의 연동운동에 효과적이다. 배변이 잘 돼 치질을 완화시킨다.
Tip 가정에서 쉽게 하는 치질 예방&자가 치료법
배변 후에는 항문을 청결하게
배변 후에는 목욕이나 뒷물을 해서 항문을 청결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 시설이 없으면 온수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좌욕 물은 40°C 정도로, 좌욕 시간은 10~15분이 적당하다.
설사나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인다. 사과주스나 포도주스가 변비에 효과가 있다. 설사가 잦은 사람은 커피, 우유, 사과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돼지고기, 닭고기 등 기름진 음식이나 찬 음식, 생야채도 삼간다.
화장실 갈 땐 신문 놓고 제대로 변 보는 습관을 들인다
하루 한 번씩 변을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아침식사 후 변기에 5분 정도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인다. 치질을 부르는 잘못된 배변 습관 중 가장 나쁜 것이 바로 신문이나 책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것이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피가 항문으로 몰려서 혈관이 늘어난다.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늘어난 혈관이 터지거나 원 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항문 밖으로 나온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읽는다면 10년간 건강할 수 있는 항문을 1년 안에 망가뜨릴 수 있다. 변기에 10분 이상 앉는 것은 삼가며, 변이 안 나오면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짜고 매운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
지나치게 짜고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고춧가루나 겨자, 생강 등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뒤 변을 보면 항문이 따갑고 화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치는 백김치나 물김치가 좋으며 국은 미역국, 된장국, 쑥국을 자주 먹는다. 미역은 피를 맑게 하고 된장국은 장을 깨끗이 하며 쑥은 장의 독소를 제거한다.
냉하고 습한 곳을 피한다
바닥이 냉한 곳에 장시간 기거하는 사람은 항문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치질이 생길 수 있다. 항문은 냉한 것을 싫어한다. 찬 데 앉는 일, 찬물로 씻는 것은 금물이다. 또 습기가 많은 곳에 거처하거나 하초(배꼽 아래, 방광의 위)가 습한 사람은 항상 항문 주위가 축축하여 피부에 자극을 주기 쉽다. 야영 생활을 하는 군인들이 치질을 많이 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나친 좌승 생활도 좋지 않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이나 승마 기수들, 운전수들은 항문에 피로와 자극을 주고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해 치질을 앓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앉아서 일하거나 딱딱한 바닥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것을 피한다.
술과 기호식품을 자제한다
술, 커피, 향료 등을 과음하면 충혈(혈액순환 장애로 몸의 어느 한 부위에 피가 지나치게 많아짐)을 가져오기 때문에 치질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술은 치질에 매우 나쁘므로 피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의 항문은 술에 절어 엉망인 경우가 많다.
가벼운 운동을 생활화한다
치질에 좋은 운동은 수영.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도 좋다. 몸을 움직이면 장도 움직여 치질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피한다
항상 기쁘고 편한 마음으로 생활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이 불안하면 배변 습관이 나빠지고 항문 주변의 가려움증도 심해질 수 있다.
| Mini Interview | 이동근(한솔병원 원장)
젊은 여성 치질 환자, 심한 다이어트가 원인
달라지는 치질의 발병의 유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치질은 과거엔 50대 이상의 나이 든 분들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엔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병한다. 대장항문 전문 한솔병원의 통계결과를 살펴보면 최근 2년간 치질 환자 4명 중 1명이 25~34세로 나타났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세 가지를 말하는데 항문에 종기가 생기는 치루는 남성에게,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치핵은 주로 겨울철에 많이 발병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여름보다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횟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치질이 악화되기 쉽다. 또 날씨가 추울수록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치질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치질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 습관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 주로 발생하는데, 섬유질 섭취와 운동 부족, 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변비가 심해지면 발생한다. 변비가 심한 여성은 평소 40°C 정도의 물에 5~10분 좌욕을 하면 치질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또 풍부한 섬유질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변비를 예방하고, 항문 근육을 꽉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치질을 피하는 데 좋다.
치질을 유발하는 잘못된 습관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치질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생기는 병이다. 변비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치질에 걸릴 확률이 높다. 변비가 있으면 배변시 항문에 과도한 힘을 주고 딱딱한 변이 항문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설사를 하면 덜 소화된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에 자극을 주고, 변이 잦아지면서 항문이 쉽게 피로해진다.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 변을 볼 때는 5분 내에 끝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오래 서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치질에 걸리기 쉽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이 지나치게 이완되고, 오래 서 있으면 항문에 지나친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밖에 간경화나 복강에 종양이 있는 경우 항문의 혈액이 간으로 가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치질이 발생한다. 술을 마시면 간이 붓고 항문의 혈액이 간으로 가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항문 혈관이 터진다. 이것이 반복되면 치질이 생긴다.
치질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나 수술법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대부분의 치질 환자들이 수술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마취와 통증 관리의 발달로 수술중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수술 후에 느끼는 통증도 사람마다 틀리긴 하지만 수술 후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할 정도로 통증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입원 기간중 진통주사를 한 번도 맞지 않는 사람이 30%, 1회가 40%, 2회가 20%, 3회가 10% 정도다. 최근에는 심한 내치핵 환자에게비교적 통증이 적은 자동봉합 치핵절제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결찰요법이나 레이저치료법 등 칼을 대지 않는 수술도 많아 무작정 치질 수술에 대한 두려움만 키우기보다 하루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질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속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치질에 대한 속설 중엔 잘못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치질이 오래되면 암이 된다는 속설의 경우 반만 맞는 말이다. 치질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치핵은 오래 둬도 암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치루의 경우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치질수술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을 잘해도 재발한다거나 잘못하면 항문이 망가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치질 수술은 유능한 항문외과 전문의에게 받으면 재발 위험성이 거의 없다. 다만, 치루의 경우 항문샘에 농양이 생겼을 때 그 농양만 제거하면 거의 재발한다. 염증을 일으킨 항문샘 자체를 없애야 재발이 없는 것. 염증이 너무 심한 치루는 한 번에 수술하면 괄약근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으로 나눠 하기도 한다. 치열은 변비가 있으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변비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항문 수술은 매우 어려운 수술이므로 반드시 유능한 항문외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에 하나 항문 기능에 이상이 생겨도 괄약근 복원 수술로 9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