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한국인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몽골인은 최근 연구를 통해 한민족과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임이 밝혀지고 있다. 체질인류학적으로 얼굴과 신체 골격이 흡사하며 갓난아이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나타나는 민족은 몽골족, 만저우 퉁구스족, 한민족뿐이다. 유전자 지도에서도 몽골족과 한민족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 국가 몽골의 전통 결혼식은 우리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아보자.
유목민의 결혼에 꼭 필요한 ‘우유’와 ‘가축’
먼저, 문화와 뿌리를 같이하는 몽골과 우리나라의 흡사한 풍습을 찾아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족두리 쓰고 연지 곤지 찍고 시집가는 결혼 풍습은 몽골의 것이 원조이다. 아이를 낳은 집에 금줄을 치는 것도 마찬가지. 손님이 오면 분수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후한 인심을 보이는 것,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함께 하는 ‘두레’ 역시 몽골에 숨쉬고 있다. 몽골에서 아이의 이름을 ‘개똥이’ ‘돼지’ 등으로 짓는 건 아이의 무병장수를 위한 배려라고 한다. 귀신이 귀한 것을 잡아가기 때문에 천한 이름을 붙이는 이 풍습도 우리의 옛 전통에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결혼풍습을 살펴보면 농경사회인 우리 민족과 유목민인 그들은 서로 다른 점도 많다. 몽골의 20여 개 민족 중 하나인 할하족의 풍습을 예를 들어보자. 할하족 풍습이 몽골의 풍습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인구 중 약 80%를 이루는 다수 민족인 만큼 그들의 혼례의식이 대다수의 몽골인들이 행하는 전통 혼례 의식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다. 그들은 말 타기 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가장 중시한다. 재산의 많고 적음도 곧 자신이 소유한 말과 양의 수로 측정한다.
따라서 이들의 결혼 예물에는 말과 양 등 가축들이 빠지지 않는다. 단, 낙타와 산양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호연지기가 강한 유목민족인 만큼 신랑이 청혼을 하기 위해 신부 집에 가면 장인이 내는 일정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은 신랑이 손가락으로 삶은 양의 목 부분을 찢어 살과 뼈를 제대로 분리해 내는가를 보는 것인데, 이 시험을 통해 신랑의 힘과 담력을 보는 것이다.
이밖에 몽골인에게는 ‘가투취(假鬪嘴)’라고 하는 독특한 결혼 풍습이 있다. 가투취는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갈 때 문앞에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차례 실랑이를 하고 버티는 거짓 싸움을 가리킨다. 이때 신랑은 신부를 사는 가격을 흥정하면서 시끌벅적한 잔치 분위기를 만든다. 우리나라의 ‘함잡이 놀이’와 매우 유사하다.
몽골의 전통 혼례에는 우유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은 유목민의 생활 풍습 때문이다. 유목민은 건조한 들판에서 생활하는 만큼 수분 섭취가 어려워 가까이에 있는 가축들의 젖을 이용하게 된다. 이들에게 우유는 중요한 생활의 필수품이고, 더 나아가 신성시 여겨지며 깨끗하고 순수한 의미로 잡귀를 물리치는 도구로서의 의미도 있다.
대개 결혼식 1년 전에 남자 쪽에서 먼저 우유와 유제품 등을 여자 집으로 보내 청혼한다. 결혼 날짜는 가을 초로 잡는다. 가을철은 유제품이 많이 나는 계절이어서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겨울 준비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때라 한가하기 때문이다.
고학력의 몽골 여성, 국제결혼 는다
몽골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결혼식을 주관하는 예식장이 한 곳밖에 없다. ‘게를레흐 여스럴링 어르덩’이라 불리는 이 결혼궁전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해마다 혼인신고를 하는 2천여 쌍 중 5백여 쌍 정도만이 이곳에서 식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중 10% 정도는 몽골 여성과 외국인과의 결혼식이라는 것이다. 이 여성들 대부분은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이 능숙한 고학력자들.
“아들은 막노동을 해서라도 살아갈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몽골인. 부모들도 아들보다 딸에게 더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현재 몽골의 대학생 중 70% 정도가 여학생이다. 몽골에선 아들과 딸이 장성했는데 한 명만 대학에 보낼 수 있을 때, 딸을 먼저 입학시킨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몽골에서 교사·교수·의사의 80%, 판사의 60%가 여성이다.
몽골에서 국제결혼이 느는 이유는 엘리트 여성들이 교육수준이 낮은 자국 남성들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몽골에서 행복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있는 남자가 적합하다는 의식이 높아진 것이다. 젊고 능력 있는 몽골의 여성들을 더 이상 외국 남성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면 몽골 남성들, 앞으로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