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먼저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프랑스 결혼식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도시, 파리를 품에 안은 나라, 대서양 사이에 있어 영국과 북유럽의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며 ‘유럽의 중심’이란 긍지를 지켜온 나라다. 또 주변국과의 전쟁이나 시민혁명 등 시련을 극복하면서 자유, 평등, 박애 사상이 발달했다. 그래서 일까? 결혼식도 자유롭게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나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 그들만의 풍습이다.
시청 결혼식으로 법적 승인받아야 결혼 성립
프랑스의 결혼 문화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그야말로 프랑스인 삶의 방식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먼저 법적 승인을 받기 위해 구청이나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참가인은 신랑, 신부와 양측의 증인 각 2명이 전부다. 구청장 앞에서 결혼 선서와 반지 교환을 하고 혼인신고서에 사인만 하면 법으로 인정한 부부 예식은 끝난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간결한 시청 결혼식만 올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전통 방식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이라면 장소를 성당으로 옮겨 신부님과 하객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전통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부모들이 초대장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혼 당사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보내거나 유명 일간지에 공고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결혼식 날짜를 결정하는 것은 신부 측의 권리다.
흔히 가톨릭 결혼식은 신부가 다니는 성당에서 토요일에 열며, 신랑이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것이 독특한 풍습이다. 이어서 가족과 초대 손님들이 입장하고,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입장한다. 신부의 뒤에는 미래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화동들이 면사포를 잡고 뒤따른다. 1시간 정도 계속되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약속의 표시로 왼손에 낄 금반지를 교환한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종소리와 함께 쌀을 던지는 것은 자식을 낳아 부를 이루며 살아가라는 행운의 징표다. 꽃과 리본, 흰 헝겊으로 장식된 자동차가 신혼부부를 태우고 가면 하객은 경적을 울리면서 그 뒤를 따른다.
프랑스에서는 결혼식 당일에 신랑, 신부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 최대한 말을 아끼고 결혼식의 신성함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노력에서 비롯된 풍습인 것. 하객은 선물 꾸러미를 들거나 돈을 준비해서 식장에 가지 않는다. 결혼 당사자가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를 맡겨놓은 상점에 가서 주고 싶은 선물을 자신의 형편에 따라 선택한다.
밤새워 마시고 춤추는 피로연
만약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하객은 결혼식 당일 도착하도록 축전을 보내거나 결혼식 전날 신부의 집으로 흰 꽃을 배달시키기도 한다. 결혼식 이후에 있을 리셉션에 초대받았을 경우, 참석 여부를 통보하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가깝지 않은 사이에는 명함으로, 친구 사이에는 서신으로, 격의없는 사이에는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그래서 이 초대장은 양가의 어머니가 초대하는 형식을 취하며, 끝에 ‘회신 요망(RSVP)’이라고 쓰는 것이 특징.
피로연의 시작은 신랑 신부에게 축하를 해주고, 안주인에게 초대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한 뒤 다른 하객에게 신랑 신부와의 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자신을 소개한다. 결혼 축하 케이크에는 신혼부부를 상징하는 작은 인형 2개를 올려놓는다. 시간이 없는 손님이나 친분이 덜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간단한 음료 피로연이 1차로 행해지며, 친분이 있는 손님이나 가족, 친지들은 식사를 포함한 디너에 초대된다. 이제부터 프랑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디너는 보통 저녁 9시가 넘어 시작되어 새벽 4~5시까지 계속되는데, 신랑 신부와 돌아가며 춤을 추는 등 밤을 새워 이날을 즐긴다.
그래서 보통 두 장소를 예약하여 피로연 음식을 준비한다. 자국의 요리를 예술이라고 극찬하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만큼 음식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서로 취해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마시고, 떠들고, 춤을 추며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맘껏 즐기는 것이 그들의 결혼식이다.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모든 하객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인 것이다.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미덕이 돼버린 우리나라의 갈비탕 피로연을 생각하면 결혼의 신성함과 기쁨을 담은 프랑스의 결혼식이 부러워진다.
글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