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력에 근간을 둔 브라질의 전통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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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력에 근간을 둔 브라질의 전통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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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원시림, 열대 낙원… 태초의 매력을 간직한 브라질. 열정적인 축제 ‘카니발’에서 광대한 미지의 ‘아마존’까지 브라질은 외지 사람들에게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나라다. 브라질의 결혼식은 그들만의 전통양식을 지켜오다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그들의 전통 결혼 관습은 남아 있다.

“가족을 늘려라 그러면 조국을 얻을지니”
브라질의 정치가 ‘바르보자’의 말이다. 가족원의 수를 늘린다는 개념은 노동력의 증가를 말한다. 브라질이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의 농업 노동력이 곧 국가의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농경 부족사회의 특징인 근친, 지참금 제도나 조혼이 성행하는 풍습이 있었다. 개화기를 겪고 혼인 관련 법제가 정비되고 근대적 혼인 제도를 갖추기 시작했으나 수백 년 동안 유지된 관례가 하루아침에 사라질리 만무하다. 그 구석구석 스며든 전통적 사고와 관습은 현대 브라질인들의 생활양식에 부분적으로 남게 됐다.

당시 혼인 상대를 고르는 조건은 지배층 사이에서는 친척 관계, 가족의 명성, 재산 등이었고 일반인들 사이에는 인종, 자유인 여부 등이 혼인 상대를 선택하는 척도였다. 요즘 상대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인 미모나 몸매가 당시의 혼인 조건에는 제외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혼인 지참금 제도가 있었다. 지참금이 많을수록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가 높아졌다. 미처 돈을 준비할 형편이 못 되는 집에서는 딸을 수녀원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조혼도 흔했다.

특히 여자의 경우, 초경을 넘기는 나이가 되면 보통 혼담이 오갔고 심지어 그보다 어린 나이에 혼인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래서 출산 사고와 병으로 일찍 사망하는 예도 많았다. 1900년 브라질 국민 평균수명이 33.6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시기의 조혼 관습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브라질 사람들의 혼인 풍습의 변화를 보면 전통의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결혼에 관한 브라질의 모든 통계원은 조사 대상을 15세부터 잡고 있다. 아직 상당수가 어린 나이에 조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2000년 인구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20세에서 29세 사이의 연령층에 가장 많이 혼인하는 남자에 비해 여자가 가장 많이 혼인하는 연령층은 15세에서 24세 사이로 집계됐다. 근대 이전까지 지켜오던 조기 혼인의 관례가 농촌을 중심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브라질에서는 시험을 보고 결혼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신랑신부는 결혼을 하기에 앞서 일정 기간 결혼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후 시험을 치루고 합격해야 결혼을 할 수 있다. 만약 불합격한 뒤 결혼을 한다면 자녀의 유산 상속이나 법적인 기타 항목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는 모두 근대화를 거쳐 결혼을 좀더 법제화하기 위한 것이라 추측된다.

신랑의 넥타이 조각을 팔아 축의금 마련
혼례식과 피로연의 비용은 과거엔 신부 측에서 부담하는 게 관례였지만 요즘은 당사자와 가족간의 상의를 통해 분담하는 게 보통이다. 하객들이 축의금을 전달하는 한국과는 달리 브라질에서는 각자 마련한 선물을 주는 게 관례다. 그러나 요즘은 선물 이외에도 부조의 의미를 담고 있는 놀이를 친구들이 준비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넥타이 자르기’이다. 친구나 친지 한 명이 신랑의 넥타이를 풀어서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낸 다음 이를 은쟁반에 담아 하객들에게 한 조각씩 판다.

물론 넥타이를 팔아 모은 돈은 신랑신부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공식행사가 아니라 분위기를 북돋으려는 애교스런 장난으로 신랑 신부와 친한 사람들에게 넥타이 조각을 팔고 그 가격도 각자의 정성을 표현하는 수준을 넘지 않는다. 흔히 결혼식 뒤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한국과는 달리 브라질에서는 식을 올리고 난 뒤 미리 계획한 휴가일정에 맞춰 허니문을 떠나는 게 보통이다. 혼례식을 마친 당일에는 주로 모텔이나 호텔에서 보내거나 집에 따로 마련된 신방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신랑신부 친구들이 모텔을 로맨틱한 분위기로 만들어놓도록 특별 주문예약을 해놓는 경우가 흔하다.

또 브라질의 독특한 혼인 관습 중 하나로 ‘부엌차 모임’이란 것이 있다. 신부의 여자 친지와 여자친구들이 모이는 일종의 혼인 축하 다과회다. 혼례 한 달 전쯤에 이뤄지는데 신부의 신접살림을 도와준다는 실질적인 목적도 함께 갖고 있다.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 있다. 신랑의 남자 친지와 친구들의 ‘바차 모임’도 있다. 부엌차 모임처럼 신랑을 축하해주는 동시에 바에 필요한 술, 얼음통, 얼음집게 등을 선물해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탕수수와 커피 등 사회자원의 근간이 농업을 이루는 브라질은 농경, 가부장적 사회구조 아래서 결혼식을 치러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산업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와해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평균수명이 늘고 학력 수준이 향상되면서 혼인 전에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혼인 연령이 높아졌다. 혼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이 줄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합의동거가 부쩍 늘고 있는 것도 최근 변화된 혼인 생활상이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자료발췌 / 세계의 혼인문화(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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